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잘 먹여야 잘 싸운다’는 기조에 따라, 장병들의 식생활을 매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지 내 식당에서 제공하는 메뉴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군대 밥’ 수준이 아닌데요. 부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뷔페식 식당 ‘디팩(D-Fac)’부터, 통장에 매달 현금으로 들어오는 식비인 ‘BAS’까지, 미군 식생활의 모든 것을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이 시간에, 미군의 의식주 가운데 주거와 복장을 차례로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식생활 이야기를 해보죠. 미군 부대에도 식당이 있겠죠?
기자) 물론 있습니다. 미군에서는 ‘디팩(D-Fac)’이라고 부르는데요. 급양시설(Dining Facility)을 줄인 말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대형 뷔페나 푸드코트를 기지 안으로 옮겨놨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미군은 전 세계 어디에 주둔 시설을 세우든 장병들의 영양 공급과 영내 복지를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디팩의 시설과 메뉴 구성에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진행자) 뷔페나 푸트코트 같은 것이라면, 나오는대로 먹는 게 아니라,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한 끼 식사를 하더라도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병사 네 명이 함께 디팩에 점심 먹으러 갔다고 할 때, 한 명은 양식, 한 명은 이탈리아 음식, 다른 한 명은 멕시코 음식, 나머지 한 명은 동양식으로, 한 테이블에 앉아 각기 완전히 다른 식사를 할 수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오늘 디팩 메뉴가 맘에 안 들어 밥 못 먹겠다’는 푸념은 어지간해선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진행자) 디팩에 들어가면, 어떤 식으로 메뉴를 고르게 돼 있는 건가요?
기자) 문을 열고 입장하면, 먼저 개인용 쟁반을 두 손으로 듭니다. 그러고 나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메인 배식구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안심·등심 스테이크나 바비큐 립, 로스트 치킨, 새우 구이 같은 고단백 메뉴가 매일 바뀌어 나오는데요. 보통 몇 개씩 선택지를 두기 때문에, 먹고 싶은 걸 고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안심 스테이크 주세요’하면, 곧바로 받아서 쟁반에 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갖가지 싱싱한 채소와 드레싱이 구비된 샐러드바가 있습니다. 여기선 각자 취향 대로 그릇에 담아가면 되고요. 메뉴들이 영 맘에 안 든다 싶으면, 옆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취향대로 즉석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수제 그릴 코너가 한 쪽에 있어서, 그걸 선택하면 됩니다. 또 다른 한 쪽에는 피자·파스타 코너가 있기 때문에, 그걸 골라도 되고요. 그리고 멕시칸 타코 바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음료는 물 외에 탄산음료 기계가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고요. 각종 과일 주스, 우유, 단백질 드링크가 무제한 제공되고, 후식 코너에는 각종 케이크, 파이, 아이스크림이 상시 비치돼 있습니다.
진행자) 동양식 식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어떤 메뉴인가요?
기자) 한식·일식·중식이 메인 메뉴로 주기적으로 나오는데요. 대표적인 게, 불고기(beef bulgogi)입니다. 소고기를 얇게 썰어 간장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요리하는, 한국 음식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잖아요? 이게 미군 당국이 관리하는 ‘고단백 메인 메뉴’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요. 2000년대 초부터 장병들한테 인기가 있어서, 디팩 근무자들이 ‘불고기’라는 한국어 발음도 꽤 정확하게 합니다. 그 밖에 일식 닭고기 양념구이인 ‘치킨 테리야키(chicken teriyaki)’, 중식 면요리인 ‘차오멘(chow mein)’도 인기가 있습니다.
진행자) 육·해·공군과 해병대, 우주군이 모두 이런 형태로 디팩을 운영하나요?
기자) 네. 큰 틀에서는 같은 형태입니다. 전쟁부가 전군 급양시설들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인데요. 다만 군종 별로, 그리고 기지 별로 세밀한 메뉴 구성과 운영 방식은 각기 다릅니다. 그래서 장병들의 선호도가 갈리는데요. 심지어 한 기지 안에 디팩이 여러 개 있는데, 개별 디팩마다 인기가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진행자) 장병들이 각자 어느 디팩에 갈지도 선택할 수 있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예를 들어,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와 육군 특수전사령부(USASOC), 제82 공수사단 등이 주둔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는 디팩이 많습니다. 그 중에 특히 인기있는 디팩이 두 곳인데요. 하나는 육군 항공단 디팩, 다른 하나는 특수전학교(JFKSWCS) 디팩입니다. 항공단 디팩의 경우 수제 햄버거의 품질이 뛰어난 게 인기 원인 중 하나인데요. ‘파이브가이스(Five Guys)’ 같은 유명 햄버거 체인보다 훨씬 맛있다는 장병들의 평가가 내부 매체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특수전학교 디팩은 저녁 메뉴가 특히 잘 나오는데요. 랍스터(바닷가재) 요리의 인기가 높고, 아이스크림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 아이스크림에 갖가지 토핑을 올려 먹을 수 있는데요.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에 비치된 것만큼 종류가 많습니다.
진행자) 군대 식당에서 랍스터까지 먹을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기자) 네, 특수전학교에서는 한국군을 비롯한 외국 군대 장병들도 많이 와서 위탁 교육을 받는데요. 기지 밖에 나가서 식사하거나, 기지 안에 있는 유명 체인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디팩을 찾습니다. 그만큼 잘 알려져있기 때문인데요. 이곳에서 식사한 한국 육군 대위에게 소감을 물었는데, “한국에서 먹어본 짬밥(군대 식사를 가리키는 속어)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감탄했습니다. 특수전학교 디팩 입구에는 ‘세계 최고의 전사를 위해 세계 최고의 영양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써 있고, 다양한 음식과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가 표시돼 있습니다.
진행자) 미군 장병들에게는 디팩 이용이 모두 무료인가요?
기자) 무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전 방송에서 미군의 주거를 설명해드릴 때, 부양가족이 없는 하급 병사들은 기지 내 기숙사와 같은 ‘배럭스(barracks)’에서 생활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런 병사들에게는 ‘밀 카드(meal card)’가 지급됩니다. 이걸 갖고 있으면 미군의 어떤 디팩이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장병들은 디팩 입구에서 식대를 미리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요. 값이 외부 음식점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진행자) 부양가족이 있는 장병들에겐 디팩 무료 사용 혜택이 없는 거네요?
기자) 대신, 식비에 쓸 돈이 나옵니다. 기본 식생활비(Basic Allowance for Subsistence·BAS)라는 항목 금액이 장병들의 통장에 입금되는데요. BAS를 받아서 장을 보는 데 써도 되고, 식당에 가도 되고, 디팩을 이용해도 되는 겁니다. 그리고, 주택 대출이나 임대료에 쓸 수 있는 기본주거비(BAH)가 본급여와 별도로 지급된다고 이전 방송에서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먹고사는 일에 쓸 돈은 급여와 별도로 군대에서 지급해 주는 겁니다. 그래서 급여는 저축하거나 재정적 목표를 이루는 데 쓸 수 있는 거고요.
진행자) 식비에 쓰라고 나오는 돈, BAS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계급이나 근무 장소에 따라 다른데요. 올해 기준으로 부사관과 병사의 경우 기본액이 월 476달러 95센트(한화 약 63만4천 원)이고요, 장교는 기본이 월 328달러 48센트(약 43만 6천 원)입니다. 장교보다 부사관·병사가 더 많이 받는 이유는, BAS가 기본적 식생활을 유지하라고 지급하는 것이지 계급을 반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교들은 본 급여가 더 높으니까요. 그리고, 식품 조달이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부사관·병사들에게는 BAS 액수가 더 높은데요. 기본이 월 953달러90센트 (약 126만 7천 원)입니다.
진행자) 미군이 평상시에는 이렇게 식생활을 유지하는데, 훈련시에는 어떻게 먹고 마십니까?
기자) 야전에서 먹는 전투식량, MRE를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렸었는데요. 이걸 일정 횟수 이상 반복해서 먹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MRE를 몇 끼 먹은 뒤에는 반드시 따뜻하게 요리한 음식을 섭취하게 하는데요. 대개는 야전에서도 하루 한끼는 화식을 먹도록 합니다. 미군 장병들은 이렇게 야전에서 고생하다가 먹는 따뜻한 음식 한끼를 ‘핫 차우(hot chow)’라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야전 훈련이나 파견 작전 시에 ‘모바일(mobile) 디팩’, 즉 이동식 디팩을 투입합니다. 대형 트레일러나 컨테이너 형태의 가열 주방에서 따뜻한 스테이크와 스튜, 샐러드를 조리해 배식하는 겁니다.
진행자) 해외 파병을 비롯한 전투 임무에 투입됐을 때는요?
기자) 모바일 디팩이 그 때도 작동되고요. 여기에 더해, 전장 후방에 설치되는 주둔지에 다양한 식음료 시설을 갖춥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바그다드 국제공항 기지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바그람 공군기지, 칸다하르 기지 같은 주요 거점에는 버거킹, 서브웨이, 피자헛, 그리고 스타벅스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음료점의 간이 매장이 들어섰는데요. 이런 매장들은 장병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하는데, 맛은 미국 본토에서 먹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재료를 그대로 가져가서 조리법 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서요.
진행자) 어떻게 군사 작전지역이나 분쟁 지역 한가운데에 유명 프랜차이즈의 간이 매장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미군의 특수 수송 컨테이너와 모바일 트레일러 시스템 덕분입니다. ‘전술 야전 매장(Tactical Field Exchange·TFE)’ 시스템이라고 하는데요. 주력 수송기인 C-130이나 C-17에 특수 조리 설비와 냉동고, 전력 발전기가 내장된 표준 규격의 컨테이너를 실어 운반합니다. 주둔지에 도착하면 컨테이너 문을 열고 발전기와 용수 장치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단 몇 시간 만에 패스트푸드 조리 라인이 완성됩니다.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기지에 있던 버거킹 매장은 트레일러를 개조해 만든 곳이었는데요, 매일 재료가 동날 정도로 장병들의 인기를 모았습니다.
미군 특전사 식당의 랍스터 정식부터 월 400달러 넘게 지급되는 식비, 그리고 분쟁지 한가운데에 차려지는 전술 패스트푸드 매장까지 살펴봤습니다. ‘잘 먹여야 잘 싸운다’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원칙이 미군의 압도적인 전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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