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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국, 독자제재 해제해도 유엔결의 등 이행 의무 그대로"


지난 2018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결의 이행 관련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지난 2018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결의 이행 관련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미국 제재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잇단 남북교류 활성화 시도에 대해, 독자제재를 해제해도 유엔과 미국 제재에 모두 저촉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범위가 훨씬 넓은 국제 제재를 고려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재 전문가들은 한국이 5.24 대북제재 조치의 ‘실효 상실’을 선언하고 관련법 개정으로 남북 협력을 활성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독자제재 완화나 해제 여부는 한국 정부의 재량”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런 절차의 적법성과 제재 주체의 주권에 대한 해석으로, 제재 해제를 통해 실제로 금지 조항들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재를 부과하게 된 근본 요인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제재를 해제할지 말지는 당사국에 달렸다’는 다소 냉소적인 평가로서, 이런 기류는 “한국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윌리엄 뉴콤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윌리엄 뉴콤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위원] “I view this as an issue for South Korean citizens to decide whether their government is acting correctly or foolishly to remove May 24 measures without ever having obtained any sign of regret from North Korea over murdering those sailors.”

뉴콤 전 위원은 VOA에 “북한으로부터 해군 장병 살해에 대한 어떤 유감의 표시도 얻지 못한 채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는 한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도 지난주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는 (5.24 조치 시행의 원인인)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에 별 역할을 하지 않았고,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이에 대해 유엔 제재를 추진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독자 제재 해제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몫”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위원] “It is up to the ROK people to decide. The UN Security Council barely played any role in response to the sinking of the ROK naval vessel in 2010. The Obama administration (which was the US government at that time) barely did anything to push forward the UN sanctions in connection with this attack. So, any decision on whether or not to lift the unilateral sanctions is entirely under the discretion of the ROK government.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일 천안함 폭침에 따라 시행된 5.24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발표한 데 이어 25일에는 남북 접촉과 대북사업 활성화 방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제재 전문가들은 5.24 조치가 발표된 이후 통과된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훨씬 포괄적인 대북제재 조항들이 명시돼 있어 5.24 조치가 해제돼도 그 안에 담긴 제재의 효력은 대부분 유효하다고 진단합니다.

미 대북제재 강화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만약 (2010년) 5.24 조치 시행 직후 이를 해제했다면 북한과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2016년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무역 거래 금지 규정과 미국 독자 제재의 금융 거래 금지 규정은 5.24 조치의 남북교역 중단 조항을 흡수하고 있어 어차피 남북한은 금지 품목을 거래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If Lee Myung-bak had decided to lift the May 24 measures on May 25, he could have done a lot of that. Since 2016, however, the bilateral trade sanctions have largely been subsumed under UN trade sanctions and US bans on financial transactions relating to trade with North Korea. South Korea can't buy North Korea's coal, minerals, and South Korea can't send machinery or steels to North Korea, and that is only a partial list. So, there isn't a whole lot of bilateral trade that is possible.”

5.24 조치는 남북교역 중단 외에도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 불허, 한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2016년 이후 많은 북한 관련 선박이 유엔 혹은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며, 5.24 조치가 아니더라도 “한국 정부는 제재 대상에 포함됐거나 제재를 위반했다고 의심되는 선박이 입항할 경우 억류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고, 선박 등록국가의 허가를 받아 이런 선박을 바다에서 나포할 재량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가 이미 그런 목적을 위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 면제 승인을 거쳐왔기 때문에 5.24 조치의 이 조항은 사실상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대북 지원 활동은 유엔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우리는 한국이 미국 정부의 경고 이후에도 북한 석탄을 반입해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했고, 고급 차량이 부산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We know that South Korea bought coal from North Korea in flagrant violation of the sanctions, after having been warned by the US government that it was doing it. We know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llowed luxury vehicles to go through the port of Busan to North Korea. We know that the violations have been ongoing. So already, what this represents is legal risk for South Korean companies, and that risk is greater now and has longer-reach now, because of the Otto Warmbier Nuclear Sanctions Act that has just passed recently and further regulation so just been published by the Treasury Department.”

이어 “위반 행위가 계속돼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 법적 위험을 안기고,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강화 법안’ 통과에 따라 이런 위험은 더욱 커지고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따라서 5.24 조치를 해제하면 북한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든 법적 공방을 준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So anyone who thinks that because of the lifting of the May 24 Measures, it's now safe to do business with North Korea again, I strongly advise those people to lawyer-up.”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24 조치 완화는 더 광범위한 전략과 연결될 때만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저 (남북 간)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전술이라면 다소 절박한 느낌을 주고 심지어 목숨을 잃은 46명의 장병을 경시하는 기미마저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Softening can be ok if linked to a broader strategy. If however it’s just a tactic to break the ice, it smacks of desperation—and even a bit of disrespect for the memories of the 46, perhaps. President Moon needs to be careful. And he needs to explain what he’s doing clearly.”

오핸론 연구원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신중해야 한다”며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백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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