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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협상 재개 신경전 지속…"대화 불씨 남았지만 도발 가능성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북한이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협상 재개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여지를 남겨 놓고 있어 협상 재개의 불씨는 살아있지만 북한이 도발 카드를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22일 담화는 불과 4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메시지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데 대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한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하라는 제안을 거부한 내용이었습니다.

담화에는 미국에 대한 거친 비난이나 도발을 암시하는 경고 문구는 없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담화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한 미국 측의 공개적인 조치를 다시 한 번 요구한 셈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 또한 조건 없는 대화, 대북 제재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북 간 대화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이런 교착국면이 오래갈 것 같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언급했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상황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만 하염없이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도발로 긴장을 극대화해 유리한 환경을 만든 뒤 대화로 복귀하는 과거의 전술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현재 교착 국면에 1차적으로 변화가 올 것은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죠. 북한이 아주 명확하게 연합훈련을 적대시 정책 철회의 가장 큰 기준이 된다고 얘기를 해왔기 때문에 연합훈련을 즈음해서 어떤 형태로든지 북한의 입장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뭔가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로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내부적인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점쳤습니다.

대북 접근법에 있어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바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차이점에도 주목했습니다.

김 실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이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해 문제를 실용적으로 풀어 나가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비교했습니다.

[녹취: 김진아 실장] “선제적인 조건을 내걸지 않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이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지금 계속 시그널링을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속 시그널링을 했는데 안 돌아온다 그러면 아마 워싱턴 내에서도 북한이 정말 대화할 생각이 없나 보다 라는 그런 부정적 시각들이 훨씬 더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그것이 자기들한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을 하는 시점이 있지 않을까요.”

북한은 물론 미국 또한 대화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북 협상 재개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여정 담화는 대화 재개를 둘러싼 주도권 잡기 차원이지 대화 의지를 접은 것은 아니라며, 미국도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 기간 중 북한이 비난해 온 미-한 워킹그룹의 폐지 수순에 합의하면서 나름대로 대화를 위한 성의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조 박사는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실무협상을 위해 직접 또는 한국을 메신저 삼아 물밑접촉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입장에선 지금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 북한이 그동안 해오던 전략적 도발이나 미국을 고통스럽게 하는 방식을 쓰거든요. 그러니까 이 상태에서 홀드가 안 된다는 거죠. 최소한 이 상태에서 초기 합의나 북한이 더 이상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도록 묶어놓는 게 중요하고 그건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될 때 묶어놓는 것이지 방치하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죠.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과 연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3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2돌을 기념해 2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가 공동좌담회를 마련했다”고 23일 보도했습니다.

좌담회에는 쑹타오 중국공산당 중앙위 대외연락부장과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가 참석해 친선을 다졌습니다.

앞서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시 주석 방북 2주년 기념 사진전을 통해 대면외교를 재개하는가 하면, 양국 대사가 주재국 당 기관지에 나란히 기고문을 싣기도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중 밀착은 미국을 압박하는 북한의 카드라면서 당장의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중국의 대북 지원은 제한적이죠.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내칠 정도로 외면하진 않지 않습니까. 올해 북-중 우호조약 60주년인데 이 60주년에 즈음해서 성의 표시를 중국이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북한과의 전략적 의사소통이 지속이 되는 거죠.”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극도로 경계해왔다며 지금의 행보도 미-중 갈등 국면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셈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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