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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 카드…북한 확답 없어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월 인천 공항을 통해 방한하면서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월 인천 공항을 통해 방한하면서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 북한에 지원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대북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한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내곤 했는데요,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해 일관된 원칙을 밝혀왔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상황은 핵과 미사일 개발 우선시 정책 때문이며 미국은 적법한 대북 지원은 막지 않지만, 직접 지원에 동참할 계획이 없다는 겁니다.

2017년 초 트럼프 행정부 초창기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유니세프에 ‘약정’한 대북 지원 예산 100만 달러를 집행한 이후 미국 정부가 북한을 직접 지원한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핵 협상을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는 상황에 따라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관한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되기 전인 2018년 12월 말,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공항에서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비건 특별대표] “I understand that many humanitarian aid organizations, operating in the DPRK, are concerned that strict enforcement of international sanctions has an occasionally impeded the…”

북한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들이 엄격한 제재로 인해 적절한 인도주의 활동이 지연되는 상황을 이해한다며,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고 북한여행 금지 조치도 일부 완화할 방침을 밝힌 겁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 측이 2차 정상회담 개최 방침을 거듭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국은 그 해 봄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는 등의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냈는데, 비건 대표의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 해제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하며 제재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인도주의 지원,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경협 재개’ 등의 상응 조치를 담은 합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북 정상은 제재에 대한 큰 인식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습니다.

인도주의 지원 문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대북 유화 카드’로 거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Well, we are discussing certain humanitarian things right now, and I’m okay with that, to be honest. I think you have to be okay with that. And South Korea is doing certain things to help out with food and various other things for North Korea.”

이후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아래 처음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쌀 5만t 지원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호소하며 유엔에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었던 만큼 한국 측의 식량 지원이 미-북, 남북 간 협상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그 해 6월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미-북, 남-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은 한국의 식량 지원도 거부했습니다.

‘인도주의 지원 이상의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제재 완화 없이는 비핵화 진전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국면에서 다시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히며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원칙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미국 측의 ‘제재 유지’ 발언 등이 대화 의욕을 접게 만든다고 비난하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지원 제안에 대해선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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