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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트럼프 4년 외교정책] 2. 미 대통령 최초 북한 지도자와 만남…평가 엇갈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20일)로 4년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납니다. VOA는 임기 초부터 전례 없는 조치들을 선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돌아보는 두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에 대해 살펴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각국 지도자 등과의 만남을 위해 32개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싱가포르와 베트남 방문이 포함되는데, 한국 방문 중 이뤄진 판문점에서의 ‘깜짝회동’까지 포함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순방 10번 중 1번은 북한과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전 세계 190여 개 나라 지도자 중 극히 일부와 만남을 갖는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 현직 미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만난 사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무려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지도자를 만난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이던 2016년,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회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wouldn't go there, that I can tell you, if he came here I'd accept him.”

(북한으로) 직접 가진 않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으로 온다면 그를 맞이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회동은 국빈만찬이 아닌 회의장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당시 트럼프 후보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를 계속하면서 두 정상의 ‘햄버거 회동’은 점점 가능성이 낮아지는 상황이 조성됐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7년 한 해에만 17 차례에 걸쳐 모두 2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여기에는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 포함됐습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북한이 진행한 핵실험 중 위력이 가장 강력한 ‘수소탄’ 실험까지 감행하면서, 전운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장면. (KCNA/Reuters)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장면. (KCNA/Reuters)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강경했습니다.

임기 첫 해인 2017년에만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 4건을 채택하는 데 앞장섰고, 대북 독자 제재인 미 재무부 ‘특별제재 대상(SDN)’ 지정도 총 8차례에 걸쳐 나왔습니다.

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해제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9년 만에 뒤집으면서 압박을 본격화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암시하는 경고도 발령했는데, ‘화염과 분노’와 ‘핵 버튼’, ‘함대’ 등의 발언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북한이 미국령 괌에 대한 탄도미사일 포위사격 등 위협적인 담화를 냈던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그들은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y will be met with fire and fury like the world has never seen....”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탈북민들이 대거 백악관에 초청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에선 한국 등과 대비되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가 지적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2018년에 접어들면서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특히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당시 한국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전달받은 뒤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직접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정의용 전 실장입니다.

[녹취: 정의용 전 실장] “And he expressed his eagerness to meet President Trump as soon as possible.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 감사하면서,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5월 안에 만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 때부터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크게 바뀌었고, 2018년 4월엔 김정은 위원장을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간 만남을 가졌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넘게 적대적 관계를 이어온 두 나라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전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톱 다운’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입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모두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두 정상은 이 회담에서 ‘새로운 미-북 관계 정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추구', '유해 송환' 등 4개 항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큰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워싱턴에선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비관적인 전망도 교차했습니다.

지도자의 결정에 의해 모든 게 좌우되는 북한의 특성상 ‘톱 다운’ 외교가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있던 반면, 각종 합의와 검증 등 실무 차원에서 치열하게 논의돼야 할 복잡한 비핵화 문제는 정상간 친분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 겁니다.

이런 우려는 이듬해 2월에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고, 이후 잇따른 미국의 실무 협상 개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사실상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여러 차례 서한을 주고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미-북 비핵화 협상은 2019년 10월 실무 협상 결렬 이후 장기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외교 방식을 탈피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낸 점에는 높은 점수를 매기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지 못한 점은 실패라고 지적합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료적 관성’을 깨고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사실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북한과의 외교가 ‘끔찍한’ 방식으로 행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First of all I give President Trump credit for breaking with kind of bureaucratic inertia…”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합법적인 지도자로 만드는 것 외엔 한 일이 없고,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역량에 진전을 가져오는 결과를 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외교로 북한과의 전쟁을 피했으며, 더 나아가 북한이 ICBM 등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무기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해 10월 미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참가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He said the biggest problem we have is North Korea. He indicated we will be in a war with North Korea. Guess what, it would be a nuclear war, and he does have plenty of nuclear capability. In the meantime, I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 with him…”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을 앞둔 자신에게 북한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고,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은 핵전쟁이 됐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충분한 핵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등을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외교에서 거둔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또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이래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는 미국을 위협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지속하지 않도록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민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낸 사실 자체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사는 최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가 비핵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do see that element of success with North Korea, success in the sense of getting a commitment…”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낸 사실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 실패하고, 이후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생산한 점은 부정적인 면이라면서도, 양국 지도자는 물론 두 나라가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은 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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