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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합참 "북한이 쏜 발사체는 순항미사일"…전문가들 "미·한 겨냥한 저강도 시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진 24일, 한국 파주에서 바라본 비무장 지대 한국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진 24일, 한국 파주에서 바라본 비무장 지대 한국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쏜 발사체가 순항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순항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저강도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지난 21일 오전 서해 지역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쏜 상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21일 새벽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북한이 지난주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는 보도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한 겁니다.

이 관계자는 “발사 당일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미사일 동향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었다”며 발사 시간이나 사거리 등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4월 14일 이후 11개월여만으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망을 피하려고 최대한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제트엔진을 쓰기 때문에 비행 속도도 마하 0.8∼0.9 정도로 느립니다. 하지만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레이더망을 회피하는 경로로 비행할 수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탄도미사일 발사만 금지하고 있어 순항미사일 발사는 위반 사항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저강도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를 통해 중단을 요구했던 미-한 연합훈련이 실시되면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담화까지 나왔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참관도 하지 않았고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도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 새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바이든 행정부와의 기싸움 차원에서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순항미사일은 글자 그대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추가 제재 예봉은 피하면서 의지는 보여주는, 일종의 예고를 하는 거죠. 일단은 이렇게 하지만 앞으로 우리를 건드리면 앞으로 더 큰 걸로 나갈 수 있다, 이걸 예고해주는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연이은 담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 중 북한 인권 상황 정면 비판 등 최근 미-북 간 신경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북한이 존재감 과시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번에 쏜 순항미사일이 신형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새 순항미사일로 보이는 무기체계를 선보인 데 이어 8차 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번에 신형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보통 북한이 열병식이 끝나면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를 하곤 하니까 아마 그 열병식에서 보여줬던 새로운 형태의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추정이 되는데요.”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에 쏜 미사일이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나온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이 맞다면 북한의 이번 발사는 8차 당 대회에서 언급한 국방력 강화 차원의 신무기 개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한편 미-한 군 당국은 이번에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4일 오전 정보당국이 한 보고에 따르면 미-한 군 당국이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고, 과거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양국 합의로 발표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미-한 군 당국의 태도나 북한이 나름대로 절제된 방식의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해당 국가들이 상황 악화를 바라진 않는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도 북한이 전략 도발을 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되고요, 북한 역시 사실은 조건부 대화 재개론을 제기한 상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돌발변수들이 추가로 나온다면 상황이 악화될 순 있겠지만 이 상황에서 일정 정도 휴지기를 가질 가능성이 있고요, 다만 순항미사일 발사가 이렇게 끝날지 아니면 추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하는 형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을지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됩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아직은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주장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공개되고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토대로 보다 강한 도발에 나서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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