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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벌목공, 블라디보스톡 한국 영사관 진입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 1명이 지난 26일 블라디보스톡 주재 한국 영사관에 진입해 한국행을 요청했다고 한국의 인권단체가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최근 러시아에서 한국 등 자유세계로 가는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이 늘면서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벌목공의 한국 영사관 진입을 확인한 단체는 한국에 있는 북한인권국제활동가 연대입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2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26일 40대 초반의 북한 벌목공 1명이 성공적으로 영사관에 진입하도록 직접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3명을 구출하러 갔는데요. 1명은 화요일 날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에 진입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진입을 도운 이 관계자는 영사관에 들어간 북한 벌목공이 40대 초반의 최 모씨로 2000년 대 초반 벌목 사업소를 이탈한 뒤 하바로프스크 등지에서 생활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벌목장에서 6개월 정도 일하다 탈출했는데 탈출한 이유는 그 쪽에서 원래 북한에서 출발할 때 한 달에 얼마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일이 되게 고되고 많이 다치고, 자기도 이렇게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도 다치거나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탈출하게 됐던 거구요.”

이 관계자는 최씨가 영사관에 진입 중 러시아인 경비원에게 붙잡혀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다행히 한국 영사관 관리의 설득으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올 초만 해도 영사관 담이 2미터에 불과했지만 봄에 북한 벌목공들이 연이어 진입한 뒤 러시아 당국이 1.5 미터 높이의 추가 철조물을 설치돼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벌목공 최 씨는 진입 후 한국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톡 주재 한국 영사관은 28일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이 지역 한국 영사관은 지난 3월과 5월에도 벌목공들이 진입해 각각 미국과 한국행을 요청했으며, 이 가운데 한 명인 조 모씨는 지난 달 난민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100 번째 탈북자이기도 한 조 씨는 2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벌목공들의 생활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탈출한 동기는 다 비슷할 거예요. 사업소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니까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업소를 이탈하고 또 이탈해서 나와서 일하는 와중에 시간적으로 공간이 오래되고 북측에서는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도를 높이고 하니까 결국 (자유 세계로) 탈출을 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 씨는 북한에서 적어도 미화25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받고 러시아로 갔지만 실제로 받은 월급은 100 달러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백 5십에서 3백 달러. 보통 그 안에서 월급을 지급한다. 이렇게 도당 간부들에게 듣고 가거든요. 가서 보면 현실을 보면 그렇지가 않아요. 정말 1백 달러도 손에 쥐기가 어려워요. 기술직으로 일하는 분들도 1백 달러를 손에 쥐기가 어렵거든요.”

겨울 성수기에는 그나마 5개월 정도 정상 작업이 가능해 그 정도의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여름에는 일이 거의 없어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8월 극동 시베리아 지역 현지 취재를 통해 이런 열악한 벌목 사업소를 이탈한 벌목공의 수가 지난 20년 간 수 천명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방송은 현지 러시아 목재 그룹 대표의 말을 인용해 제2북한 임업소의 경우 계약에 따라 한 해 7백 만 달러를 받아 가지만 대부분은 북한 당국의 손으로 들어가고 벌목공들은 형편없는 월급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벌목공들에 대한 상당한 노동착취가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북한인권국제활동가 연대 관계자는 사업소를 이탈한 벌목공들이 자유세계로 탈출하는 규모가 늘자 현지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벌목공 3명의 영사관 진입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나머지 2명은 하바로프스크 지역에서 북한 요원들에게 체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임업국이 하바로프스크에 나와 있는데, 그 임업국 소속 보위부 요원들에게 잡혀서 후송되고 그 임업국에서 조만간 북한으로 이송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달 미국에 정착한 벌목공 출신 탈북자 조 씨 역시 이탈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1-2년 전부터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으로 탈출하려는 기도만 나타나면 무조건 체포해서 그 즉시로 비행기 태워서 북한으로 내가거든요. 그 때문에 사람들이 대단히 조심스러워 하고 신변에 대해 대단히 많이 걱정합니다.”

한국 영사관 등 러시아 내 외교공관에 진입한 북한인들은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의 지원을 받아 출국 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인권단체들은 적어도 수 십 명의 벌목공들이 올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UNHCR이 운영하는 모스크바의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한 벌목공은 최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한국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동료들이 적어도 8명 이상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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