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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청천강호 변호인 "선원 기소, 일사부재리 원칙 위배"


지난해 7월 쿠바에서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항해하다 파나마 정부에 적발된 북한 선박 청천강 호.
지난해 7월 쿠바에서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항해하다 파나마 정부에 적발된 북한 선박 청천강 호.
북한 선박 청천강 호 선장과 선원 2명에 대한 기소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변호인측이 밝혔습니다. 청천강 호에 대해 선적화물 미신고를 이유로 이미 벌금이 부과된 상태에서 선원들에 대한 기소는 이중처벌이라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청천강 호의 리영일 선장과 홍용현 1등 항해사, 김영걸 정치지도원의 변호를 맡고 있는 훌리오 베리오스 변호사는 16일 ‘VO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지난 4일 열린 재판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무죄를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청천강 호에 대해 선적화물 미신고를 이유로 1백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상태에서 선원들에 대한 기소는 일사부재리 원칙의 위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무기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개인이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청천강 호 선장과 선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베리오스 변호사는 또 선장과 선원들은 숨긴 화물을 파나마 당국에 신고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인 만큼 파나마 형법에 따라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파나마 법무부의 로베르토 모레노 조직범죄 담당 검사는 지난 5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파나마 형법상 적법한 지시를 따른 자에게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지만, 청천강 호 사건의 경우 북한 당국의 불법 무기 소지와 밀매 지시는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레노 검사는 선장과 1등 항해사, 정치 지도원이 선적 화물의 내용을 파악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는 청천강 호 선원들의 증언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북한 당국이 선장에게 보낸 이메일, 전자우편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무기를 파나마 세관당국에 신고하지 말라는 지시와 이를 1등 항해사와 정치 지도원에게도 알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모레노 검사는 밝혔습니다.

베리오스 변호사는 북한 선원들의 상태에 대해 국제적십자가 지금까지 모두 15차례 방문해 검진을 실시한 결과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선원들은 지난 해 7월 크리스토발 콜론 해군 기지에 억류된 뒤 현재 라 호야 감옥에 수감돼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4일 열린 재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 받았습니다.

베리오스 변호사는 북한 선원들이 정중하게 대우받고 있다며 북한 내 가족들은 물론이고 청천강 호를 소유하고 있는 북한 국영기업측과도 휴대전화로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평일에는 자유롭게 선원들을 면담할 수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들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리오스 변호사는 스페인어에 능통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관리가 통역을 맡고 있고, 한국말 통역사가 없을 때는 수감소측에서 추천한 영어 통역사가 협조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가 자신을 접촉했으며 자신의 수임료와 법정 비용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베리오스 변호사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이번 재판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고 청천강 호와 선장, 선원들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청천강 호 사건은 추가 심리 없이 이 달 안에 담당 판사의 판결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청천강 호는 지난 해 7월 쿠바에서 선적한 지대공 미사일과 미그-21 전투기 부품을 숨긴 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됐습니다.

청천강 호와 선원 32 명은 7개월 동안 파나마에 억류돼 있다가 지난 2월 풀려났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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