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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찰기 이번주 한반도 출격 20여회…북 도발 연관성 주목


미 공군의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 '리벳 조인트'.
미 공군의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 '리벳 조인트'.

미 정찰기들의 한반도 출격이 잦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약 20회 출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북한의 도발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한주간 한반도에는 여러 종류의 미국 정찰기들이 포착됐습니다.

4일과 7일, 10일에는 미 공군 소속 정찰기 ‘RC-135W 리벳 조인트’, 8일에는 미 해군 소속 EP-3E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는 사실이 항공 추적 전문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또 중간중간 ‘RC-12X 가드레일’과 같은 주한미군 소속 정찰기들도 서울과 경기남부 일대 상공을 비행한 모습이 관측됐으며, 제한된 정보만을 공개한 미상의 비행체가 한국 서해와 중부, 남해 등을 여러 차례 선회하는 장면도 레이더망에 잡혔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기가 포착된 횟수만 20여회로, 최근 빈번해진 출격 양상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정찰기들이 포착됐다는 건 신호 송신기기인 ‘트랜스폰더’를 켠 정찰기들이 민간 군용기 추적 전문가들에게 식별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찰기들이 과거에 비해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정찰기들이 의도적으로 신호를 노출한 채로 비행하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해석은 가능합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미군 정찰기 등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항공기들의 비행 목적을 묻는 VOA의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빈번해진 정찰기들의 한반도 출격과 북한의 도발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군용기 추적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노콜사인’은 VO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 혹은 당일에 정찰기가 포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미군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북한의 군사행동을 미리 판단하는 걸로 추정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3월 말 한반도 상공에는 여러 종류의 정찰기가 이례적으로 같은 날 한반도 서해 일대에 나타났는데, 북한은 얼마 뒤인 21일과 29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 당과 무력의 국가 최고 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3월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보셨습니다.”

‘노콜사인’은 자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미 정찰기가 한반도에 자주 출현한 시점을 ‘작년 11월말부터 1월초’, 그리고 ‘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로 꼽았습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도발을 예고한 지난 연말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기가 일부 겹친다는 설명입니다.

한반도에 나타난 정찰기들은 대부분 미사일 발사 전 통신 신호를 감청하거나, 지상 병력과 장비의 움직임 등을 감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출격이 잦은 ‘RC-135W 리벳 조인트’는 미사일 발사 전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했으며, ‘EP-3E’도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달 23일 한반도 상공에는 미 공군이 단 2대만을 보유한 ‘RC-135U 컴뱃 센트’가 출격했는데, 이 정찰기는 수 백 km 밖에서 지상에서 나오는 전자신호와 전자파를 탐지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과 탄도미사일의 궤도 분석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주한미군이 보유해 최근 하루에만 수회 포착되는 ‘RC-12X 가드레일’과 'EO-5C 크레이지 호크' 역시 통신과 신호정보를 감청할 수 있는 미국의 정찰 자산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부터 한국 중부 상공 일대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되고 있는 미상의 비행체의 포착 빈도수가 높아진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이 미상의 비행체들은 ‘호출부호’만을 공개하고 있어 소속이나 항공기의 종류 등은 알 수 없습니다.

민간 항공추적 웹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와 군용기 추적 트위터 계정 등에 따르면, 이 비행체들은 2~3월 주로 충청남도 천안과 태안, 평택 등 한국 중부 일대를 수십 회 돌았지만, 3월 말부턴 서해와 남해 등으로 위치를 옮겨 비행 중입니다.

한반도 시간으로 11일 오전 2시 현재도 이들 비행체 중 1기가 태안 인근 서해상공을 날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정찰기들이 위치를 노출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Fundamentally we don’t know, if they turn their transponder…”

미 정찰기들의 출격이 빈번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트랜스폰더를 켰다는 건 북한 등에 이를 알리고자 한 의도가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켜보고 있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더라도 우리는 다 알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베넷 연구원은 추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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