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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한반도 통일 위해 북한 엘리트에 초점 맞춰야"


지난 8월 평양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
지난 8월 평양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한반도 통일을 목표로 결성된 일본 내 한인단체가 엘리트 탈북민을 초청해 통일 문제에 대한 북한 엘리트의 시각을 살펴보는 강연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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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북한을 탈출해 2016년 미국에 정착한 30대 남성 이현승 씨.

[녹취: 이현승]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그걸 보면서 분노하지 않은 엘리트가 없습니다. 장성택 사건을 겪고 과거의 숱한 사건을 겪으면서 나의 지인, 나의 친척, 나의 동료를 잃지 않은 북한의 엘리트가 없습니다. 모두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아픔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현승 씨는 한반도 통일 방안의 하나로 북한 엘리트들에 초점을 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측근과 친지들 또한 숙청 당하는 것을 지켜본 북한의 엘리트들은 이미 김 씨 정권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외부 세계가 이런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현승 씨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간부를 지낸 리정호 씨의 아들로, 북한의 엘리트 출신입니다.

북한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금성학원과 평양외국어학원에서 공부한 데 이어 중국 동북재경대학을 졸업한 뒤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에는 노동당에 입당했습니다.

특히 2006년부터 7년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국 다렌지구 위원장을 맡으며 북한 청년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북한 미양선박회사 중국지사 부대표를 맡아 북-중 무역과 선박 운영에 관여했던 이 씨가 아버지와 함께 망명을 결심한 것은 김정은에 의해 친구들과 동료를 잃으면서 북한 정권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중국 유학 시절 외부 세계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가며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떠날 결심이 선 것은 김정은의 잔악함과 배신감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망명생활이 5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VOA에 엘리트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한국사회와 미국의 정치 경제,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배우고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시각은 무엇이고, 북한 엘리트로서 국제사회에 내가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많은 분들과 교류를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시장경제의 우월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래서 어느 정도 저도 이런 것들을 배우고 나서 제가 북한이라는 사회에 대해서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26일 민간단체인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일본지부(J-AKU)가 마련한 온라인 포럼 ‘북한 엘리트의 시각과 경험-조국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향하여’에 강연자로 나선 이현승 씨.

이 씨는 2시간 넘게 진행된 강연에서 ‘가족의 망명, 엘리트로서의 배경과 경험, 북한 엘리트의 미국,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에 대한 시각,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분석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엘리트의 시각과 통일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장성택 처형이 가족 망명의 직접적 이유라며 강연을 시작한 이 씨는 3년 3개월간 자원해 복무한 군대에서의 경험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현승] “그들은 제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오른손마다 2개의 손가락들이 다 잘려 있었습니다. 그 병사들이 군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손가락 두 마디 씩을 잘라버렸다고 합니다. 북한군 규정에는 손가락 두 마디 이상이 없으면 자동으로 제대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배고픔과 구타, 고된 노동과 훈련, 열악한 환경을 버틸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씨는 아직도 그들의 손이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중국 유학 시절에도 조국인 북한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놓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유학 3년이 지나면서 인식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중국에서 뉴스와 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3년이 지나서 저의 인식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북한 정권이 하는 선전이 거짓이라는 것과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낙후한 3세계 국가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원이라는 자각과 내가 딴 생각을 하면 가족이 피해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북한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품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고, 북-중 무역이 활발한 상황에서 장성택 처형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소개했습니다.

강연의 핵심 내용인 ‘외부에 대한 북한 엘리트의 시각’에 대해 이 씨는 중국과 북한은 혈맹이며 중국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알고 있지만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중국 정부가 30년간 개혁개방을 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었으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나 핵실험에 줄곧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에 정말 싫어했습니다.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먼저 만나자 많은 군 장성들이 모인데서 “시진핑 개새끼” 라고 욕하면서 중국과의 모든 비지니스를 중단하고 러시아와 동남아로 교류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북한의 엘리트들은 일본 제품과 기술을 매우 선호하며, 개방 후 일본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은 미국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기에 미국을 경제, 군사, 기술력에서 세계 최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이밖에 북한 엘리트들은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은 절대 원하지 않으며, 한국과 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경제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를 모르는 것이 이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북한 주민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평화적이고 협력적인 통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통일을 위해 외부 세계가 엘리트들의 시각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시체계와 연좌제가 뿌리 내린 북한에서 주민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낼 동력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이현승] “아무래도 자의든 타의든 김정은 정권과 같이 북한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엘리트들이 그들의 결정을 통해서 정권도 또 변화가 쉽게 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단지 그들이 그들 앞에 지금 비전이 없고 지지해줄 세력이 없기 때문에, 자기들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방향을 못잡아서 그럴 뿐이지 만약 그런 지지가 있다면 그들이 매우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시각 읽고 그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그들을 어떻게 우리가 더 빨리 파악하고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이 씨는 엘리트들이 깨닫고 각성한다면 일반 주민의 몇 백 배의 힘이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이들에게는 비전과 지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엘리트에 초점을 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시각에 대해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북한 내부가 아닌 해외에 있는 엘리트를 거론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옛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의 몰락에 외부에 있던 엘리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며, 엘리트 탈북민들이 이끄는 그룹은 생산적이고, 이들의 북한 내부 정보력은 매우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온라인 포럼에는 일본과 한국, 미국 등지에서 80여명이 참여해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씨는 강연 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살해 사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지시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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