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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출신 탈북민들 "노동당, 인민대중 아닌 수령 사유화 변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동당 중아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18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30일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북한 노동당이 인민대중이 아닌 수령 개인의 사유화된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전직 북한 간부 등 당원 출신 탈북민들이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60여년 전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은 75년 전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지향하는 프롤레타리아, 즉 노동자 등 무산계급이 주도하는 혁명 세력의 전위대 역할을 담당하며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당 규약을 인민대중이 아닌 수령 중심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당 규약은 노동당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 철학부 출신으로 청진의대에서 주체사상 담당 교수를 하다 탈북한 현인애 한국 이화여대 초빙교수입니다.

[녹취: 현인애 교수] “처음에는 노동계급의 정예부대다, 선봉대라고 말을 했는데, 북한이 당의 정의 자체를 바꿨죠. 수령의 혁명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무기다.”

한국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은 올해 발표한 ‘2020 북한 이해’에서 이런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로 인해 모든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노동당의 원칙은 수령 1인 지배로 대체됐고, 노동당의 기본 역할과 자율성은 제약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교육원과 북한 노동당원 출신 탈북 지식인들은 북한이 수십 년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비난받는 이유는 노동당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공산당과 달리 “수령의 영도를 받는 하급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당 규약에 따르면 노동당은 ‘민주주의 중앙집권제 원칙’에 의해 운영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당원의 합의보다 수령을 정점으로 한 소수집단의 하향식”,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1인 지배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현인애 교수입니다.

[녹취: 현인애 교수] "민주주의 중앙집권제라는 게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가 서로 결합이 돼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민주주의는 하나도 없고 중앙집권제만 있다 보니까 결국 당이 저렇게 한 사람의 수단과 독재가 된 겁니다.”

북한 호위사령부 산하 ‘청암산 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노동당이 수령 개인을 위해 자유와 다양한 의견을 억압한 대가를 인민대중이 대신 치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이윤걸 대표] “잘못하면 그것을 바로잡고, 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새로운 방안을 위해서 서로 힘을 합해서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 적극 개발하는 게 인류사회 발전의 가장 합리적인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반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당이 창건 기념일마다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지만, 정작 김일성 주석이 1962년, 모든 인민에게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해 주겠다고 한 약속은 이런 문제로 거의 60년이 되도록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지난 7일 노동당 창립 75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북한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지난 7일 노동당 창립 75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 대표는 “노동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당이 수령 개인의 사유화로 변질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윤걸 대표] “(초창기에는) 사회 중추 기관의 역할을 한 적이 있지만,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부터 북한 노동당은 완전히 김씨 가문의 이질화, 변질화, 한 개인의 사유화로 넘어갔고, 그 노동당의 당원들은 모두 사회 중추기관의 역할이 아니라 김씨 가문에 충성하는 사람들로 의식적으로 변질시켰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

미국 정부도 노동당이 주도하는 김씨 가족의 영원한 우상화가 북한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합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팩트북’에서 “노동당은 사망한 김일성과 김정일을 각각 영원한 주석과 총비서로 계속 등재”하는 “1당 독재국가”로 정의하고 있고, 국무부도 해마다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당이 오히려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를 주도한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노동당 간부를 지낸 한 관계자는 8일 VOA에, “정당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해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북한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사람을 위해 모두가 복종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체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정치범수용소로 직행하거나 처형되기 때문에 “노동당은 반인륜적 폭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 인권 침해의 주요 가해자는 조선노동당 핵심 기관과 당 관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조선노동당의 권력에 진정한 견제와 균형을 도입하도록 지체 없이 근본적인 정치적‧제도적 개혁을 실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COI 북한 최종 보고서] “Undertake profound political and institutional reforms without delay to introduce genuine checks and balances upon the powers of the Supreme Leader and the Workers’ Party of Korea.”

20대 후반에 노동당에 입당한 뒤 해외 파견 업체와 식당 지배인으로 근무했던 허강일 씨는 “노동당 당기에 그려진 노동자와 지식인, 농민을 상징하는 망치와 붓, 낫은 북한에서 이제 허상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이 세 부류를 노동계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선전을 하지만 실제로 보면 이 인테리와 노동자, 농민 출신이 잘 되는 게 없습니다. 다 특권층만 잘살죠. 내가 태어나서 빨치산 줄기나 출신 성분이 좋으면 계속 잘 사는 거고요. 내가 바닥 출신이면 아무리 당에 열성해도 필요가 없죠. 다 거짓말인 거죠.”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입당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고, 옛 조선 후기 상민이 돈을 주고 양반 신분을 사듯이 평양에서는 일반 시민이 평균 1만 달러를 뇌물로 내야 입당이 가능할 정도로 부패도 만연돼 있다는 겁니다.

허 씨는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며 속도는 느리지만 다양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는 다당제, 누구나 원하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자본주의 다당제가 좋은 것은 대통령이 아무리 독단으로 하고파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던질 수 있으니까 좋은 거예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대통령도 배우고 아 이거 내 생각이 짧았구나 하고 대통령도 생각할 기회를 주잖아요. 그러나 북한의 독재자는 너무 지도자가 자기 권한으로만 누르니까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잘 모르죠.”

노동당원 출신 탈북 지식인들은 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몇몇 국내·대남 사안과 관련해 자신의 부족함과 사과를 표시한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동당의 역할과 본질, 정치 형태의 변화, 공식 경로를 통한 명확한 사과 등으로 변화 여부를 판단해야지, 말이나 외형적 제스처, 모호한 표현은 당에서 배우는 심리 전략의 일환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윤걸 대표 등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크게 치를수록 주민들의 불만만 더 커질 것이라며, 유엔이 매년 호소하는 북한의 식량 문제만 노동당이 해결해 줘도 후한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윤걸 대표] “최소한 먹는 문제라도 해결해 줘라. 본인들은 그렇게 먹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정말 이런 식으로 끌고 가는 자체가 말이 안 되죠. 주변 나라들 보세요. 얼마나 잘 먹고 잘삽니까? 왜 그러면 그 조그만 북한만 그렇게 힘든지에 대해 당의 고위 간부들은 본인들의 지금 생활에 대해 냉정하게 인간적으로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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