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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신선 불통 일주일째… “북한 연합훈련 비난 한국에 초점”


한국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직통전화를 통해 한국측 연락관이 북측 연락관과 통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직통전화를 통해 한국측 연락관이 북측 연락관과 통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남북 통신연락선을 통한 한국 측의 정기 통화에 일주일째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연합훈련 실시를 빌미로 한 비난의 초점을 한국에 맞추면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 협력 의지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정상의 합의로 지난달 27일 복원됐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또 다시 일주일째 불통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한 두 나라는 지난 10일에서 13일 하반기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을 개최했고, 16일에는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후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한국 측과의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주말과 대체휴일이었던 16일까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정기통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17일 오전 9시 다시 시도했으나 북한의 응답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와 북 핵 해결 차원에서 남북 교류협력 재개를 중시하는 문재인 한국 정부의 의도를 북한이 역이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남북대화 재개에 대북정책의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한이 통신선을 매개로 관계를 주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통신선 문제를 갖고 북한이 통신선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자신들의 의사 표시를 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측면이 남북관계 전반에서 나타난다, 결국 그런 북한의 일방주의적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이 제한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로서 인식해야 한다고 봐요.”

신 센터장은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담보하면서 남북관계를 호혜적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며 북한에 대한 보다 원칙적인 대응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과거에도 별도의 발표 없이 미-한 연합훈련 기간 중 임의로 통신선 통화에 응하지 않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지난해 6월 통신선을 차단했을 땐 차단 명분을 포함한 사전 발표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난해 6월 통신선을 차단하고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는 이유를 댔습니다.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는데 금년의 경우엔 대북전단금지법 국회 통과해 3월30일부터 이미 효력을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통신선 차단 명분은 사실 사라진 셈이죠.”

북한은 지난 10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11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 이후 선전매체들을 통해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일의 메아리’는 15일 미-한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당국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란스럽게 떠들어 온 평화와 신뢰 타령이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16일엔 ‘우리민족끼리’가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도발자들의 반평화적, 반통일적 망동”이라며 “한국 호전광들이 끝내 상전과 야합해 무분별한 침략전쟁연습을 벌여 놓았다”고 비난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남 비난의 전면에 나서면서 북한의 연합훈련을 빌미로 한 비난이 한국에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을 미-북 관계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재등장하고 엄청난 안보 위기까지 언급한 것으로 봐서는 향후 한국에 대해선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상당 부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는데요. 어떻든 큰 틀에서 보면 미국과 어떤 관계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한국을 압박하기도 하고 화해 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상당히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대하고 있다는 게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고요.”

김영철 부장은 앞서 지난 11일 담화에서 “한국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여놓았다”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홍민 박사는 김 부장의 이런 담화 내용으로 미뤄 연합훈련 종료를 전후해서 9.19 군사합의 파기와 같은 대남 도발 조치들이 순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홍 박사는 북한이 현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직접 겨냥한 전략도발에 나서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단은 대남 도발을 통해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수순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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