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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들, 유엔에 “통일부 등록단체 사무검사 규탄” 서한


지난 2016년 3월 탈북자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6년 3월 탈북자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들이 통일부의 등록단체 사무검사 계획과 관련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 규탄 서한을 보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해당 단체의 협조를 전제로 한 적법한 관리감독 조치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한국 내 21개 대북 인권단체들은 최근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유럽연합 EU를 비롯한 각국 외교 관계자들에게 한국 통일부의 비영리 등록법인 사무검사 방침을 규탄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서한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대북 인권단체들에 하려는 일련의 조치는 우려할 만한 통제 조치의 시작”이라며 “대북 인권단체들과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억제하려는 한국 정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런 시도를 철회하도록 국제사회가 촉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16일 최근 문제가 된 대북 전단 살포 건을 계기로 이달 말부터 소관 비영리 등록법인에 대한 사무검사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에 김정은 체제를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과 쌀 등을 살포해 온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두 개 탈북민 단체에 대해 17일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통일부는 이들 단체의 행위가 법인 설립목적 이외의 사업에 해당하고,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 추진 노력을 심대하게 저해하는 등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해쳤다며 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과 정착 지원 분야의 등록법인 95곳 가운데 매년 제출해야 하는 운영실적을 보고하지 않은 곳이나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한 곳 등 25개 법인을 추려 1차로 사무검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이들 25개 단체 가운데 탈북민이 법인 대표인 등록법인은 모두 13곳입니다.

통일부는 25개 단체 선정 기준에 대해 “대북 물자 살포 과정에서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접경지역 주민들과 충돌 직전까지 가는 등 사회적 위험 요소가 현저하게 증가했다”며 “이와 관련한 단체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조치가 ‘통일부 장관은 민법 37조에 따라 법인 사무검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법인에 관계 서류와 장부 등을 제출하게 할 수 있고 소속 공무원에게 법인의 사무와 재산 상황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는 통일부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북 인권단체들은 통일부가 대북 전단 단체에 대한 법인설립 허가 취소 처분에 이어 북한 인권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20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통일부가 대북 인권 또는 탈북민 단체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하지 않던 사무검사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대북 전단 단체의 법인설립 허가를 정부의 통일정책을 심대하게 저해했다는 이유로 취소한 점을 지적하면서 사무검사를 통해 시민단체의 정부 비판 기능을 질식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정부가 북한에서 문제 제기한 전단 2곳을 취소한 이후에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북한인권단체들을 다 침묵 또는 정부에 협조하라고 압박하는 그런 분위기가 자꾸 만들어지니까 이렇게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이제 항의를 정부에 보내봐야 정부에서 무시를 하는 일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이제 국제사회에 알려서 이 문제를 예의주시해달라, 국제사회가 일종의 경고음을 내달라 이런 요청의 취지였고요.”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대북 전단 문제가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에 대한 사무검사 계획을 세우게 된 계기인 것은 맞지만 강제수사권이 없는, 해당단체의 협조를 전제로 한 행정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법인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2개 단체 이외에 대북 물자 살포 행위를 하는 단체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로선 이번 취소 처분을 계기로 다른 북한 관련 단체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볼 필요성이 생겨 법에 따라 사무검사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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