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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햄리 CSIS 소장] “미-한 관계 멀어지고 있어...대북제재, 인도적 지원 방해 안 돼”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동맹관계가 멀어지고 있다고, 워싱턴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존 햄리 소장이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햄리 소장은 또 대북 제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햄리 소장을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미-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체결이 늦어지면서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근로자 4천여명이 4월 1일부로 무급휴직에 들어갔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돼 있는 현 상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햄리 소장)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피상적인 협상 전술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제 협상단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방위비 협상 문제는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전혀 논의가 되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미국에 굉장히 중요한 한국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 변화 없이는 협상이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햄리 소장) 유감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에게 협상 자세를 지시했습니다. 그들은 이 지시에 충실하려 하고 있지만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에 근거해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동맹과 관련해 굉장히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습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에 대한 선물이 아닙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용병도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은 자유로운 아시아 대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의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공정하고 균형있으며 종합적인 합의’란 양측이 협상을 어떻게 진전시킬지 결정하는 겁니다. 한국이 우리에게 충분한 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속았다는 전제 하에서 이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사안을 이렇게 볼 것이 아닙니다.

기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해 한국에 진단시약을 요청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햄리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계산적인 인물입니다.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 때 사안을 다룹니다. 미국과 한국은 동맹관계의 큰 수혜자였습니다. 때론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걸 줬고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걸 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동맹관계의 ‘주고받기’의 일환입니다. 한국의 도움을 받는 건 굉장히 가치가 큰 일입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잘 대처했습니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대북 제재를 면제 혹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십니까?

햄리 소장) 의료 지원을 위한 체계는 이미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제재의 전반적인 다이너믹을 바꾸기 위한 변명으로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만약 미국의 지원 제안에 호응한다면 향후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햄리 소장) 일단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미국은 현재 의료용 마스크와 산소호흡기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서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산소호흡기 1천 개를 준다면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격렬한 항의가 예상됩니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은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미국 내에서 강력한 항의와 반대가 있을 것이고, 대통령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해 당혹스런 상황에 직면할 것입니다. 따라서 코로나 관련 대북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북한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국제 기구들에 코로나 관련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햄리 소장) 이는 북한의 역사와 일치합니다. 북한은 전 세계에 체제를 선전하는 동시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마치 국제사회가 북한에 빚지고 있다고 주장하죠. 새로운 게 없습니다. 북한은 외부세계에 다양한 걸 항상 요구해왔습니다. 또, 북한에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있고 이를 숨기고 있다고 해도 놀라울 것이 없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해 말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과 ‘새로운 길’을 추구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의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햄리 소장) 저와 제 동료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연설과 담화를 봤을 때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의 문을 닫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국과의 외교를 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을 찾아보지 못했고 단거리 미사일들을 지속적으로 시험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60년 간 잘못된 길을 가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 대선 때까지 현재의 미-북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같은 생각이십니까?

햄리 소장) 이는 과거에도 수없이 일어났던 일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또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미-북 교착 상태를 진전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어떠한 정치적 제약이 없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원하는 것을 하려고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협상판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무언가 크고 도발적인 걸 할 겁니다. 새 대통령을 위협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태세를 취할 겁니다.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실패했죠.”

기자)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미-북 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이 돼야 합니까?

햄리 소장) 미국의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은 새로운 일입니다. 그동안의 상황을 극적으로 바꿔버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들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들을 이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여태까지도 북한은 핵 관련 인프라에 대한 포괄적인 신고 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미-북 협상에 관여했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봤을 때 미국은 이전에 고수하던 입장에선 변화를 보였습니다. 모든 핵무기를 한꺼번에 포기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말이죠. 행정부 내에서는 단계적으로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측 협상단과 어느 수준까지의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극적인 시도를 하려고 할 수 있지만, 의회가 이를 허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존 햄리 CSIS 소장으로부터 미-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미-북 관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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