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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남북 통신선 복원, 미북 비핵화 협상에 직접적 영향 없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새로 임명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오른쪽)를 소개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새로 임명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오른쪽)를 소개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과의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북한의 조치가 미-북 비핵화 협상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공은 여전히 북한에 있으며, 북한이 바이든 정부에 보다 분명하게 협상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과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것이 미국과의 대화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진전”... “미-북 대화에 직접 영향 없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7일 VOA에 “남북한이 동시에 통신연락선 복원을 발표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며, 북한의 성명도 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good to see the two sides back in regular communication and having re-established several regular communication channels. But I don’t know that I would leap to any conclusions about its impact either on North-South relations or on denuclearization talks at least at this point. It’s still fairly early on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남북 양측이 정기적인 연락을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일이 남북관계나 미-북 비핵화 대화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USIP 선임연구원도 VOA에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이번 사안을 미-북 대화 재개에 대한 김정은의 청신호로 읽기 보다는, 단발성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I don’t think we should be reading this as a green light that Kim Jong Un is hoping to resume talks with the U.S. I see this more as something that’s more like a one-off kind of incident. Perhaps it’s too early I would say to speculate about the nuclear issue.”

김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추측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는 상황에서, 상황 전개에 차근차근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 부부를 백화원 영빈관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 부부를 백화원 영빈관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의도는? ... “경제 지원, 대화 재개, 미-한 균열 등”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한국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협력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what we’ve learned over the course of the past three years is North Korea’s interest in probing with S Korea revolves primarily around the possibility of receiving tangible benefits. So I think that’s the area to watch in the inter-Korean space is really related to the possible opening of economic channels including humanitarian channels between the two Koreas. That is the realistic next step, beyond which it’s very difficult to project exactly how things might develop.”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눈에 보이는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두고 한국을 탐색하기 시작한다는 점을 우리는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다음 단계는 남북간 경제협력과 인도주의 지원 재개인데, 그 이상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코로나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전적으로 타당하다며, 남북간 이 부분에 대해 사전에 조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 발표 시점이나 내용을 보면 남북한이 이미 다음 단계에 대한 구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앞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USIP 선임연구원은 이 시점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북한의 의도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It could be simply that N Korea is interested in economic and food assistance because of the impact of the sanctions and the food crisis in North Korea and COVID. But it could also mean that they’re more willing to take the initial first steps to engage not only in terms of inter-Korean talks but also U.S.-DPRK talks as well.”

북한이 단순히 경제 지원이나 식량 지원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관여의 첫 조치를 취할 마음이 이전보다 커진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남북한이 4월부터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좋은 신호라고 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한국과의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은 (향후 미-북 관계에 대한) ‘유익한 전조’(helpful hint)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미국과 관여할 의지가 더 커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이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아인혼 전 특보] “N Korea’s motivation for resuming these forms of communication is unclear at this point. Perhaps it signals a greater willingness to engage with the U.S. But it could also mean that N Korea is interested in dividing S Korea from the U.S. The North over the last couple of years has strongly criticized S Korea for not showing greater independence from the U.S.”

북한은 지난 몇 년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곤 했다는 것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한국을 이용해 미국의 유연성을 탐색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re’s one other factor here. That is N Korea has over the past few years occasionally tried to use the Blue House in S Korea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Blue House in S Korea and the U.S. to explore whether there is any flexibility in the U.S. position and to try to get Seoul to put some pressure on Washington to ease its conditions for re-engagement.”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은 종종 청와대를 이용해 미국의 입장에 유연성이 있는지 탐색하려 했고, 또 미-북 대화 재개의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을 압박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지금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활용해 결국 미국에 통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달 미-한 연합훈련 변수”... “공은 북한에”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비핵화 대화 재개를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This is a positive step forward. I worry though that this is going to get everybody excited and then everybody will be saying ‘we’re going to have denuclearization talks’ and then we’re going to conduct the exercise and then N Korea will conduct a provocation…”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다음달 미-한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것”이라며, 그러면 한국 내 일각에서는 연합훈련을 취소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따라서 이번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것은 “북한의 정치전 전략, 협박외교로 미-한 동맹에 균열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미-북 관계의 진전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김정은이 바이든 정부가 요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마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북한이 관여 의지를 나타낼 것 같지 않다”며 “바이든 정부도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는 없다는 방침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이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접근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며, 긍정적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명백히 밝혀 왔다며 “몇 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공은 여전히 북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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