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해양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산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부활의 파트너로 한국을 거듭 지목하고 있습니다.
[녹취: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5일 국방혁신서밋)]
“우리는 아마도 한국과 다른 지역에서 오는 기업들 중 몇몇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이 회사들은 선박 제작에 우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지역 밖에서 제작된 선박도 일부 구매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국방혁신서밋’ 행사에서 한국과의 조선 협력을 직접 언급하며, 한국 기업과 공동 건조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또 미국 밖에서 제조된 선박의 구매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정상회담마다 조선업 협력을 직접 거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군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함정 건조 능력을 신속히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2025년 신규 선박 수주량 기준 중국은 세계 시장의 63%, 한국은 21%를 차지했습니다. 실제 선박 인도량에서도 한국은 세계 2위로, 특히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같은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운항 중인 전 세계 LNG 운반선의 75%가 한국에서 건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특히 한국의 군함 건조 기술과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은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등을 자체 설계·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한국으로부터 선박 몇 척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노하우와 투자를 활용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신시아 쿡/ CSIS 선임연구원 ]
“미국은 세계 최고의 해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함정)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선박을 더 빨리 건조할 수 있을까요? 바로 그 부분에서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쿡 연구원은 한국이 상선 건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매년 많은 선박을 인도하고 있고, 생산 기술에 투자할 수 있으며, 선박을 매우 효율적으로 건조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협력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국 기업인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2024년 인수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했고,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술 공유에 나섰습니다.
또한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유지, 보수 계약을 수주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이 분야 협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얻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방산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 해군이 앞으로 대폭 확대하려는 군수지원함과 보급함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방산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녹취: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국방기술 소장]
“미 해군은 훨씬 더 큰 규모의 물류, 지원 함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상 수송선, 급유함, 화물선 등의 규모는 적어도 두 배, 아니 세 배는 돼야 합니다. 하지만 군용 지원 함정을 건조하는 미국 조선소는 단 한 곳뿐이며, 이미 수주량이 포화 상태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지원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클라크 국장은 구축함과 호위함에 비해 지원함과 같은 비전투함은 외국 조선소에서 훨씬 더 쉽게 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원함의 경우 한국과 미국이 공급망과 물류 지원 구조 측면에서 전투함에 비해 공통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지원함 중 수송선과 보급선을 한국에 발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녹취:콜린 그래보/ 케이토연구소 무역정책센터 부소장]
“해상 수송선이나 보급선은 대부분 상업용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이미 입증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이 미국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빠르게 이러한 선박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의 존스법과 번스-톨리프슨 수정안 등은 상선과 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건조하지 않는 유형의 선박에 대해 예외를 두거나, 단계적 해외 건조 뒤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절충안 등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안보 전략과 제조업 부활, 그리고 한국의 조선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양국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