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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일째 공개 행보 중단…한국 정부 “예의주시”


지난 2일 북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북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20일 간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동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크게 줄어든 데 대해 일각에선 그동안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이후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관계당국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공개 행보 중단이 20일째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올해 1월 초에도 21일 동안 없었다"며 김 위원장 활동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 대변인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현재 머물고 있는 장소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20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고 이후 또 다시 지금까지 공개 행보를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올들어 공개 행보를 크게 줄이고 있는 데 대해 선대 지도자들로부터 내려왔던 전통적인 통치 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올해로 집권 9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만 해도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 활동을 부지런히 수행했습니다.

공개 활동이 가장 많았던 해는 집권 2년 차인 2013년으로 212번이나 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해마다 공개 활동을 줄여 2017년엔 94번으로 두 자릿수가 됐고, 지난해에는 83번에 그쳤습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5월 16일까지 공개 행보가 17번에 불과했습니다. 예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 66%나 줄어든 겁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최고 지도자가 너무 많은 걸 다 해버리고 너무 신격화시키는 게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정보화 사회에 맞게 통치방식을 바꾸는 거죠. 김일성 김정일 시대같이 돌아다니면서 신격화시키고 자기가 다 챙기고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다 자기 귀에 들어오고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 정보화 시대니까. 북한도 그게 있거든요.”

김 교수는 북한이 더 이상 최고 지도자를 만능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정보화 시대 북한 주민들에게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 변화 조짐이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앞서 20일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기사에서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상화하기 위해 선전했던 지도자들의 축지법 사용이 현실이 아니라고 처음 부인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학생이나 주민용 교재를 통해 김 주석이 항일 빨치산 시절 축지법을 쓰고, 가랑잎을 타고 큰 강을 건너고,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고, 모래로 쌀을 만들었다고 신격화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1996년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선전가요 등을 홍보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2월 미-북 정상 간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뒤 북한이 최고 지도자에 대한 선전 방식을 최선을 다하는 현실적 지도자상을 부각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 공개 활동의 급격한 축소가 신종 코로나와 경제난 등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맞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김 위원장으로선 이를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더 주민들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현재 상황이 북한이 경제적으로 안 좋은 것은 이미 다 잘 알려진 것이고 이럴 때일수록 김정은 시대에 강조한 애민이 있으니까 더 지도를 나가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더 있거든요. 예전보다. 그런데 안 보인다는 것은 역시 코로나19나 건강 문제 그런 것들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저는 그런 쪽에 더 비중을 둡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신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지도자의 모습이 장기간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 내부의 동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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