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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김정은 잠행, 권력변화 대비 계기 돼야...불확실성 커져”


지난 21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건강 이상설이 돌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등장하면서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권력변화를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한 지도자의 신변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재확인한 만큼, 정보와 대비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공개활동을 재개했지만 워싱턴에서 이를 북한 지도부의 안정성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권력 구도의 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면밀한 관찰과 비상사태 대비계획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최전선에서 경험한 전 군 당국자들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한국에서 근무했던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3일 VOA에 “김정일이 사망한 뒤 이틀이 지나서야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I was the Commanding General of USFK when Kim Jung IL died and we did not know until 2 days after he had actually passed away.”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항상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I do not want to speculate on the true health and well being of Kim Jung Un because I am not sure what is really going on with him. I just know we need to remain vigilant and prepared for the unexpected.”

서먼 전 사령관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틀 뒤인 2011년 12월 19일 정승조 당시 한국 합참의장과 긴급 회동하고 북한군의 동향을 평가했었습니다. 3개월 뒤에는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지금까지 권력승계는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뚜렷한 내부도전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과거 북한 당국과 직접 접촉했던 미 전직 관리들은 북한 지도자의 공개 활동을 통해 그의 건재 여부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재등장했다 해도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It must be a health issue. He is morbidly overweight, smokes, and wheezes when he crosses the room. We know that all for certain. He appears to have a weak pallor in the photo released and you have seen the pictures of the possible IV or stent-procedure scar on his arm. That is a little less reliable but important.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김 위원장이 병적 비만 상태이고, 담배를 피우며, 숨을 헐떡이며 걷는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에게서 정맥주사나 (심혈관) 스텐스 삽입 수술 자국이 보인다는 미 언론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며, “신뢰성은 낮지만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부 매체는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는 점을 들어 김 위원장 수술설을 제기했지만 한국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보기관 등 종합적인 판단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린 부소장은 자신이 “미 정부에 몸담고 있다면,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으로 보고 북한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So if I were in government now, I would argue that this represents an uptick in the instability watch on North Korea.”

이어 “김 위원장이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정치적 행보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의 아버지도 사망 전에 사라지는 등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The fact that he missed Kim Il Sung’s April 15 birthday celebration suggests that his disappearance was not a political move. And his father had similar disappearances before he died.”

북한 지도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고급 정보 라인과 급변사태를 대비한 구체적인 비상계획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나타났지만 그의 오랜 부재는 만약의 상황에 대한 논쟁을 다시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이는 타당하고 중요한 논쟁”이라는 설명입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Kim Jong Un did indeed seem to make a public appearance, but his long-time absence did revive the debate over "what if...", which is a plausible and important debate to have, given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nd long-range delivery capabilities.”

칼더 소장은 “이번 상황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특히 서태평양에서 미-일 양국 군의 더욱 체계적인 급변사태 대비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This situation certainly shows the need for more systematic contingency planning, on the part of the US, the ROK, and especially Japan and US forces in the western Pacific, as they could be most easily affected by any sudden change in North Korea's defense orientation.”

또한 “지난 3주 동안의 경험은 의미 있는 북한 권력 승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특히 김 씨 일가를 중심으로 한 정권 최고위층의 대인관계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 또한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에게 실제로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들이 최초로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르는 어떤 변화에도 가장 먼저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The experience of the past three weeks also shows the need to develop meaningful North Korean leadership succession scenarios, and to understand especially interpersonal networks at the top of the DPRK regime, especially within the Kim family, as they would be the first to grasp and respond to any sudden changes in Kim Jong Un's actual health situation.”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기본적인 의무이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미국이 지나치게 개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김정은의 부재 보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지나치게 높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I think the world paid too much attention to Kim’s reported absence. All that attention no doubt fed his ego and helped convince him that he is really an important global figure when, in reality, he remains a small actor on a very big world stage.”

코사 회장은 “이 같은 관심은 김정은의 자존감만 키우고 자신을 국제적 인물로 여기게 만들 뿐”이라며 “그는 큰 국제무대에서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죽는다 해도, 우리는 후계자가 결정되고 안정이 회복된 뒤에야 그런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Should he become incapacitated or die, we will likely not know about it until his successor is determined and stability is maintained in North Korea.”

코사 회장은 “북한의 불안정은 핵확산이나 군사적 모험주의(전쟁) 징후가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 투쟁 와중에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North Korea instability would also not really be a US problem unless there was indications of proliferation or military adventurism, which is less likely during a power struggle than otherwise. South Korea may want to get involved, as will China, but beyond the concern about loose nucs, the US should not really be concerned.”

코사 회장은 “그런 상황이 되면 한국과 중국이 개입하고자 하겠지만, 핵무기 유출 위험이 없다면 미국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서먼 전 사령관은 “북한은 매우 비밀스럽고 폐쇄된 사회”라면서도,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김여정이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I think Kim Jung Un's sister is the likely successor should something happen to Kim. North Korea remains a very secretive and closed society.”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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