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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종 코로나' 총력전 속 공식행사 잇따라 취소


지난 8일 평양 거리에 북한의 건군절인 '2.8절 경축' 포스터가 걸려있다.
지난 8일 평양 거리에 북한의 건군절인 '2.8절 경축' 포스터가 걸려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공식 행사들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들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비상방역지휘부를 설립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의 17일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2월 17일] “우리나라에서는 이 전염병이 절대로 침습하지 못하도록 전국가적, 전사회적인 투쟁을 힘있게 벌려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가운데 매년 빠짐없이 진행했던 주요 공식 행사들 마저 잇따라 취소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 기념 행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은 이날이 1995년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격상된 이후 해마다 국가적 차원의 행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기념했습니다.

특히 매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을 경축하는 대규모 중앙보고대회를 생일 전날 개최했고, 여기에는 노동당 부위원장을 포함한 고위급 관리, 북한 주재 외교∙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2017년 2월]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탄생 75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개회를 선언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이 행사가 계속 진행됐고, 김 위원장이 직접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올해 이 행사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9년 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을 찾은 평양 시민들(위)과 올해 2월 만수대 언덕을 찾은 평양 시민들(아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영향인 듯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많다.
지난 2019년 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을 찾은 평양 시민들(위)과 올해 2월 만수대 언덕을 찾은 평양 시민들(아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영향인 듯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많다.

한국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북한이 광명성절에 처음으로 중앙보고대회를 열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또한 1997년을 시작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때마다 매년 개최됐던 ‘김정일화 축전’도 올해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여 주목됩니다.

[녹취: 조선중앙통신 2019년 2월] “민족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광명성절을 맞으며 제23차 김정일화축전을 진행하게 됩니다.”

북한 관영 매체는 통상적으로 1월 중순에 ‘김정일화 축전’ 진행을 예고하고 2월 초에 이를 홍보하는 선전화를 공개했지만, 올해는 관련 보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 밖에 피겨스케이팅 축제와 수중발레 시범공연,미술전시회와 우표전시회 등도 해마다 광명성절 축하 행사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관련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북한 관영매체에 광명성절 경축행사로 보도된 것은 삼지연에서 열린 얼음조각축전이 전부입니다. 대신 각 지역의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등 낮은 단위에서 경축공연무대를 진행하거나 체육경기대회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2018년에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을2월 8일로 변경한 이후 대대적으로 기념해 왔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한국의 김연철 장관은 18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건군절 행사도 “예년에 비해 소규모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에는 남북관계가 해빙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민군 창건일 70주년을 맞이해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육성 연설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작년에는 정주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세 개의 행사를 진행하며 인민군 창설 71주년을 기념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군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건군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오는 4월 15일, 또 다른 최대 명절이자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날을 광명성절과 비슷한 방식으로 김일성화 축전, 중앙보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기념합니다.

특히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완공 시점을 태양절로 지정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북한이 그 때까지 국경 폐쇄를 풀지 않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태양절을 기념할 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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