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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국은 중립국 아닌 동맹...미북대화 압박 말아야"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기후 변화 정상회의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참석했다.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기후 변화 정상회의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참석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 미-북 대화 복원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중립국처럼 처신하며 동맹인 미국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파괴하려는 정권과 한국을 방어하려는 동맹 사이에서 중개인을 자처하는 것은 불가능한 접근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북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법에 대해 ‘동맹인 한국이 중립국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한국의 중재는 중립적 역할이나 중간자 입장을 암시한다”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이 동맹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I doubt that mediation is helpful. It implies a neutral role and an intermediate position. But the US and ROK are allies.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북미가 마주 앉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28일 공개된 ‘2021년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에서도 전쟁 불용과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문제 해결 3대 원칙을 견지하고, 북미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미-북 간 조속한 대화 재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는 이같은 전략은 미국과 북한 모두의 비난을 자초해 동맹국과 적국 사이에서 자칫 한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아무리 미-북 간 중재 역할을 하려고 해도 북한은 여전히 한국을 미국의 동맹으로 비판한다며 “북한은 미-한 관계를 벌려놓으려 하는데, 한국 정부가 미-북 간 공정한 역할을 암시하는 중재자를 자임하는 것은 북한의 손에 놀아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North Korea is precisely trying to drive a wedg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and by using words like mediator, suggesting an even-handed rol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Korea, you could make the case that South Korea is playing into North Korean hands.”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이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경험했던 근본적 결함이 있는 전략”이라며 “이런 개념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을 파괴하는 데 전념하는 정권과 한국을 방어하는 데 전념하는 동맹 사이에서 한국이 중개인을 자처한다는 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AEI 선임연구원] “It's a fundamentally flawed strategy. It's not an original strategy. We saw this strategy under President Roh Moo-hyun, for whom the current president served, of course, as his Chief of Staff. The basic problem with the concept is that the ROK is proposing to serve as an honest broker between the regime that is committed to the ROK’s destruction, and the ally that is committed to the ROK’s defense.”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만약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기 원하지 않으면 그런 중개인이 될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동맹을 상대로 그런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AEI 선임연구원] “It's an impossible proposal for that reason...At the moment they have an alliance. If the ROK wishes not to have an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then perhaps it could be a broker of such an arrangement. But it's impossible to hedge against one's ally in the sort of a way that the Blue House is proposing.

또한, 그런 접근법은 “동맹을 마모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남북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의 오랜 정책 목표이기도 한 이런 목표를 한국이 왜 자국의 목표로 세우려 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AEI 선임연구원] “It can only lead to a fraying of the alliance, and to ultimately a contest between the North and the South, which the US is not involved in. We can note that has been a long objective of North Korean policy. Why the South should take that as an objective of its own is quite unclear to m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된 것은 미국의 책임이 아니라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모든 접촉을 끊었기 때문이라며,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적이고 모욕적인 언사와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협력 대상이자 동맹인 미국에 이런저런 주문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핸론 연구원은 북한과 대화를 서두르는 것보다 미-한 간 조율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먼저 협력한 뒤 북한에 손을 뻗어야지, 한국 정부에게 중재는 잘못된 개념 혹은 잘못된 역할”이라는 설명입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They need to work together and then try to reach out to North Korea. Mediation seems to be the wrong concept or role for Seoul.”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현재 남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북한이 유독 한국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과연 중재자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Relations are virtually non existent right now. North Korea has been particularly and bitterly critical of South Korea. There's basically no dialogue going on between North and South right now on any issue. So this raises the question of whether South Korea is in a position to play a mediator role when even North Korea won't talk to South Korea.”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에 남북대화와 협력, 화해를 말할 때마다 북한은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한국을 매우 혹독히 비판하는데, 남북관계마저 엉망인 상황에서 한국이 미북 대화를 촉진하기는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My guess is that it's going to be extremely difficult for South Korea to play such a role just because its own relations with Pyongyang are right now in such bad shape. Virtually every time South Korea talks about North-South dialogue, about cooperation and reconciliation, North Korea either doesn't respond at all, or responds with very bitter criticism directed against South Korea. So I think South Korea's biggest headache right now is not whether it can play a facilitative role with respect to the United States, but how do they get the North Koreans to talk to them.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에게 당장의 골칫거리는 미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 북한을 한국과 대화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현 상황은 단순히 (미-북 간) 소통의 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김정은이 비핵화를 테이블에서 치워버리고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있다”는 지적입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Grateful for President Moon’s efforts, but it is not simply a failure of communication. The problem is not that the US doesn’t want to talk, it is that Kim Jong Un has declared denuclearization off the table, and has made clear his lack of interest in negotiations over it. I don’t see much possibility of President Moon reprising the role he played with Trump.”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며 했던 역할을 반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이 배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이 배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행정부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바이든 행정부와 외교를 추진하도록 만들기 바라지만,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증거는 지금까지 거의 없다”며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되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I hope the Moon administration is able to effectively persuade North Korea to pursue diplomacy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but so far there is little evidence that North Korea will be willing to respond. It will not be easy for Moon to recover a mediating role.”

특히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영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미국 전 대통령을 공개 비난한 것은 전례 없는 결례로, 한때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로 치켜세웠던 동맹국 지도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180도 달라진 태도가 워싱턴에서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뒤 별도 성명을 통해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장기간 지속된 군사적 바가지 씌우기와 관련한 것을 제외하면 지도자로서, 또 협상가로서 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공군 출신으로 태평양사령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럼,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 쪽에 영합하는 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Moon is pandering to Biden just like he pandered to Trump and is not likely to be persuasive or respected for it. I would not think that the trust level regarding Moon was very high in Washington or in Pyongyang, for that matter.

코사 명예회장은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설득력이 없고 존중받지도 못하고 있다”며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고, 이는 평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던 것이 거짓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It shows that Moon was being disingenuous when he was praising Trump. We all knew that there was no progress made on denuclearization. But Moon was trying to get the U.S. and North Korea in denuclearization talks or at least a summit hoping it would make progress, either on denuclearization or at least improving inter Korean relations. And what we've seen the Moon administration repeatedly do is downplay North Korean threats and actions and insults, all in a quest for improving inter Korean relations, and yet Pyongyang continues to reject any kind of dialogue with either Seoul or Washington.”

클링너 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혹은 적어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북 대화나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북한의 위협과 모욕을 거듭 축소했지만,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 누구와도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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