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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국 차기 행정부와 한반도] 5. "북한, 도발 패턴 이어갈 가능성 커"


지난달 10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의 셈법 변화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발을 감행해 온 과거의 전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과 미국 새 행정부의 접근법에 따라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의 북 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들을 점검해 보는 VOA의 기획보도,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북한의 예상되는 움직임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지다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이어온 도발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과거보다 도발 감행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적 변수가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북한은 미국을 ‘길들이거나 위협하려는’ 시도를 수 년간 이어온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이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대미 협상력 증대를 위해 핵∙미사일 실험을 이용해 왔을 뿐 아니라, 고조된 긴장을 미국과의 대화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자신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 해왔다는 겁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차관보] “It's hard to predict exactly what they're going to do, but North Korea does have a track record over the years of trying to tame or intimidate the United States. North Korea has used nuclear and/or ballistic missile tests to try to gain negotiating leverage and use increased tensions to shape the environment for possible dialogue with the U.S. and shift the dynamics of that dialogue in its preferred direction. And I'm concerned that they might do this again.”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재래식 도발’에 나설 수도 있지만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면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며, 1월 20일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 이전에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1기 때는 취임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2009년 4월에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했고, 이후 5월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사례가 있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전략 무기 실험 의도와 목적…대미 위협과 영향력 증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내부 현안에 집중하고 있고 내년 1월 약 5년 만에 노동당 8차 대회를 소집하는 만큼, 대회 개최까지는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미한정책국장은 당 대회 소집 시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전략과 행동 방침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CEIP) 선임연구원도 1월 당 대회가 북한에 ‘중요한 전환점’이며 주요 정책결정이 이 대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면서, 차기 행정부 인수 기간 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습니다.

그 보다는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을 재검토하는 시기를 자신들의 새로운 무기 역량을 알리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판다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미국이 제재와 압박에 기반한 대북 접근법에 의존하면 핵∙미사일 역량을 계속 더 진전시켜 나갈 것임을 위협하면서, 근본적으로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conduct a policy review on North Korea when they enter the White House and that will be the time for the North Koreans to make certain new capabilities known to emphasize to the U.S. that ‘the longer we rely on sanctions and pressure to deal with North Korea, the more North Korea will continue to advance,’ essentially making the point that time is on the side of North Korea.”

판다 연구원은 이어 가장 확실한 시험 대상은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고체연료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MB) 북극성4형 등 신형 전략무기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7월 화성-14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이 지난 2017년 7월 화성-14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MI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신형 ICBM 시험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ICBM 시험발사의 목적은 미국에 대한 ‘위협의 신뢰성 확보’와 영향력 강화라는 겁니다.

[녹취: 폴락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that the North Koreans will go out of their way to provoke the U.S. or ratchet up tensions with the U.S. Having said that, that doesn't mean they won't test a new ICBM. The purpose of flying an ICBM from their point of view seems to be to establish the credibility of threat and to strengthen their hand facing the U.S. … But they also feel the need to shift American thinking on whether or not it is possible to go to war with North Korea, whether there's a true military option. That's something that they've focused on for many years.”

폴락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다년간 전략무기 시험을 통해 대북 전쟁과 군사 옵션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관한 결정을 변화시키려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기 시험을 통해 미국이 제재와 미사일 방어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더 유화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미국의 이해를 끌어내고자 할 것이라는 겁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시점에 관해선 정확히 예단할 수 없다며,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등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지켜보면서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외교가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앞으로 4년을 더 확실한 위협 개발에 할애하고, 이를 통해 강화된 역량을 이후 들어설 행정부에 사용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미-한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하고, 이후 미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 아래서 일부 제재 조치 완화에 대한 미국의 동의가 요구되는 남북간 협력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 actions that North Korea could take, I think, are those actions that it might take regarding South Korea that would have an impact on its relationship with the U.S. and then actions that it might take directly affecting the U.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 판문점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 판문점을 방문했다.

과거와 비교 시 핵∙미사일 실험 대가를 높이는 요인 있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 핵∙미사일 실험을 단행한 선례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도 이를 반복할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특별대표는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지금까지 이룬 모든 진전을 헛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거와 같은 셈법을 적용하는 것에 회의적 시각을 표명한 겁니다.

[녹취: 윤 전 특별대표] “But it's not clear at all whether they are likely to do the same. The reason being, North Korea has made significant advances over the last two, three years, especially in holding a summit between Kim Jong Un and Trump.… If they welcome a new American president similarly, then all the advances might disappear.”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국장은 북한이 정권이양 시기를 활용해 도발을 감행하는 패턴이 있지만, 이는 여러 측면에서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도발 전략을 추구하는 대가를 높이는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특히 ICBM 시험발사 혹은 핵실험을 통한 도발은 오히려 북한이 나약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내려는 메시지와 정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My argument is I recognize that that pattern is there, but I think that it's actually not in North Korea's interest to pursue that course of action. And I have several reasons why. One reason is that for North Korea to provoke by doing an ICBM test or another nuclear test would send a signal of weakness rather than strength. So, it's exactly the opposite of the message that Kim Jong Un wants to send.”

스나이더 국장은 또 고강도 도발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중국의 현 대북 접근법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긴장 고조에서 파생될 수 있는 갈등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차기 행정부에게는 북한의 도발이 중국에 제재 이행 강화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을 지난 2018년 3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을 지난 2018년 3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북한의 의사 결정에 영향 미치는 대내외적 변수 다수 … 내부 변수 중요해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대북 제재, 자연재해라는 '3중고’ 등 북한 지도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적 요인들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과거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북한의 대중 관계와 미국 차기 행정부의 초기 대북 접근법을 중요한 변수로 꼽았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의 도발 여부를 결정짓는 대내외적 요인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북한의 경제 상황, 체제의 정당성, 지도부와의 관계 등 내부 요인과 향후 수 개월 간의 대내 상황 전개 양상이 중대한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So you can make two very good arguments that the North Koreans either will do nothing or may do something up the escalatory ladder in the next few months. But it really comes down to how the situation is playing out in North Korea, which could evolve between now and then.…There are just too many factors here that are both internal and external to the decision on whether they test or conduct a provocation.”

고스 국장은 북한이 ‘선호하는 전략’은 미국 차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2-3개월 안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는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김 위원장이 미국을 자극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도발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 4년간 ‘비전통적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이 북한의 셈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고스 국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미-북 관계는 차기 행정부에 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중국이 북한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차기 행정부 초기의 대북 접근법이 북한의 도발 여부에 가장 큰 대외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의 폴락 선임연구원은 차기 행정부가 대내외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쓰고 싶은 정치적 자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 분야만해도 미국-러시아 간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Treaty) 연장 협상과 이란과의 핵 합의 등 중대한 문제들이 있다는 겁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차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에 도발을 감행한다면 2009년 오바마 행정부 때와 유사한 반응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대북 사안에서 물러나 좀 더 유망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셉 윤 전 특별대표는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칠 때까지 북한이 어떠한 도발도 하지 않는 것이 미-북 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윤 전 특별대표는 미 행정부의 정책 검토에는 언제나 ‘관여(engagement) 측면’이 포함된다며, 북한이 도발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에 비례해 관여와 관련한 기회의 창이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 북한 핵 등 한반도 현안들의 전망을 살펴 보는 기획보도, 오늘 순서를 끝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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