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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판 카스트 '성분'] 1. 인권·경제발전 가로막아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성분 제도를 종합적으로 조사한 보고서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분 제도가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은 물론 경제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성분 차별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을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성분 차별의 실태와 문제점에 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북한 영화 ‘보증’] “아버지 저는 이제는 철부지가 아닙니다.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전쟁 때 남으로 갔다는 할아버지가 정말로 조국을 배반했습니까? 예~아버지!”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1987년에 제작한 영화 ‘보증’ 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에는 출신성분 때문에 입당 청원서를 쓰지 못한 공장 노동자와, 이로 인해 장래가 불투명해진 아들 간의 갈등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옵니다.

[녹취: 영화 ‘보증’] “아버지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누이의 말이 사실입니까? 어째서 아버지는 입당 청원서를 쓰지 않습니까? 네?”

이 영화는 과오가 있거나 이른바 `동요’ 혹은 ‘적대계층’에 속한 주민이라도 당에 충성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당이 다시 기회를 준다는 계몽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방간부 출신의 탈북 난민 신모 씨는 영화와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탈북자 신모 씨] “어디 그렇게 합니까? 당에서 방침은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게 없는데 영화는 10년 앞세워 앞으로 이렇게 하니까 너네 일 잘 해라! 당을 위해 신심을 잃지 말아라! 그런 선전 수단이지 그렇게 합니까? 북한은 연극 속의 또 연극이에요. 가식 없는 연극이 돼야 하는데 가식 있는 연극의 연속이 북한이라구요.”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북한은 노동자의 낙원이며 전혀 차별이 없다”는 북한 정권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성분은 북한 주민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축과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Songbun affects all aspects of life in North Korea…

성분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와 교육, 의료, 직업 등 삶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보고서는 북한에 ‘핵심군중’ 과 ‘동요군중’, ‘적대군중’ 이 있으며, 이를 다시 51개 부류로 나눠 당국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 국방부 출신 북한 전문가 로버트 콜린스 씨는 김일성 3부자와 특권층의 권력 유지를 위해 성분 제도가 60년 이상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다수 특권층이 사는 평양과 지방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린스] “the distance between Pyongyang and the Northeast part of..”

평양과 함경도, 량강도 동북 지역의 주민들이 누리는 삶의 격차는 지구와 화성간의 거리처럼 멀다는 겁니다.

콜린스 씨는 평양 거주자들 가운데는 지방 주민들의 처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린스] “Asking about what the other side is like, you will get reaction ..

한국에 입국한 평양 출신 탈북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방 주민들의 열악한 삶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장은 성분이 북한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나치오스 전 처장] “This system has had a profound effect on who ate who ..”

북한 주민들의 영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영양실조에 걸린 인구의 비율과 적대(복잡)군중의 비율이 거의 일치할 정도로 성분과 식량 배급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오랫동안 동아시아 분석가를 지낸 헬렌-루이스 헌터 변호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성분 문제가 북한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헌터 전 CIA 분석관] “If you in the top class you don’t really work hard..

특권층은 장래가 보장돼 있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적대군중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창의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겁니다.

헌터 변호사는 그러면서 개인의 능력보다 수령에 대한 충성을 기준으로 하는 성분 제도의 구조적 모순이 국가 번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헌터 전 CIA 분석관] “Kim Il-Sung developed the system where he put the top..

김일성은 항일 빨치산 출신들과 전쟁 유가족 등을 최상위 계층에 배치한 반면, 바닥에는 똑똑한 지식인들을 넣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인재 양성의 싹을 스스로 잘랐다는 겁니다.

성분 보고서 작성자인 로버트 콜린스 씨는 그 결과를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린스 씨] “The number 1 student in each of class and then..she is told..

학급에서 1등을 한 학생이라도 가족의 출신성분이 좋지 못하면 작업장에 배치되는 반면, 공부를 덜 해도 성분이 좋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병폐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성분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망합니다. 성분제 폐지는 곧 김정은과 일부 특권층의 권력 유지와 특혜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장마당 활성화로 일부 낮은 계층의 구매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성분 제도에도 변화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부소장은 돈의 역할과 장마당이 성분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놀란드 부소장] “Namely the relationship between sungbun and emerging

장마당을 통해 돈을 모은 일부 적대계층이나 동요계층 주민들이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쳐 자녀들의 대학 진학과 가족의 의료혜택, 보다 나은 주거시설들을 구입하는 양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이런 변화가 성분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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