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서 탁월한 근무 성적으로 주목받던 한 여군 부사관이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고, “모든 게 멈춰선 것 같은 절망”에 맞닥뜨렸습니다.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 그 여군은 군사훈련 교관이자, 전국 방송에 나서는 육군 대표 피트니스 선수가 됐습니다. 무거운 고난을 오히려 디딤돌 삼아 도약한 서맨사 러미런드 중사의 이야기, 미 육군 예비군 사령부 공보실을 통해 취재해왔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서맨사 러미런드 미 육군 중사입니다. 텍사스주 라운드록 예비군센터에서 근무 중인 훈련교관인데요. 훈련교관의 직무는, 정기 소집되는 예비군 장병들이 전투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미군에서 예비군 훈련교관은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직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왜냐면, 평소 민간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군기가 느슨해진’ 예비군 장병들이 훈련 기강을 잡아야 하는데요, 이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교관은 그래서 누구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규율을 지켜 모범을 보여야하고, 병사 기본 기능에도 탁월해야 합니다. 오늘 이야기 주인공인 러미런드 중사에게 훈련받는 제프리 플로렌스 상병은 “멈출 수 없는 진정한 파이터(She is definitely unstoppable and a true fighter)”라고, 러미런드 중사를 VOA에 소개했습니다.
앵커) 훈련생한테 그 정도로 찬사를 받는 교관이라면, 정말 탁월한 군인이다 싶은데요?
기자) 그렇죠? 러미런드 중사는 정기 체력 검사에서도 항상 남성 동료와 고참, 후임 장병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여군의 한계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표본이라고 동료 훈련교관들이 평가하는데요. 개별 종목에서 만점을 놓친 적이 없고요. 더욱이 육군 전체를 대표하는 ‘워리어 피트니스 팀’ 소속 크로스핏 선수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원래 주특기는 전투 공병입니다. 이 분야는 여군 비율이 극히 낮습니다. 여군이지만 남성 장병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탁월한 군인인 건데요. 하지만 5년 전, 러미런드 중사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국면에 있었습니다.
앵커) 5년 전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군대 생활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민사작전(Civil Affairs) 보직 지원을 위해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민사작전 요원이 되려면 특수부대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USASOC) 예하에 3대 주요 전력이 속해있습니다. 첫째, 이전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정예 부대 ‘그린베레’가 있고요. 둘째, 과거에 ‘심리전단(Psycological Operation Group)’이라고 불렀던 군사정보지원단이 있고요. 셋째, 민사작전단이 있습니다. 민사작전단은 분쟁지역에 들어가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해당 지역이 안정화되면 군정 업무를 담당합니다. 한국에서도 미 군정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걸 담당하는 병력이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의 민사작전단이고요. 민사작전단의 최상위 부대인 제95 민사여단이 처음 구성된 곳이 한국입니다. 부대 마크에 남대문이 그려져 있습니다.
앵커) 러미런드 중사가 군대생활을 워낙 잘 했기 때문에, 특전사에 들어가 민사작전요원이 되려고 했던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사작전 요원 자격 검증 코스에 들어가려면 전신 건강검진이 필수였는데요, 검진 결과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이미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 상태였던 겁니다. 러미런드 중사는 이 소식을 처음 들었던 당시를 회고하면서 “내 인생으로 뭔가 크고 대단한 걸(특전사 전입) 해내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게 갑자기 멈춰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치료는 잘 됐습니까?
기자) 네. 의료진은 자궁경부에서 비정상적인, 암 전 단계 세포를 제거하는 루프전기 절제술(LEEP) 시술을 권했습니다. 다행히 시술은 성공적이었고 암은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골반저(pelvic floor) 치료가 필요한 후유증이 남았는데요, 지금도 이 치료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수술 이후에, 군 생활에서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담당 의료진과 함께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소속 부대에 1년간 ‘의료 안정화 휴직’을 신청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인사명령 상에 이미 조지아주로 횡단 이동하도록 정해져 있었던 탓에, 휴직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러미런드 중사는 환멸과 사기 저하 속에서 현역을 떠났습니다.
앵커) 그 때 심정을 러미런드 중사가 직접 ‘환멸’과 ‘사기저하’라고 표현한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의 절망적인 심정을 ‘환멸(disillusioned)’과 ‘사기저하(demoralized)’로 표현했는데요. “솔직히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많은 걸 그냥 여러 사람들에게 반감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건강한 방식은 아니었다”고 당시 심정을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분노가 한동안은 동력이 됐지만, 그것도 유효기간이 있었습니다. “분노는 어느 정도까지만 끌고 갈 수 있다. 당시엔 효과가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고 돌아봤습니다. 러미런드 중사가 이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상담 치료였습니다.
앵커) 현역을 떠났다고 했는데, 그럼 아예 전역하기로 한 건가요?
기자) 처음엔 완전히 군을 완전히 떠나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전역을 준비할 때 다양한 상담과 교육을 받거든요. 그 중에 예비군 전환 제의가 포함됩니다. 이 과정에서 예비군 모병관이 예상치 못한 제안을 건넸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주특기로 즉시 받아들이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현금 보너스까지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겁니다. 러미런드 중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서, 제355연대 1대대 델타(D)중대에 합류했고, 예비군으로서 새로운 장을 시작했습니다.
앵커) 예비군 생활이, 현역이던 이전과는 어떻게 달랐나요?
기자) “예비군에서는 정말 건강한 역학관계를 갖게 됐다. 훨씬 유연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이전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미국 예비군은 평소엔 생업에 종사하다가, 한 달에 주말 이틀, 그리고 1년에 정해진 기간에 맞춰 훈련, 이렇게 한시적으로 소집에 응하는 것이거든요. 러미런드 중사은 이렇게 ‘유연하게’ 군생활을 이어가면서 다시 자신감을 찾았고요. 첫 훈련 주말에 체력 검사 만점을 받았습니다. 암을 이겨내고 군인으로 복귀한 첫 체력 검사에서 만점이라는 성취를 한 겁니다. 소속 부대가 만점을 받은 걸 기념해서 기념 코인을 줬는데요, 작은 몸짓이었지만 러미런드 중사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집에 운전해 가면서 눈물이 났다. ‘이게 그건지도 몰라. 내가 필요했던 변화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게다가 러미런드 중사가 필요로 해온, 예비군의 유연함은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됐습니다.
앵커) 어떤 기회를 갖게 된 겁니까?
기자) 육군 대표 피트니스 팀인 ‘워리어 피트니스 팀’에 합류할 기회였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팀 리더인 캐서린 커닝햄 대위가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러미런드 중사가 대신 투입됐는데요. 함께 훈련해본 적도 없던 동료들과 팀을 이뤘는데, 러미런드 중사의 탁월한 기량을 바탕으로, 첫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게 일회성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열린, 주요 피트니스 대회인 ‘피티스트 익스피리언스(TFX)’ 프로팀 부문에 출전해서, 또 한 번 3위 입상을 했고요. 개인 종목에선 2관왕까지 차지했습니다. 이 성과로 올해 말 열리는 ‘FTX 인비테이셔널’ 출전 초청까지 받았습니다. 게다가 이제 방송에도 진출하게 됐습니다.
앵커) 피트니스 관련 방송에 출연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마존이 제작해서 트위치를 통해 전국 방송되는 경쟁 프로그램 ‘필드 테스티드(Field Tested)’에, 육군 전문가 자문단 여섯 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민간인 참가자들이 군인들을 본 받아 신체적·정신적 도전과제에 맞서는 내용의 리얼리티 쇼인데요. 러미런드 중사는 이들을 직접 코치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게 됩니다. 러미런드 중사는 방송 출연에 관해 “이 방송이, 사람들이 직접 도전해보고 싶게 만들면 좋겠다”고 큰 기대를 표현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체육관을 찾아보든, 모병관과 얘기해보든, 아니면 그냥 자신의 안전지대 밖으로 한 발짝 나가보든” 도전하도록 이끌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전’이야말로 젊은 세대를 이끄는 원동력이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암을 이겨내고, 군사 훈련 교관과 피트니스 선수가 된 러미런드 중사야 말로 ‘도전의 상징’과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미런드 중사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현재 미들테네시주립대학교에서 운동과학 학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러미런드 중사는 자신이 겪은 지난 5년에 관해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80살이 넘어 포치(집 앞의 현관 주변 공간)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있다고 상상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았다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라고요.
Outro)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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