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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체제 안정 때문에 대북 심리전 방송에 반발”


북한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내부체제 안정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일부 전문가들과 인민군 출신 탈북자들이 말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후계 구축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북한 지도부로서는 대북 심리전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현재 FM이기 때문에 제한된 지역에 방송되고 있는데, 저희가 그걸 AM으로 바꾸려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상황에 따라 심리전을 강화할 수 있도록 라디오와 전단 살포 준비까지 마쳤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저희가 물포 작전으로 해서 라디오 같은 것을 많이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이번에도 저희가 전단 작전하고 같이 겸해서 그런 작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하고 있는데, 이건 북한의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다음 단계에서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 군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방송과 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으면 방송 수단과 삐라 살포 지점에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남북 장성급회담 단장이 15일 통지문을 통해 위협한 겁니다.

한국 국방부는 앞서 천안함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로 지난 5월 6년 만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자유의 소리 개시 방송 “인민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 대한민국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군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대북 심리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전단을 문제 삼아 남북관계 전면 중단을 여러 차례 위협했고, 지난 5월에도 대북 심리전 수단들을 격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확성기와 같은 심리전 수단들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 그 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의 민감한 반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선임 연구위원은 여러 요소가 있지만 북한에서 후계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좀 취약하고 외부적으로도 여러 갈등이 있기 때문에. 특히 북한이 내부적으로 취약한 문제 중의 하나가 후계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거죠. 후계 과정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엘리트 분야나 주민들의 저항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것 때문에 대외정책이 좀 더 강경해진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대외 강경책을 통해 내부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노린다는 겁니다.

박 위원은 하지만 북한군이 반발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북 심리전이 인민군에 미치는 파급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당장 북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게 한국의 문화적 침투거든요. 노래라든가 DVD라든가. 일단 대북 심리전 방송이란 게 김정일을 욕하는 것 뿐 아니라 한국의 노래라든지, 대형화면을 통해 드라마를 보여주게 될 겁니다 .그걸 북한 병사들이 접하는 경우에 심리적으로 동요가 있겠죠.”

북한 정찰대 소속으로 1990년대 초 훈련 도중 백령도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이덕남 씨는 한국군의 대북방송을 통해 외부세계에 대한 생각이 깨었다고 말합니다.

“그 때 병사들이 국군의 방송 들으면 세계 정세, 그러니까 로무니아-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가 교수형에 처했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됐고 북한의 정세도 병사들이 많이 알게 됐어요.”

이 씨는 북한군의 교육으로 처음에는 대북방송 내용을 거짓말로 믿지만 후에 북한 매체가 일부 국제소식을 전하는 내용을 보면서 대북방송을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특히 당시 국군 방송을 통해 들었던 한국 가요들을 병사들이 북한에 많이 퍼트렸다며, 제대군인들은 한국 가요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독도는 우리땅이 있잖아요. 국군방송에서 많이 내 보냈어요. 우리 북한 병사들이 그 노래를 북한에 다 퍼트린거죠.”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북한인권위원회 선임 방문연구원은 한국의 대북방송이 북한 병사들을 즐겁게 해 줄 뿐아니라 북한 내 급변사태에도 긴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북한 군인들에게 남한의 실상, 외부세계의 실상에 대해 잘 알려주는 데 효과가 있고 호상 속에 존재하는 북한의 체제와 북한의 현실을 깨우쳐주고. 더 중요하게는 앞으로 북한에서 있을 수 있는 급변사태, 혼란 시기에 혼란을 수습하는, 북한 내부의 정보를 군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데에도 굉장히 효과가 클 겁니다.”

지난 10일 타계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 4월 워싱턴을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북한의 주민을 깨우는 사상전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군대를 강조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게 누구인가? 군대입니다. 아무리 쇠뇌교육을 자꾸 해도 군대는 원한의 뼈에 사무쳐 있거든. 한창 공부할 나이에 김정일 위해 죽는 연습만 하다가 끝나게 되면 탄광에 나가 또 그 생활하거든. 일생을 망치게 한다구. 이보다 더 큰 인권유린이 없어요.”

조선중앙방송 간부 출신인 탈북자 장진성 씨는 북한이 이념국가이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김정일에게 가장 치명적인 핵폭탄과 같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핵심 간부들의 미래, 체제 안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앞으로도 대북 심리전 활동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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