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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북한 화폐개혁 1주년] 2. “1년 만에 쌀값 45배 올라”


미국의 소리 방송이 어제부터 보내드리고 있는 특집기획 북한 화폐개혁 1주년,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화폐 개혁 그 후 1년’에 대해 알아봅니다.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3대 세습 과정에서 이뤄진 체제 단속과 우상화 작업은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북한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폐개혁으로 명목상 화폐단위는 1백분의 1로 줄었지만, 국가의 배급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물품 공급과 현금 부족으로 1년 내내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7월 북한을 떠난 김모 씨의 말입니다.

화폐개혁으로 생활비와 배려금 명목으로 돈을 줬지만 조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니깐 상품값이 모조리 다 올라가니 소용이 없게 됐죠. 1천원씩 준 게 쌀 1kg살 돈 밖에 안 된거죠.

한국 정부 당국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화폐개혁 직후 1kg당 20원 대였던 쌀 값은 1월 말 6백 원, 3월 초 1천원 대까지 치솟았다 최근에 9백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쌀값만 놓고 보면 화폐개혁 이후 1년 만에 45배가 오른 것이어서 화폐개혁의 효과가 사실상 없어진 셈입니다.

북한 당국이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정한 시장의 한도가격 역시 화폐개혁 직후인 올 초에 비해 3-4배로 뛰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지난 8월 화폐개혁 당시 은행에 예금된 주민들의 돈을 바꿔줬으나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며 “화폐개혁 직후 쌀 250kg을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지금은 5kg 밖에 사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 돈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점도 물가 폭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북한을 자주 오가는 한 대북 사업자는 “화폐개혁 이후 북한 돈은 장마당에서 교환 기능만 가질 뿐 저축 수단으로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며 “북한의 공식 화폐는 미 달러나 위안화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을 하는 탈북자들은 북한 돈이 언제 다시 휴지조각이 될 지 몰라 외국 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탈북자 최성일 씨의 말입니다.

중국 돈을 가진 사람들은 살았고 북한 돈을 가진 이들은 완전 망해서 무조건 위안화나 달러로 가지려고 하고, 북한 돈은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화폐개혁 직후 30원이던 미 달러의 시장환율은 3월 초 2천원까지 상승하다 최근에는 1천 2백-1천 4백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폐개혁의 후유증과 춘궁기까지 겹치면서 노약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올해 4월 탈북한 김모 씨의 말입니다.

아침에 보면 장마당 근처에 사람들이 죽어 있더라구요. 주로 노인이나 아이들이 타격이 컸어요. 돈을 모두 빈 종이로 만들었으니깐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힘들지요.

평양에서조차 식량 배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징후도 나오고 있습니다. 평양 내 가족과 자주 통화하는 탈북자의 말입니다.

주민들에게 배급을 안 줘서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 정보기관은 배급을 조금씩 줬다고 하는데 지금은 또 그것마저 힘들어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최근 방북한 인사들에 따르면 올 여름 홍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이 묵는 숙박시설에도 식사나 난방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11월 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간단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개성 민속여관에서 나오는 쌀의 질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미질이 나빴고 2008, 9년에 비해 올해가 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실제 북측 관계자들도 식량 사정이 안 좋으니 양에 관계 없이 많이 도와달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으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민심이 악화되자 시장통제와 외화사용 금지 조치를 잇달아 철회하고, 가격 통제와 중국으로부터 식량 도입을 늘리는 등 화폐개혁 부작용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7월 북한을 떠난 김모 씨는 “화폐개혁으로 돈을 잃은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장마당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배급은 나오지 않고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깐 장마당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에 직장에 나가지 않고 장마당에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우베 비센바흐 주한 유럽연합 대리대사는 최근 방한해 기자들과 만나 “장마당이 북한체제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원하는 것보다 장마당의 힘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비센바흐 대사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개인 텃밭과 장마당 등이 비공식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등 동유럽 국가들이 몰락하기 전 나타났던 상황들이 현재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에는 평양을 비롯한 전역에 약 3백-3백50여 개의 종합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무역성과 거래하는 한 대북 사업자는 “통상 두 달 전에야 보내주는 평양 국제상품전람회 안내문을 6개월-1년 전부터 보내는 등 화폐개혁 이후 북한 당국이 상당히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 당국이 주민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민심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한층 커졌다는 게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전언입니다.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의 말입니다.

5년 전만 해도 강성대국을 바라고 믿었는데 지금은 상당수 주민들이 믿지 않아요. 강성대국이 되면 주민들은 다 죽고 간부들만 남아있을 거다 이런 말을 노골적으로 합니다.

화폐개혁에 따른 민심이반은 3대 세습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과 자주 통화하는 탈북자 최성일 씨입니다.

북한 김정은 김정일에 대해 얘기하는 게 화폐개혁 이전과 이후 크게 다릅니다. 노골적으로 욕을 하며 김정은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을 미쳤어요.

중산층이나 간부들의 체제 동요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체제 단속에 나서야 할 보위부 간부들조차 강연 자료를 중국 돈 5천원에 파는 등 정보 장사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탈북한 인민군 간부 출신 탈북자는 “화폐개혁으로 큰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국가를 신뢰하지 않게 돼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당 창건 65주년 등 각종 당 관련 행사 등을 계기로 주민 통제와 국경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수시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체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다 3대 세습 과정에서 김정은에 대한 선전선동과 충성화 작업도 가속화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기업소와 학교, 군대마다 학습이나 강연회를 수시로 여는 등 지난 해에 비해 김정은 우상화 교육이 한층 강화됐다”며 “중국에 방문하는 주민들에게도 국가에 바칠 충성자금을 갖고 올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여행을 허용하면서 국가에 바칠 것, 헌납할 것을 다 가지고 와라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만큼 궁해졌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1년 동안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부작용에다 3대 세습 과정에서 통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커진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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