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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북 탈북민 ‘코로나 비상’…한국 “확진자 등록된 적 없어”


지난 2013년 9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과 멀리 보이는 개성시.
지난 2013년 9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과 멀리 보이는 개성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월북했다며 특급경보를 발령한 뒤 북한 내각과 개성시에 방역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 측은 해당 탈북민이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혀 북한이 탈북민 재입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자가 월북했다고 공개한 이후 내각과 개성시를 중심으로 방역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7일 월북한 탈북민의 고향으로 알려진 개성시 비상방역지휘부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따라 만단의 방역학적 태세를 유지하며 최대의 긴장상태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조선’은 또 개성시 지휘부가 2중 3중의 봉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지역 위생방역과 보건 부문 종사자들로 ‘신속방역대’를 구성해 해당 구역들에 급파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내각에선 “개성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데 필요한 물자들을 긴급 보장하기 위해 성과 중앙기관들에 대한 통일적인 지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신종 코로나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한 데 따른 조치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개월 간 전국적으로 각 방면에서의 강력한 방어적 방역대책들을 강구하고 모든 통로들을 격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경내에 악성비루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매체가 밝힌 재입북한 탈북민으로 김포에 살던 24살 김모 씨를 특정해 재입북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자택에서 지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조사 결과 해당 탈북민이 강화도에서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준락 공보실장] “우리 군은 관계기관과의 공조 하에 해당 인원이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강화도 일대에서 특정했습니다. 또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하고 확인했으며 현재 정밀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한국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8일 새벽 2시20분쯤 인천 강화읍 월곶리에 도착해 택시에서 하차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하차 후 이름 등이 적힌 소지품이 담긴 가방을 버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 당국은 김 씨가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뒤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 간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김 씨는 2017년 탈북할 당시엔 한강 하구를 헤엄쳐 교동대교를 통해 한국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김 씨의 구체적인 월북 시점과 관련해 기상 등 당시 여러 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습니다.

한편 한국의 신종 코로나 방역당국은 27일 김 씨가 “질병관리본부 전산시스템에 확진자로 등록돼 있지 않고, 접촉자 관리 명부에도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인지에 대한 부분은 한국 쪽 자료로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사람에 대한 접촉이 잦았다고 생각하는 2명에 대해서도 전날 진단검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내에선 북한 당국이 탈북민의 재입북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 문제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대외정책,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민심 동요를 잠재우고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방편으로 신종 코로나 청정국임을 자처했던 북한이 ‘한국 책임론’을 새로운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코로나에 대해서 그간엔 아무런 확진자도 없는 청정 지역이라고 얘기해왔잖아요. 그러나 내부적으론 분명히 확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고 그 때 한국 책임을 내걸겠죠. 북한 당국은 잘 했는데 한국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이 문제를 키웠다, 그런 책임 전가의 의도가 있기 때문에 코로나와 연계시켰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태도를 바꿔 이번 일을 한국으로부터의 방역 지원 나아가 경제 지원을 얻는 명분으로 삼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코로나를 인정하면 여러 가지 김정은 체제가 도망갈 구멍이 생기거든요. 첫번째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여러 가지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해서 코로나로 원인을 돌릴 수 있고 그 책임은 남쪽에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 남쪽으로부터 대규모의 보건의료 지원을 받을 명분이 생기는 것이고 또 대규모 경제 지원도 코로나를 빌미로 받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거든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일컫는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부 등 주요 간부들에게 기념권총을 수여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일컫는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부 등 주요 간부들에게 기념권총을 수여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일컫는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부 등 주요 간부들에게 기념권총을 수여했는데 이 행사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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