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백두산 화산 문제에 이어 최근 국제사회에서의 동해 표기 협력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국 측에 제의해 오면서 대화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지난 달 27일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명의로 한국의 정부출연 재단인 동북아역사재단에 팩스를 보내 동해 표기와 관련해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자고 제의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표기를 일본해로 하자는 일본의 주장에맞서 남북한 국민들이 모두 민감해 하는 사안인데다 표기를 결정하는 국제수로기구 즉, IHO 실무그룹에 회원국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마감시한을 불과 닷새 앞두고 나왔습니다. 한국으로선 마냥 거부하기 어려운 협의 대상을 꺼내든 것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때문에 지난 달 29일 전통문을 보내 이달 중순 개성에서 관련 협의를 하자고 호응했습니다.
북한의 대화공세가 계속되면서 한국 정부도 탄력적인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측은 앞서 백두산 화산 문제와 관련한 1, 2차 전문가 회의를 가진 뒤 학술토론회를 이달 11일에서 13일까지 서울이나 평양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해서도 남북간 접촉을 승인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5.24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사안이 갖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방북이든 접촉이든 이런 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필요한 승인을 하는 그 정도까지의 단계구요”
한국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 2월 서해상으로 표류해 들어온 뒤 한국에 망명한 북한 주민 4명에 대해 북측이 송환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망명 의사 확인을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4일 갖자고 제의한 바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의 이런 대화공세가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덮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바라는 당국간 회담은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측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화공세가 6자회담 재개에 남북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관련국들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었다는 명분 쌓기용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홍현익 박사입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해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남북대화에는 성의를 보인다는 것을 미국에게 확인시켜주는 일종의 정치적인 대화 제스처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민간 또는 전문가급 접촉이 당국간 회담으로 확대될 지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앞으로 북-중 관계가 강화되고 미-북간 접촉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 정부도 남북간 대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풀리고 남북관계가 복원되려면 당국간 회담 밖에 없기 때문에 당국간 회담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또는 분위기 조성의 민간급 비정치회담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보고 있어요”
반면 남북간 불신의 골이 과거 어느 때 보다 깊어져 최고 당국자의 결단이 아니면 당국간 대화로 가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대화전략이 한국은 물론 미국에게도 먹히지 않을 경우 북한이 또 다른 도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백두산 화산 문제에 이어 국제사회에서의 동해 표기 협력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국 측에 제안하면서 대화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입니다. 한국 정부는 전문가들 간 남북 접촉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덮고 가는 당국간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