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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약속이 착취로”… 빚 갚으려 위험 자처… GRC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실태 보고서.

북한 인권
북한 인권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주민들에게 해외 파견 노동은 가족을 부양하고 외화를 벌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러시아로 파견된 노동자들은 기대와 달리 장시간 노동과 임금 착취, 감시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 단체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GR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저축은커녕 오히려 빚을 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노동자 약 10만 명이 40여 개국에 파견돼 있으며, 이들은 북한의 해외 노동 프로그램에 따라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건설, 섬유, 의학, 정보기술, 식품 서비스 등 다양한 업계로부터 연간 약 5억 달러의 외화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노동이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신체적 폭력과 협박, 임금 미지급, 이동 제한, 가족에 대한 위협 등 강압에 의해 이루어지는 노동을 강제 노동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 3개 도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북한 남성 노동자 21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를 토대로 29세 가상 인물 ‘김금혁’의 하루를 재구성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더 큰 집을 마련할 꿈을 갖고 러시아에 온 김 씨의 해외 파견은 러시아 도착 즉시 여권을 압수당해 이동과 선택의 자유를 잃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김 씨의 일과는 자유가 박탈 된 통제 속 노동의 반복입니다.

6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할 때까미 집단 이동과 상호 감시 속에서 심리적 불안을 견뎌야 하고, 국가에 바쳐야 할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하루 12~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습니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전 장비 없이 일해야 하며, 속도가 느려지면 폭력과 집단 처벌이 뒤따릅니다. 임금은 각종 공제로 거의 남지 않고, 부상이나 질병도 ‘업무 방해’로 간주되어 방치됩니다.

금혁 씨는 가족과의 연락은 도청되거나 차단된 채 빚과 할당량에 얽매여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도 변함없는 강제노동을 반복합니다.

21명의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1년 중 364일, 하루 평균 14시간에서 많게는 16시간 일하며 한 달 월급은 10달러 정도입니다.

GRC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몇 가지 쟁점을 제시합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 프로그램은 개인의 경제적 기회보다는 북한의 전략적 이익(외화 벌이, 군사·외교적 도구)을 위해 설계된 체계적인 착취 시스템입니다.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자발적으로 지원하거나 심지어 뇌물까지 주며 파견을 택하기도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마주하는 정보의 격차와 강압적 현실을 마주합니다.

특히 임금을 조직적으로 갈취하는 '국가 계획분(할당량)' 시스템은 이 프로그램이 국제법상 명백한 강제 노동이자 본질적인 착취 구조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 할당량은 매달 700달러에 이릅니다.

노동자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적인 ‘부업(청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이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와 2397호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법적 책임 공방보다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처우 개선이라며, 안전한 작업 장비의 지급, 비인간적인 노동 시간의 단축, 그리고 고향에 남겨진 가족과의 자유로운 연락처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기본적인 삶의 질 보장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김예지 GRC 북한 고문은 이에 대해 “국가 주도의 강제 노동을 폐지하는 것은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에게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것만이 유일한 해답일 수는 없다” 며 우선순위는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구제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노동 기준을 집행하고, 독립적인 감시를 가능하게 하며, 탈출하는 노동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안전한 이탈 경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단체의 라라 스트랭웨이스 비즈니스 및 인권 부문 총괄 책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표적화된 법 집행'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인력 채용자 및 고용주, 국가적 조력자에 대한 엄격한 조사 자금 흐름에 대한 철저한 감시, 유관 기관 간의 공조를 통한 실태 규명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은 강제 노동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유엔과 미국 국무부 등은 이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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