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지난 해 11월 화폐개혁 실시 후 북한사회의 실상을 파헤친 글이 나왔다는데, 글을 쓴 사람이 누구입니까?
답) 네, 이 글을 쓴 사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의 바바라 데믹 기자입니다. 북한 전문기자인 바바라 데믹 기자는 최근 ‘뉴요커’라는 잡지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Northing Left’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는데요. 이 글에서 데믹 기자는 자신이 북-중 국경 도시인 옌지-연길에서 만난 17살 탈북 소녀의 증언을 바탕으로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사회상을 자세하게 묘사했습니다.
문)그렇다면 그 탈북 소녀의 증언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은데 그 소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답)네, 바바라 데믹 기자가 만난 북한 소녀의 이름은 ‘송희’입니다. 물론 진짜 이름은 아닙니다. 송희는 원래 함경북도 무산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여학생이었는데요. 화폐개혁으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올 2월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문)그런데 송희는 원래 북한에서 가난한 집 출신인가요?
답)아닙니다. 송희네는 아버지는 무산 광산의 광부로 일하고, 어머니는 장마당에서 양말을 팔아 돈을 버는 등, 그런대로 살만한 집이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집은 강냉이 밥을 먹을 때 송희네 집은 쌀밥을 먹었고, 한 두 달에 한 번은 달걀 부침을 먹었다고 합니다. 또 송희의 부모는 송희의 대학교 진학에 대비해 돈을 저축하는 등, 나름대로 중산층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문)한 마디로 ‘이 팝을 먹는 중산층이었다’ 그런 얘기인데, 송희가 왜 탈북을 했는지 궁금한데요.
답)지난 해 11월에 실시된 화폐개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당시 북한은 ‘근로자들의 이익을 옹호한다’며 옛날 돈 1백 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꾸는 한편 장마당을 제한했는데요. 이 조치로 송희네 가정은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문) 좀더 구체적으로 송희네가 어떻게 힘들어졌는지 설명해 주시죠?
답)네, 송희네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인데요. 하나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송희네는 송희의 대학교 진학에 대비해 돈을 좀 모아놨습니다. 그런데 옛날 돈 1백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꾸면서 이 돈이 휴지 조각이 됐다고 합니다.
문)또 다른 요인은 무엇입니까?
답)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입니다. 북한 당국이 옛날 돈을 새 돈으로 바꿔 주겠다고 해서 송희네가 돈을 바꿔보니 모두 2천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가정의 전 재산이 미국 돈으로 환산해15달러에 불과한 것이지요.
문)2천원이라고 해도, 쌀 값이 함께 떨어졌으니까 그런대로 살림을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그게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쌀값을 킬로그램당 20원으로 고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수중에 2천원이 있으면 쌀 1백 킬로그램을 살 수 있으니까, 괜찮죠. 그런데 실제로는 장마당에서 쌀을 살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국이 장마당을 단속하는데다, 상인들도 물건을 내놓지 않아 쌀을 살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나마 암시장에서 겨우 쌀을 살 수 있었는데, 암시장의 쌀 가격이 킬로그램당 1천4백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송희네 전 재산을 갖고도 쌀 2 킬로그램을 못 사는 것이지요. 또 장마당을 단속하는 바람에 시장에서 양말을 팔던 송희 어머니도 장사를 못하게 돼 살림살이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문)한 마디로 화폐개혁이 북한 중산층의 삶을 무너뜨렸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이 대놓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난한다면서요?
답)네, 바바라 데믹 기자는 송희 외에도 평양과 함흥 등지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5 명의 북한 여성들을 만났는데요. 이들은 한 목소리로 김정일 위원장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문)뭐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지 좀 소개해 주시죠.
답)네, 한 북한 여성은 ‘김정일 위원장이 정치를 잘못해 애꿎은 인민들이 고생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여인은 ‘김정일이 나라를 이런 꼴로 만들어 놨는데 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뭐 나아질 것이 있겠냐’며 권력 세습에도 불만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문) 끝으로, 현재 송희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네, 송희는 현재 옌지의 한 민가에서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고향에 남아 있는 부모님을 보고 싶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도 해보지만 그럴 경우 북한 당국에 체포될 것을 우려해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지난 해 11월 실시된 화폐개혁으로 중산층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기자가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