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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국 통일부 ‘유연한 판단’ 입장, 사실상 연합훈련 유예 목표” 


지난 2015년 3월 한국 포천의 미군 로드리게즈 사격장에서 미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2015년 3월 한국 포천의 미군 로드리게즈 사격장에서 미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8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사실상 훈련 유예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8월 훈련과 관련해 “지혜롭고 유연한 판단”을 강조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7일 VOA에 한국 정부 당국자가 밝힌 유연성은 “훈련의 조정 또는 축소, 연기와 동일한 단어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read that as the Ministry of Unification intends to cancel the exercises. I read flexibility as a co-word for ‘We need to be able to change, either scale back postpone or cancel the exercises’. That's what flexibility means…He thinks simply by scaling back postponing or canceling exercises, that we will appease North Korea, and through that appeasement, that they will then come to engage South Korea and conduct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And that is a false assumption.”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런 입장은 “사실상 연합훈련 취소를 염두에 둔 의도가 반영됐다”며, “북한을 달래 한국과의 관여를 재개해 미국과의 협상에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군이 하계훈련 준비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입장은 미-한 연합훈련의 준비태세 보장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비핵화 협상복귀 견인 잘못된 전제"

"북한, 통일부 입장 진지하게 듣지도 않아”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국방부와 외교부 등 다른 한국 정부기관들에 비해 통일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조직적 특성이 있다며, 정작 북한 측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t is interesting, though, that more discussions are held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through intelligent channels than through unification channels. I think that says a lot. The Ministry of Unification, I do not think has been able to accomplish a lot because North Korea does not respect it and does not engage with it”

최근 남북대화는 통일부와 북한 당국간 소통로 보다는 정보 당국간 소통로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근본 원인은 북한이 통일부를 대화 상대로 존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훈련유예 시, 한국 정부-여당의 정치적 실책 될 것”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통일부 당국자의 발언은 사실상 연합훈련 유예 필요성에 호소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한국 보수 정당의 강한 반발을 고려할 때 훈련 연기나 전면 취소는 정치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think they'll cancel it completely. Because I think politically that would be very unwise for Moon Jae-In. I mean, he and his party, as you know, are already facing very strong opposition from the conservative party who accuse them of damaging the US-ROK Alliance. So I think to postpone or cancel the exercises completely would be a political mistake”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연합훈련 유예는 어렵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해 가시성을 줄인 조정된 형태의 훈련 실시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미북 정상 간 모호한 약속이 문제 근원"

"트럼프의 전략적 실수...동맹약화 대가 지불 정당성 부여"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당초 이 문제의 근원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동맹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상호연계한 끔찍한 실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조정관] “In Singapore, Trump made, I think, a terrible mistake by linking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activity with US-ROK Security Alliance…I think it's a terrible linkage…. But the Trump administration defined the test moratorium to include only long-range missile tests, doesn't include short range tests...”

북한의 핵 개발 관련 양보를 미-한 동맹의 약화에 대한 대가로써 지불해야 하는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연합훈련 축소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지 않는 상태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호한 실험 동결 약속을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 중단으로 정의한 점이 큰 전략적 실수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주고받은 약속 때문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는 한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규모 실기동 훈련 재개와 관련해 어느 정도 구속을 받고 있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모라토리엄 폐기 선언으로 유명무실…연합훈련 연계 안돼”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지난 4년 동안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는 대가로 미-한 연합지휘소 훈련의 규모를 축소 실시한 것으로 충분히 상응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북한이 줄곧 요구하는 실기동 훈련 자체를 전면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 역량을 중단 없이 진전시켜왔다며, 실험 동결 약속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지만 이를 구속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 “But that truth would seem to match the fact that we've scaled back the command post exercise. Shouldn’t say that we've intended to almost totally eliminate the field exercise… Let's face it, North Korea has built up a facility for building long range missiles. How much restraint is that?”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미국과의 실험 동결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며, 연합훈련 유예를 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한국 통일부의 전제는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통일부는 8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6일 “지혜롭고 유연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전시작전권 전환 등 군사적 수요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책을 위한 대화 여건 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혜롭고 유연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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