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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김정은의 북한] 2. 불안정한 지도력


지난 15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기념 열병식.
지난 15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기념 열병식.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빠른 속도로 권력승계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4개월 사이 인민군 최고 사령관과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핵심 직책을 차례로 거머쥐었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새 지도체제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김정은과 그의 권력체계를 조망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 체제와 지도력의 안정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김연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습니다.”

지난 4월13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당 제1비서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됐습니다. 지난 해 말 인민군 최고 사령관에 오른 뒤 4개월만에 당과 군의 최고 직책을 모두 겸임하면서 명실상부한 북한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가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믿을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군부의 동향일 거구요. 그러나 북한의 지배층이 수령제를 유지하면서 기득이익을 누리는 운명공동체나 이익을 공유하는 통치집단이라고 일단은 봐지구요, 그렇기 때문에 야심가가 곧바로 나타나서 권력을 빼앗아간다거나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고.”

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해 후견세력에 의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아직 20대인 반면, 당과 군의 고위 간부들은 아버지 나이대가 많습니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20년 넘게 권력승계 준비를 한 반면 김정은은 지난 2009년 처음 후계자로 거론된 뒤 이듬해인 2010년에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연구원입니다.

[녹취: 래리 닉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Knowing where he can...”

측근들과 군부 핵심세력이 퇴장하거나 사망하기 전까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들이 만들어 놓은 정책방향을 따라가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 사이 북한 지도부 안에서 심각한 권력투쟁이 발생한다면 김정은 체제도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고무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고모 김경희 당 비서를 주축으로 측근들을 당과 군, 내각의 주요 직책에 앉혔습니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최근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방위원으로 각각 선출된 사실은 대표적인 측근 중용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경우 당에서는 정치국 후보위원에 불과한 반면, 그보다 낮은 최룡해 국방위원은 당에서 중앙위원을 맡고 있어, 당 서열이 국방위원회 인사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소] “조직이라는 게 운영하는 데 일정한 원칙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을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앉히고 정치국의 후보위원을 국방 부위원장에 앉힌다. 이건 그야말로 원칙없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박사는 또 아버지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은 자신은 제1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것은 북한의 일반적인 어법상 아버지를 더 낮은 자리에 둔 조치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인사상의 미숙함은 북한 지도부 안에서 비판과 조롱거리가 되고 더 나아가 김정은의 지도력에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정치, 군사 분야 보다는 경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큰 만큼 경제 재건을 통해 능력을 증명하고 권력기반을 다져 나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교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첫 공개연설에 이런 의지가 나타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 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사실상 아버지 시대를 간접 비판하고 자기 시대에는 주민들이 더 이상 경제 문제로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물자와 자금이 부족한 북한이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외관계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고 교역과 외국인 투자를 늘려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경제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응해 미국은 식량 지원 계획을 철회했고 유엔 안보리는 제재 강화에 나섰습니다.

한국 고려대학교의 유호열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강행과 핵실험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중국으로부터도 멀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유호열, 고려대 교수]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새로운 체제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고, 그런 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은 김정은 체제가 얻어내기 어렵지 않겠는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선의 기회를 뿌리쳐가며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유훈통치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남겨놓은 명령 덕분에 권력에 오른 만큼 아버지가 미리 정해 놓은 전략적 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입니다.

[녹취: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Everything was set...”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결단을 내려 준비시켜 놓은 뒤였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를 이행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움직임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외부세계와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뜻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 제약조건 때문에 독자적인 결정을 하기 어려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남 도발 행위를 통해 지도력을 확립하려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연구원입니다.

[녹취: 래리 닉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Kim Jong Il had...”

김정일 위원장은 대남 군사도발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고 강경파들의 손에 놀아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 경우 한국이 보복공격을 다짐하고 있는 만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도발 행위를 통해 권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거나 권력 기반마저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연호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체계를 조망하는 `미국의 소리’ 방송의 기획보도, 내일은 세 번째 순서로 김정은을 떠받드는 핵심 인물들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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