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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억류 한국 선원들 석방키로…"대미 핵 협상 고려 가능성"


이란 국영방송은 혁명수비대 해군이 4일 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을 '유류 오염' 문제로 나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혁명수비대 해군이 4일 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을 '유류 오염' 문제로 나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 정부가 지난달 초 해상오염 행위를 이유로 억류했던 한국 선박 선원 대부분을 한 달만에 석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새 행정부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란 정부가 2일 억류 중이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 호의 선원 대다수를 석방한다고 발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수순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란 정부의 결정은 충격요법식의 돌발행동을 통해 그동안 한국에 쌓인 불만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판단과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란은 당초 한국 선박과 선원을 나포하면서 해상오염에 따른 사법절차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오염행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주도한 이번 나포행위의 목적이 한국 시중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판매대금 70억 달러의 해제에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란 측에서 선박 나포와 동결자금 문제는 무관하다면서도 ‘동결자금 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석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중동 전문가인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한국 측 동결 조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합의를 깨고 이란 제재를 재개한 데 따른 것으로, 선원 억류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란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내 대미 강경파 세력인 혁명수비대가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인 교수는 이란 경제 악화로 혁명수비대의 강경노선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며, 이런 점이 사태를 길게 끌고 가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인남식 교수] “혁명수비대 해군은 호르무즈를 관할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큰 바다에서 자기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고, 그럼 왜 한국 배였냐 하는 것은 결국 지난 2년 동안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70억 달러의 동결자금 문제도 얽혀있고 그래서 한 달 동안 일종의 시위를 한 것 같고요.”

미국의 조 바이든 새 행정부와의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선제적 양보를 서로 요구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란 문제를 외교 과제 우선순위로 거론하면서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선원 억류 장기화가 협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이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슈가 뒤로 밀려서 이란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기가 제한된다고 판단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보다는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선원 억류를 장기화하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평가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중동연구센터장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이란 진출 가능성에 대한 유럽 등 외국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란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외국 선박과 선원을 억류한 행위가 국제여론 차원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그러나 이란 당국이 해양오염과 관련한 사법절차 진행 등을 이유로 선박과 선장을 자국에 남겨두겠다고 밝힌 때문에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지향 센터장] “선박과 선장 혹은 선원 한 명을 계속 이란 항구에 묶어두겠다는 것은 앞으로 이란과 한국간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 약속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어떤 속도로 이뤄질지에 대해서 이란이 주도권을 쥐고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호르무즈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호를 나포해 한국인 5명을 포함해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선원 총 20명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사건 발생 29일만인 2일 최종건 1차관이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과 통화했다며 “아락치 차관은 이란 정부가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선박 관리를 위해 한국인 선장 1명을 남겨두고 나머지 19명을 모두 즉각 석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다만 한국 외교부는 선사 측과 누구를 남길지 협의 중이라고 밝혀 선사 입장에 따라 최종 잔류 인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은 또 선박에 대해서는 해양오염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억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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