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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저장고 입구 은폐 시도"…"대미 협상용 가능성"


평안북도 구성시 소재 용덕동 핵시설 입구를 촬영한 2017년 위성사진. 이 위성사진엔 터널 입구 2개가 보이지만, 최근엔 이 지점에 건축물이 들어섰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평안북도 구성시 소재 용덕동 핵시설 입구를 촬영한 2017년 위성사진. 이 위성사진엔 터널 입구 2개가 보이지만, 최근엔 이 지점에 건축물이 들어섰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북한이 핵무기 관련 시설의 입구를 은폐하기 위한 건축물을 최근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시설은 과거에도 북한의 핵무기 저장고라는 지적이 나왔던 곳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협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했을 가능성을 내놨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시설과 관련해 새로운 움직임이 관측된 곳은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입니다.

미 ‘CNN’ 방송은 지난달 11일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과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용덕동 핵시설 입구에 새 구조물들이 건설됐다고 2일 보도했습니다.

방송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용덕동 핵시설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터널의 입구에는 과거와 달리 지붕이 있는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소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맥사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지난 2019년 12월까지만 해도 2개의 터널 입구가 관측되지만, 2021년 2월에는 (같은 지점에) 새로운 건물 형태의 구조물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은 미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문제의 시설이 과거 미 정보당국에 의해 북한의 핵무기 저장고로 의심되는 곳으로 파악됐으며, 지금도 같은 목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핵무기 저장고로 활용해 온 용덕동 시설의 지하터널 입구 부근에 건축물을 세웠으며, 이는 해당 시설을 은폐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방송의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루이스 소장은 “북한은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노력이라고 할지라도, 핵무기 시설을 계속 개량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용덕동 시설이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안킷 판다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저서 ‘김정은과 폭탄'에서 용덕동을 핵무기 보관 시설이 위치한 곳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 VOA와의 통화에서 판다 연구원이 해당 저서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같은 곳에 보관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But in China and apparently North Korea, they store the nuclear weapons separately…”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따로 보관하는 이유는 김정은이 자신의 군대를 전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판다 연구원의 주장처럼 핵무기와 미사일 중 ‘핵무기’가 용덕동 시설에 보관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시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베넷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민간 위성사진에 핵과 관련한 행동을 노출시킨 데에는 일종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So why is Kim Jong un doing this? Why is he you know, taking actions there? Well, historically Kim Jong-un when he wants to get the attention…”

역사적으로 볼 때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관심을 끌고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해 도발을 했지만, 현 바이든 행정부로부턴 이 같은 도발이 협상 대신 분노를 이끌어낼 것을 북한이 알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을 서서히 높이는 차원에서 용덕동 시설에서 움직임을 보인 것일 수 있다고, 베넷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용덕동 시설이 핵과 관련됐다는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은 “속임수와 부정의 대가(master)”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Certainly North Korea is well aware of commercial satellite capabilities as well as they have a good understanding of likely of U.S. military…”

북한은 민간위성은 물론 미군의 정찰위성 역량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이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면, 이는 미국이 보기를 북한이 원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1999년 미국이 핵시설이 있는 곳으로 의심되던 금창리 시설을 시찰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던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번 용덕동 시설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맥스웰 연구원은 이번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과 전략에서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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