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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70주년 기획] 5. “‘잊혀진 전쟁’ 결코 잊지 않을 것”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관에는 전진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철상과 한국전에서 싸운 군인 2천5백 명의 모습을 새긴 화강암벽이 세워져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관에는 전진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철상과 한국전에서 싸운 군인 2천5백 명의 모습을 새긴 화강암벽이 세워져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습니다. VOA는 이번주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전쟁의 의미와 시사점을 되돌아 보는 기획보도를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잊혀진 전쟁’으로도 알려진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알리기 위한 미국 내 노력을 소개합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관 내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벽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2천500명이 넘는 미 공군과 해군, 육군 병사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동부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88세 새뮤얼 필더 씨의 얼굴도 있습니다.

1952년 20살 나이에 한반도에서 미 해병대 포병부대에서 복무했던 필더 씨는 미국에 돌아온 이후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잊혀진 전쟁’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습니다.

[녹취: 필더 씨] “For 37 Months, we had fought for someone else’s liberty… But when we came home, we ran into our friends. They’d say, ‘I haven’t seen you for a while. Tell me, where have you been?’ And when to heaven we should go, to Saint Peter we will tell. Just another forgotten warrior, sir.”

“37개월 동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고향에 돌아와 친구들을 만났더니, ‘한동안 못 봤는데, 어디 갔었던 거야?’라고 묻는다. 우리가 천국에 가게 되는 날, 우리는 성자 베드로에게 말할 것이다. 잊혀진 전사가 또 한 명 왔다고.”

​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새뮤얼 필더 씨가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관의 화강암 벽에 세겨진 자신의 얼굴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새뮤얼 필더 씨가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관의 화강암 벽에 세겨진 자신의 얼굴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종종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이라크전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전쟁 역사에서 그 사이에 있는 한국전은 상대적으로 덜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생생히 기억되고, 후세에도 길이 전할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은 지난 2013년 7월27일, 당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의 중심인 내셔널몰 광장에서 한 연설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그들의 공로에 대해 더 인정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수 십 년 간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그 중 하나가 내셔널몰 안에 있는 한국전쟁기념관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You, our veterans of Korea, deserved better. And down the decades, our nation has worked to right that wrong, including here, with this eternal memorial, where the measure of your sacrifice is enshrined for all time. Because here in America, no war should ever be forgotten, and no veteran should ever be overlooked.”

이 영구적인 기념관을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영원히 간직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히 어떤 전쟁도 잊혀져서는 안되며, 어떤 참전용사도 간과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3년 7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3년 7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그리고 3년 후인 2016년 10월,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했던 이 법에 따라 건립되는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3만 6천 574명의 미군과 8천여 명의 카투사, 즉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 병사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입니다.

한국전쟁기념관 안에 자리할 추모의 벽 건립을 맡은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은 2017년부터 필요한 모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1년에는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재단 측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질 ‘추모의 벽’이 2022년 후반에는 완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모금 활동에 참여한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트래블러스 레스트 고등학교의 벨라 파월 양은 워싱턴에 기념비를 세워 이름을 새기는 일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월 양] “Having their names on the monument in DC is something that means so much to them.. especially with them just being older and they’ve longed for this for so long.”

특히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고령화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겁니다.

매년 40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한국전쟁기념관에는 전투 현장에서 매복에 나선 19명 미군 병사의 철상, 한국전쟁에 직접 참전하거나 지원한 22개 유엔 회원국의 벽, ‘추모의 연못’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추모의 벽이 더해지면 70년 전 낯선 나라 한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미국민들에게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5일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에 헌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5일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에 헌화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디지털기념관이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기념관은 참전 미군 병사들의 영상 인터뷰와 그들이 전쟁 당시 찍은 사진, 일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던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젊은이들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알리고 교육시키기 위한 ‘한국전쟁 유산 프로젝트’ 웹사이트도 있습니다.

이 단체는 거대 규모의 2차 세계대전과 논란이 많았던 베트남 전쟁 사이에서 발발한 한국전쟁이 미국의 교육자들과 정치인,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들과 학생들, 일반 대중에게 한국전쟁의 원인과 결과, 군인들이 전장에서 직면했던 어려움, 그리고 전쟁 이후 한국이 이룬 빠른 경제성장과 탄탄한 민주화라는 큰 유산을 이해시키는 것이 웹사이트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많은 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하는 행사가 어려워짐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한국전쟁 70주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주 정부 산하 버지니아 전쟁기념관은 25일 “한국전쟁 – 압록강에서 돌아오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인터넷 사회연결망 페이스북에서 개봉했습니다.

23분 길이의 이 영화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버지니아 주 출신 병사 1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날 민간단체인 ‘워싱턴 DC 역사와 문화’는 인터넷 간담회를 개최해 워싱턴의 한국전쟁기념관과 한국전쟁을 설명하는 자리를 열기도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참전용사들의 한국 방문 행사들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비영리 단체 ‘올드 글로리 아너 플라이트 (Old Glory Honor Flight)’는 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와 협력해 51명 참전용사들의 한국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해 한국 방문이 오히려 참전용사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주최 측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나아지면 한국 정부와 협의해 참전용사들의 한국 방문을 다시 추진할 예정입니다.

‘올드 글로리 아너 플라이트’의 다이앤 맥도널드 이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는지, 한국 정부가 다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에 재방문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도널드 이사] "It's really going to depend on the way things work with the CDC as well as the Korean government…”

맥도널드 이사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한국 방문이 가까운 장래에 꼭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보내 드린 기획보도, 오늘 다섯번째 순서를 끝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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