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창립 80주년을 맞은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일성대학이 개교 80주년을 맞았군요?
기자) 네, 북한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김일성종합대학이 10월 1일 창립 80주년을 맞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0일 평양 김일성대학을 방문해 창립 80주년을 축하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대학을 “우리 국가를 상징하고 부강발전을 힘있게 추동해 온 관록 있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라며 “교육강국, 과학기술강국, 인재강국 건설이라는 이 3가지 전략적 과업을 실현하자면 반드시 주도적 역량과 견인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이 대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또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 인민의 대학에는 인민들이 질시하고 납득할 수 없는 불공정한 것, 불투명한 것이 있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인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그 발언을 김일성대학의 입학 비리 또는 교육 과정에서 특권이나 부당한 차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 전문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입시 과정의 비리라든가 뇌물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학을 하는 데 실력이나 입시 전형을 통한 것이 아니라, 교수나 교직원을 통한 뇌물 등을 통해서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입시 부정이 있을 정도로 김일성대학이 인기가 높은 것은 졸업 후 출세길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노동국과 교육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직장을 배치합니다. 김일성대 졸업생은 북한 내 최상위 직장에 배치됩니다. 그 결과 김일성대학 출신들이 북한의 핵심 권력층에 상당수 포진해 있는데요. 한국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에 따르면 김일성대 졸업생들은 북한 노동당과 정부에 대거 진출해 활동 중이며, 내각 부장급 이상의 절반, 부부장급 이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김일성대학의 학술적 위상이나 평가 순위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한국 서울대나 중국의 베이징대, 일본 도쿄대 같은 아시아 명문대들과 비교가 가능할까요?
기자) 객관적인 국제 대학평가 순위만 놓고 보면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대학 평가 기준이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와 THE(Times Higher Education)인데요. 주로 교육 여건(30%), 연구 실적(30%), 논문 피인용(30%) 등 학문적 성과와 연구 결과를 종합해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QS 세계대학평가 2027에서 서울대는 세계 38위, 도쿄대는 39위이고, 베이징대는 14위입니다.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 들어가려면 교수와 학생 수, 예산, 졸업생 취업률, 시설 현황, 논문 등의 자료를 직접 제출하고 이를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김일성대학의 경우 내부 통계나 행정 자료를 외부 평가 기관에 제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김일성대학을 평가할 자료가 없어서 세계대학평가 순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김일성대학 학생들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나요?
기자)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일성대 학생들은 북한 자체 인트라넷인 '광명망'에 연결된 전자도서관에서 검증된 내부 자료나 당국이 승인한 학술 데이터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외교관 자녀, 특수 연구원, 당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극소수 인원만 보위성 지도원의 감시하에 인터넷 접속이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보면 매우 제한적으로 국제망에 접속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은 인터넷을 제한 없이 쓸 수 있겠지만, 김일성대 학생과 교수도 지식 공급을 위해 북한 당국의 검열을 거쳐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과거 미국의 유명한 인터넷 기업가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기업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2013년 1월 8일 북한 김일성대학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그는 김일성대학 전자도서관 컴퓨터실을 방문해 학생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방북 후 그는 북한의 인터넷을 ‘감시받는 인터넷(Supervised Internet)’이라며, 이용자가 다른 사람의 감시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2016년 5월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3명이 평양의 김일성대학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리처드 로버츠 박사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에 과학자가 인터넷이 없다면 죽은 것”이라며 북한 당국의 인터넷 차단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수와 학생이 연구 결과물을 세계 학계에 내놓고, 깐깐한 외부의 비판과 지원을 받으며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차단돼 해외 학자와 전문가들과 소통이 안 되니 학문의 질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머물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창립 80주년을 맞은 북한 김일성대학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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