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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 90% “북한 핵 포기 안할 것”…북한 정권 신뢰도 급락


1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뉴스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국 국민 10명 중 9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4일 발표한 ‘2020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핵무기 포기 가능성에 대해 한국 국민들의 89.5%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82.2%에서 7.3%포인트,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정상회담과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과 비교하면 14.4%포인트 증가한 겁니다.

또 남북간, 미-북간 갈등이 심했던 2017년에 기록했던 89.4%와 같은 수준입니다.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핵을 둘러싸고 남북간, 미-북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국민들이 이를 점차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을 드러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병로 교수] “핵무기를 자꾸 과시하고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라는 뉴스도 자꾸 나오고 그러니까 한국 국민들이 점차적으로 북한 핵을 기정사실화한다,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 그러니까 비핵화를 정치적 대화로 추진하지만 좀 어렵지 않겠나 그렇게 가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가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6.1%로 지난해 보다 3.1%포인트 소폭 낮아졌습니다.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해 58%에서 61.2%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김병로 교수는 소폭이긴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위협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하락한 것도 한국 국민들 사이에 북한 핵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협 인식이 조금씩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 인식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33.7%로 지난해 51.6%에 비해 크게 하락했습니다. 북한을 ‘적대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응답은 10.8%에서 14.8%로 증가했습니다.

김병로 교수는 이번 조사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와 이어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발생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이뤄져 북한에 대한 커진 불신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통일에 대해선 4명 중 1명꼴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통일이 ‘별로’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지난해 20.5%에서 올해 24.7%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층에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각각 35.3%와 30.8%로 높게 나왔습니다. 이에 비해 40대는 19.3%, 50대는 18.8%만이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반면 통일이 ‘매우’ 혹은 ‘약간 필요하다는 응답은 52.8%로 지난해 53%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고조됐던 2018년 59.8%에 비하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 핵 협상과 남북관계가 모두 교착 상태에 빠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증가하면서 통일 가능 시기를 5년 이내, 10년 이내로 응답한 비율은 각각 2.4%, 11.7%로 2018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이 연구원 조사 이래 처음으로 ‘안보 문제 해결’이란 응답이 37.9%로 ‘같은 민족이기 때문’ 이란 응답을 0.6% 포인트 차이로 추월했습니다.

앞서 2008년엔 “같은 민족이니까”라고 응답한 비중이 57.9%까지 치솟았지만, 올해는 그 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반면 “남북한 간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라는 응답은 2008년 14.5%에서 올해 37.9%로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김병로 교수입니다.

[녹취: 김병로 교수] “북한의 핵 위협, 어떤 북한의 무력도발, 안보불안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에서 점차적으로 현실주의면서 실용적인 통일 접근을 하고 있다는 거죠. 막연하게나마 추상적으로 통일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사람들은 전쟁만 안 일어나면 좋다, 이런 게 올해 처음으로 민족감정을 추월했으니까 이 추세는 계속 가는 거죠.”

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 국민들로부터의 공감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같은 민족이라는 정서적 요인을 앞세운 통일 방안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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