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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북한 수교 20주년...냉랭한 관계 지속


영국 런던의 북한대사관.
영국 런던의 북한대사관.

영국과 북한이 수교 20주년을 맞았지만 두 나라 모두 별다른 행사나 공식 성명조차 없을 정도로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재 영국 초대 대리대사를 지낸 전직 관리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14일 북한과 수교 20주년 의미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은 채 콜린 크룩스 북한 주재 영국대사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을 링크했습니다.

현재 영국에 체류 중인 크룩스 대사는 양국 수교 20주년을 맞은 지난 12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북한과의 적극적인 외교와 대화는 필수”라며 “평양의 영국대사관이 다시 문을 열면 할 일이 많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아울러 수교 2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영국이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북한 인권 회의를 열고 북한 당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8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입장을 더 추가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실] “We don’t have anything further to add to the UN statement at this time but will let you know if that changes]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7개국과 일본은 지난 11일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비공식 회의를 연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을 이용해 주민들의 인권을 더욱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었습니다.

성명은 특히 북한 정부가 주민의 필요보다 무기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받는 주민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은 한국과 1949년 수교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불승인 정책”을 견지하다가 남북한이 1991년에 유엔에 동시 가입하면서 북한을 묵시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이후에도 북한의 독재 정권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대세였지만,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정책을 전환하면서 그해 12월 12일에 런던에서 공식 수교를 체결했습니다.

제임스 호이어 초대 북한주재 영국 대리대사는 지난 12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 기고문에서 양국이 당시 매우 다른 기대로 수교에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은 수교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더 나은 일원이 되도록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 반면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국제적 중요성 부각과 미국에 대한 균형적 대응을 기대했다는 겁니다.

영국은 이후 비판적 개입 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문화 교류와 인도적 지원 등을 지속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2017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영국은 수교 이후 장기간 지속하던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안전상의 이유로 중단했습니다.

제임스 호어 전 북한주재 영국 대리대사. (자료사진)
제임스 호어 전 북한주재 영국 대리대사. (자료사진)

또 ‘북한여행주의보’를 통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영국인의 모든 북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으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대한 북한 정권의 과도한 조치에 반발해 5월에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인력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당시 VOA에,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와 입국 제한 조치가 인력 순환과 대사관의 지속적인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이 개선되면 대사관 운영 재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강화로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특히 영국 정부가 지난 7월 북한 등 독재국가 지도자들의 지속적인 인권 탄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세계 인권 제재 법규 2020’을 발표했고 북한 당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도니미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당시 이 법규로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에 연루된 개인과 기관을 제재할 수 있게 됐다며 북한 국가보위성 7국과 인민보안성 교화국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라브 장관] “they also included two organizations bearing responsibility for the enslavement, torture, and murder that takes place in North Korea’s wretched gulags,”

“두 기관이 지난 50년간 수십만 명의 수감자가 끔찍하게 죽어 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비참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발생한 노예화, 고문, 살인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북한 외무성은 영국의 인권 제재에 대해 미국의 꼭두각시인 영국이 엄중한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며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타리크 아마드 영국 외교부 부장관 등 영국 고위관리들은 그러나 의회 보고 등을 통해 북한 내 인권 상황이 비참하고 개선이 없다면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삶 중 많은 부분을 계속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호이어 전 대리대사는 기고문에서 이런 불확실한 관계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상황이 개선되면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대사관 직원들을 평양으로 다시 보낸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변수들이 앞에 놓여있다는 겁니다.

먼저 영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대외 원조 예산 삭감 논의가 이미 나오고 있으며, 대사관들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핵 문제와 북한 정권의 코로나 대유행 대응 조치도 교류 재개에 부정적 기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시한이 연말로 다가오는데다 영국에서 지속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북한 당국의 반발과 비싼 대사관 운영비 문제 등으로 북한 당국이 런던의 대사관을 계속 유지할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이어 전 대리대사는 평양의 영국대사관이 북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북한 정권이 오히려 국제사회 접촉을 더 기피하고 있다며, 북한의 국제 교류 확대라는 본연의 수교 목적이 퇴색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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