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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권 전문가들 “대북전단 금지, 북한에 아부한 것...표현의 자유 재갈”


지난 2013년 2월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북전단을 보낸 탈북민 단체 2곳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미국 인권 관계자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조치로 전 세계의 모범이 됐던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크게 훼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했던 전직 관리와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정책 결정 시 지켜야 할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를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이 김여정의 사나운 비난 뒤에 나왔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problem with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decision to ban balloons is that it came after a particularly vicious blast from Kim Yo-Jong.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quick announcement that it was banning fliers on balloons looks like South Korea simply buckling under to a North Korean demand.”

2009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한 킹 전 특사는 VOA에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풍선을 금지하겠다고 신속히 발표한 것은 한국이 그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달 4일 발표한 담화에서 “탈북자라는 것들이 기어 나와 수십만 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 보내는 망나니짓을 벌였다”며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한국 정부를 위협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김여정의 담화 발표 직후부터 통일부가 대북전단 금지를 공식 추진한 데 대해 “한국이 그렇게 비굴하고 아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북한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북한과 관여하고 싶어 북한이 무엇을 요구하든 들어준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t does not position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deal effectively with the North by responding in such a servile and obsequious way. It gives the impression that the South is so anxious to deal with North Korea that it will do whatever the North asks. This will only raise the demands that the North will make in any effort to make progress on North-South relations.”

지난 2013년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민간단체들의 차량 진입을 막고 선 한국 경찰
지난 2013년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민간단체들의 차량 진입을 막고 선 한국 경찰

킹 전 특사는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어떤 노력에 대해서도 더 많은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의 효과와 가치에 대해서는 합당한 우려가 있다”며 “풍선을 통제하거나 조종할 수 없어, 날려보낸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re are legitimate concerns about the effectiveness and value of sending leaflets to North Korea. The balloons can't really be controlled and guided, so where they go once they are released is difficult to determine.”

앞서 한국 통일부는 17일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면서 “해당 단체들이 정부의 통일 정책과 통일 추진 노력을 심대하게 저해하는 등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북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쳤다”고 덧붙였다. 허가가 취소되면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자격도 취소돼 기부금 모금이 어려워지고 관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를 “재앙적인 결정”으로 규정하고, “현 한국 정부가 북한 지도부를 달래기 위해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탈북민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is is a catastrophic decision. It is also clear indication that the current ROK government is suppressing the voices of former North Korean activists critical of the Kim regime in order to appease the North Korean leadership.”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적어도 고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20여 년 동안, 우리는 한국을 경제 강국이자, 가장 중요하게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역내를 넘어선 다른 나라들의 롤모델로서 높이 평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For over two decades, at least since the election of the late President Kim Dae-jung to the Blue House, we have been praising South Korea as an economic powerhouse and, most importantly, a democracy that has been a role model for others in the region and beyond.”

하지만 “김정은에게 비판적인 탈북민 운동들과 단체들을 강력히 탄압하는 것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여전히 우리가 알던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아니면 김정은의 북한을 스스로 자초한 비참한 가난 속에서 꺼내주거나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고 싶어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로 떠내려가는 것인지” 묻고 싶다는 겁니다.

지난 4월 서울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2주년 행사가 열렸다.
지난 4월 서울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2주년 행사가 열렸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e crackdown on activists and organizations critical of Kim Jong-un raises a serious question: Is South Korea still the democracy we used to know? Or is South Korea drifting toward authoritarian capitalism, hoping to lift Kim Jong-un's North Korea out of its self-inflicted abject poverty and meet somewhere in the middle?”

수전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끔찍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사람들보다 김 씨 독재 정권을 더 염려하고 지지하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It is terrible and another example that Moon Jae In is more concerned to support the Kim family dictatorship than the Korean people - north or south.”

숄티 대표는 “문 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폐쇄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정보와 지원을 전달하려는 탈북민을 괴롭히고 위협하면서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헌법과 한국이 서명한 국제 협정들도 위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He is slowly eroding South Korea's liberal democracy by shutting down free speech and harassing and intimidating the North Korean defectors who are risking their lives to get information and support to their loved ones. He is also violating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 and the international conventions to which the ROK is a signatory.”

앞서 국무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한 VO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늘리며, 북한의 인권 존중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대북전단 살포가 그런 수단에 속하는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를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정권의 외부 정보 차단을 비판하고 다양한 정보 유입 방안을 모색해오면서도, 한국에서 이뤄지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개적 언급을 삼가왔습니다.

킹 전 국무부 특사는 “미국은 대체로 대북전단 풍선 문제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전단을 보내는 주체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풍선이 한국 땅에서 날아가기 때문에 이는 훨씬 직접적인 남북 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United States has generally stayed away from the balloon/leaflet issue. It is much more a direct North-South question because balloons are sent principally by groups that operate in South Korea and they are sent from South Korean soil. I don't think the U.S. has spoken out publicly about the balloons. I don't think we made any official statements on it when I was Special Envoy.”

2016년 탈북자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낸 1달러 지폐와 대북전단 (자료사진)
2016년 탈북자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낸 1달러 지폐와 대북전단 (자료사진)

이어 “미국 정부가 대북전단 풍선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2009년에서 2017년까지 인권특사를 지내는 동안에도 우리가 공식 성명 등을 발표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일반적인 용어를 통해 정보의 자유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차단하는 데 대해 비난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U.S. has in general terms expressed support for freedom of information and criticized North Korea for limiting access to information from other countries, including information from South Korea.”

실제로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들도 대북전단 살포에 관한 한 미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관련 활동에 자금을 제공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숄티 대표는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대북전단 풍선에 대한 지원을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We were never able to get the US Government to support the balloon launches despite repeated requests. The irony is that balloon launches, rice bottle launches and radio broadcasting are the safest methods to get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as cross border transfers have become increasingly difficult.”

그러면서 “역설적인 것은 국경을 통한 전달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대북전단 풍선을 날리고, 쌀을 담은 페트병을 띄워 보내며,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확대한다는 국무부의 일관된 원칙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대북전단 살포를 간접적으로 지원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국무부는 미 정권이 여러번 바뀌는 동안에도 정보 캠페인을 지원해 왔다”면서 “그러나 미국 정부가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살포하는 활동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댄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e State Department has supported information campaigns under multiple presidential administrations. But the USG has not directly funded balloon launches. However, some of the groups funded by the State Department or NED may have engaged in balloon launches supported by other donors.

다만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국무부나 미국 민주주의 진흥재단(NED)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일부 단체들이 다른 기부자의 도움을 받아 대북전단 살포에 나섰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사만사 파워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2016년 10월 한국을 방문해 다양한 배경의 탈북민을 잇따라 만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워 전 대사는 당시 북한인권단체인 ‘노체인 (No Chain)’의 정광일 대표의 집을 직접 찾아 1시간 넘게 환담을 나누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외부 정보 유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많은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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