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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사, 시대와 지도자 따라 전달 방식 변화


2019년 1월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중계한 조선중앙통신 화면.

북한은 통상 새해 첫 날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를 공개해 왔습니다. 신년사 전달 방식은 시대별로, 또 지도자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를 보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로 텔레비전을 통해 신년사를 낭독하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집권 초기부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차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95년부터 신문에 공동사설을 싣는 방식으로 신년사를 공개해 온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첫 해인 2012년에만 같은 방식을 따랐을 뿐 이후 육성으로 신년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그렇게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첫 육성 신년사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군대와 인민은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장군님을 너무도 뜻밖에 잃고 피눈물 속에…”

당시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약 20분간 단상에 놓인 원고에서 눈을 떼지 않는 방식으로 신년사를 읽었습니다.

또 중간중간 몸이 흔들리고, 숨이 찬 모습을 보이는 등 전체적인 연설이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는 달리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첫 육성 신년사를 한 데 대해 당시 전문가들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방식을 따라한 것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젊은 나이의 단점을 보완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은 집권 시절 단 몇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텔레비전을 통해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도 사실상 같은 방식으로 육성 신년사를 낭독했습니다.

다만 전년도와 달리 `조선중앙TV’는 첫 인사말 부분을 제외하곤 김정은 위원장이 원고를 읽는 동안 김 위원장 모습 대신 노동당 청사를 촬영한 영상을 띄웠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모습.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모습.

이후 2015년과 2016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인민복을 입은 모습으로 신년사를 낭독했던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턴 양복에 넥타이를 착용한 옷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2017년 신년사에선 자신을 질책하는 발언을 하면서, 내용 면에 있어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엔 기존 단상이 아닌 노동당 중앙당 본부청사 집무실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또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의 수행을 받아 집무실로 이동하는 장면을 편집해 넣는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신년사를 공개했습니다.

이처럼 매년 신년사 전달 방식에 크고 작은 변화를 줬던 김 위원장은 2020년에는 집권 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김 위원장은 2019년 12월28일부터 나흘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7시간에 걸쳐 국가 건설과 경제발전 등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보고가 신년사를 대체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신년사는 그 해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외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입니다.

주로 내부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남북관계나 미-북 관계 등 대외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도 매년 신년사에 주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탈북해 한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태영호 의원은 과거 자신의 블로그에서 “(북한에선) 신년사 작성을 위해 12월 중순부터 당 중앙 선전선동부에서 모든 기관들에 신년사에 반영할 내용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1월1일엔 모든 주민들이 직장과 텔레비전을 통해 신년사 발표를 시청하고, 일부 청년동맹원들은 신년사 전문을 통째로 암송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북한의 신년사에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담기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성격이 강해졌다며, 신년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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