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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호 승조원 북한에 최대 60억 달러 요구…최대 배상액 기록할 듯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이 최대 60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북한에 배상금으로 요구했습니다. 재판부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지만 승조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소송을 제기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 중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의 변호인은 북한이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 규모를 1인 당 최대 1억3천만 달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소송의 원고 측 변호인은 17일 미 법원에 전체 약 170명에 달하는 푸에블로 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승조원 46명에 대한 판결을 먼저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부분 판결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요청서에는 재판부가 임명한 ‘특별관리인(special master)’의 피해액 산정 부분이 공개됐는데,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 액수를 명시한 겁니다.

이에 따르면 특별관리인은 승조원들이 북한 억류 기간인 335일 동안 고문과 폭력 등에 시달린 점을 감안해, 피해액을 1인 당 하루 1만 달러로 계산한 총 335만 달러로 책정했습니다.

또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약 50년 동안 정신적 고통 등에 시달린 부분에 대해선 1년에 33만5천 달러씩, 총 1천675만 달러를 인정해, 승조원 1인 당 산정된 금액은 약 2천10만 달러입니다.

북한은 지난 1968년 공해상에서 나포한 미 해군함 푸에블로호를 평양 대동강 변에 전시해 놓았다.
북한은 지난 1968년 공해상에서 나포한 미 해군함 푸에블로호를 평양 대동강 변에 전시해 놓았다.

변호인은 그러나 북한에 억류될 당시 1인 당 피해액인 335만 달러에 대해 미 재판부가 이자를 부과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 금액은 이자 계산 방식에 따라 현재 최소 7천480만 달러에서 최대 1억3천90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승조원 46명의 피해액은 최대 약 60억 달러까지 치솟게 됩니다.

이후 별도로 공개될 가족과 유족들의 피해액까지 합치면, 북한이 푸에블로 호 나포와 관련해 미 법원으로부터 명령받게 될 손해배상금은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미 법원은 지난 2018년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북한이 5억114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비슷한 다른 소송에서도 대략 3억 달러 선에서 손해배상금을 인정해 왔습니다.

1960년대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과 가족, 유족 등은 2018년 2월, 북한에 억류된 기간 동안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승조원들은 억류 중 고문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었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가족들도 승조원들의 억류 기간 동안 경험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북한 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의견문’을 통해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원고 승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다만 특별관리인을 임명하면서 원고의 손해 부분에 대한 산정이 완료된 뒤 판결문을 내겠다고 밝혀, 최종 판결은 현재까지 미뤄진 상태였습니다.

북한은 이번 소송이 제기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아,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판결’로 내려집니다.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금 책정 부분에 대해서도 원고 측의 목소리만이 반영됩니다.

물론 재판부가 최종 판결문을 통해 북한 측에 거액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이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변호인이 요구한 60억 달러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면서, 손해배상금을 회수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y are going to collect out of a fund a special fund created by the US victims of terrorism Compensation Act…”

그러면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원고가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 Fund)’을 수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은 북한 등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미국인과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제재를 위반한 기업 등의 벌금으로 기금이 충당됩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그밖에 다른 나라에 있는 북한 자산과, 최근 미 검찰이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해 몰수 소송을 제기한 자금 등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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