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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문가들,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 여부에 신중…관련 활동은 주목


북한 영변 핵 시설에 냉각수조에 폐연료봉이 들어있다. 지난 1996년 촬영한 사진. (자료사진)
북한 영변 핵 시설에 냉각수조에 폐연료봉이 들어있다. 지난 1996년 촬영한 사진. (자료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 강선 지역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비밀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핵 전문가들은 강선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이 운영되는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핵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활동을 언급하며 ‘강선’ 지역을 지목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그곳에서 우라늄 농축이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된 정기 이사회에서 평양 인근의 강선에 대해 “현재 더 많은 분석을 통해 그곳이 핵 활동과 연관된 지역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이 해당 내용을 언급할 때 ‘연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Certainly one, first relevant is obvious it might be actually a uranium enrichment plant…”

‘연관이 있다’는 발언은 강선에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장비나 부품 등을 생산하는 지원 시설에 대한 것일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우라늄 농축과 관련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우라늄 농축은 아니라는 겁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영상으로 진행된 정기 이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영상으로 진행된 정기 이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같은 방식으로 발언한 이유에 대해, 강선에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다는 명확하고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한 증거는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There must be something specific, and our dilemma is…”

우라늄 농축시설 여부를 알기 위해선 매우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야 하지만, 우라늄 농축시설의 특성상 이를 밝혀낼 수 있는 증거는 일반적으로 매우 적다는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시설은 재처리 공장이나 원자로와 달리 굴뚝이나 돔 형태의 지붕이 필요하지 않고 일반 공장 같은 모습을 할 수 있다고, 하이노넨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달리 좁은 공간에서도 가능한데다 연기나 냄새가 나지 않아 은폐와 이동이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정황에 무게를 실었지만, 여전히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re's been a lot of debate over ‘is the report really true?’...”

최초 탈북민의 증언을 토대로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이같은 보고가 사실인지 여부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강선에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몇 개인지를 놓고도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면서, 어떤 유럽 나라는 단 한 개도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유럽 나라는 6천 개, 또 미국은 1만2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강선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제기되는 데 대해 올브라이트 소장도 관련 정황을 포착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또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강선의 건물이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높은 지붕을 한 단층 형태의 일반적인 원심분리기 공장과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각 나라들마다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말했습니다.

다만 올브라이트 소장은 특정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어 매우 보수적인 IAEA 특성상,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이 이례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따라서 그로시 사무총장이 강선과 관련해 언급을 하고자 했다면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관련 증거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강선 지역 내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 여부에 대한 증거로 ‘대형 보관 탱크’를 꼽았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a tank that holds the natural uranium that's going to be enriched…”

우라늄 농축시설에는 농축되지 않은 자연상태의 ‘우라늄’ 약 14t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원통형 탱크가 있어야 하고, 또 이 탱크는 건물 안을 드나들 수 있도록 트럭에 실린 상태로 움직이는데, 이 트럭이 외부에 포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강선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포착된 증거들이 이 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The US intelligence community did not identify this site until 2007…”

루이스 소장은 강선과 관련한 보도를 토대로, 미 정보당국은 2007년까지 해당 시설을 밝혀내지 못했고, 이 시설이 핵과 연관됐다는 점도 2010년에서야 알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으로 우라늄 농축공장 사진에는 120m 길이의 푸른색 지붕으로 표시되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으로 우라늄 농축공장 사진에는 120m 길이의 푸른색 지붕으로 표시되있다.

그러면서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이 시설이 은폐됐기 때문이고, 또 원심분리 시설이라면, 건물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강선 시설 일대 보안 수준이 극도로 높다는 점과 이 시설 직원들을 위한 숙소도 주변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좋다는 점, 그리고 북한 내에서도 해당 시설이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은 (농축시설 존재 사실과 관련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So what this site has that marked it as being interesting was its security was extremely high…”

루이스 소장은 물론 실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문제의 건물에 원심분리기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강선’으로 불리는 곳 인근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때 자신이 해 볼 수 있는 질문은 ‘농축시설처럼 보이는 시설이 강선이라는 지역 인근에 있느냐’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루이스 소장은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었다며,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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