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 평양을 출발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도착하자 북한 주민들이 입국장으로 몰려듭니다.
이들 가운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북한 남성은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자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라고 거리낌 없이 말합니다.
“김정일 동지의 후계자 분이신 김정은 동지가 우리 혁명 위업을 높이 받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남성은 또 김정은이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공식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 김정은의 이름을 아세요. 북한 분들은? “아십니다.”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나오는 거 기대하세요? “우리는 몹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NHK 방송’과 인터뷰 한 이 북한 남성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김정은의 후계 승계를 공개리에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남성의 발언은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의 후계 승계 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지난2008년 여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을 앓은 것을 계기로 후계 작업을 서둘러왔습니다. 북한은 그 해 12월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김정은 후계체제를 암시하는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대대적으로 보급했습니다.
“발걸음.이 노래 부르며..앞으로 척척척”
그러나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김정은의 권력 승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지난 9일 북한 주민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주민 상당수가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는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실패’로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실패로 돌아간 지난 해 11월 화폐개혁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으며, 올해 27살인 김정은이 국가 지도자로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입니다. 고영희는 일본거주 한국인 출신으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라고 공개리에 언급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일본 텔레비전에 보도됐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 내 권력 승계 준비 작업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