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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적자 문철명 미 법원 출석…모든 공소 내용에 무죄 주장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미국 법원에 출석해 공식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법적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미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여러 나라와 위장회사들이 관여되는 등 복잡한 성격을 띄고 있다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를 인정한 재판부는 다음 심리일을 약 두 달 뒤로 잡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인 문철명은 13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개최된 사전심리(Status Conference)에 온라인 화상 연결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사전심리에는 문철명과 함께 문철명의 국선변호인, 한국어 통역 그리고 미 연방검사 측이 출석한 형태로 약 20분간 진행됐습니다.

문철명의 법원 출석은 지난 3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이후 두 번째로, 이날 사전심리는 문철명에게 공소 사실을 확인하고 유무죄 주장 여부를 묻는 사실상의 ‘인정신문’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문철명은 이날 한국어 통역의 ‘잘 들리냐’는 질문에 다소 뚜렷한 목소리로 “지금 들립니다”라고 대답한 뒤, 이후 자신의 국선 변호인인 미셸 피터슨 변호사에게 모든 답변을 일임했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문철명에게 적용된 돈세탁 등 혐의를 설명한 뒤 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피터슨 변호사는 모든 혐의에 대해 ‘낫 길티(Not guilty)’ 즉 ‘무죄’라고 주장했고, 이에 통역은 “변호인께서 ‘나는 무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며 문철명에게 이 내용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문철명 측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문철명과 미 연방검찰은 본격적인 법적 공방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으며, 같은 달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 법원은 2019년 12월 문철명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인도 요청을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거쳐 문철명은 지난 3월 미국으로 인도됐습니다.

지난 3월 공개된 대배심 기소장에 따르면 문철명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위장 회사들을 이용해 미국 달러를 거래하는 등의 돈세탁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검찰은 이날 심리에서 문철명이 돈세탁과 돈세탁 공모 혐의 5개와 별도로, 형사 몰수와 관련된 혐의도 적용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심리일을 60일 이후로 잡는 것에 동의하고 7월21일을 다음 심리일로 확정했습니다.

미 연방검찰 측은 이날 발언에서 이번 사건이 8개 나라와 수십 개의 위장회사, 3개의 언어가 연루된 ‘복잡한 사안’이라면서, 관련 자료를 조속한 시일 내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재판부 측이 일부 자료에 대해 ‘보호명령’을 허가해 준 데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미 검찰이 일부 정보를 북한이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보호명령’ 요청을 승인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정권과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연결된 대리인이나 개인 등은 문철명의 변호인이 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형사법원은 피고가 체포된 직후 혹은 다른 나라에서 신병이 인도된 직후 인정신문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한국계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문철명의 미국 내 연고부재로 인해 구금여부를 결정하는 심리가 개최되지 못하면서 인정신문도 늦게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보통의 경우 일단 피고가 체포된 이후 24시간 내 인정신문 과정을 통해 피고의 신병이 행정부에서 사법부로 이송이 되는 중요한 의식을 행하게 되며, 또 한편으로는 보석심리 공판이 진행되게 되는데 이번 사건은 피고가 미국에 연고가 전혀 없는 사람으로서…”

정 변호사는 60일 이후에 다음 심리 일정이 잡힌 만큼 이날을 기준으로 양측의 법적 공방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인정신문 이후에 디스커버리(조사) 과정이 시작됩니다. 디스커버리는 검찰이 갖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피고 변호사에게 넘겨주는 과정을 말하고, 피고 변호사는 정부가 갖고 있는 이 모든 증거물을 입수한 뒤 분석하고, 사실 여부를 피고와 함께 상의하면서 정부의 케이스에 헛점이 어디에 있는지, 증거력이 충분한 그런 케이스인지…”

전문가들은 이번 문철명 사건이 여러 나라에서 범죄 행위가 이뤄지고, 여러 국적자들이 연루된 만큼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심리일인 7월21일 미 검찰과 변호인이 각자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각자의 주장을 펼친 뒤, 다음 심리일까지 추가 사안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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