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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법률 사고는 김씨 일가에 대한 종교적 사고"


북한 평양의 법원 건물.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법원 건물. (자료사진)

한국은 ‘법의 지배’가 헌법의 핵심인 반면 북한 헌법은 ‘법에 의한 통치’가 핵심이라고 법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법률적 사고는 김씨 일가에 대한 종교적 사고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한국과 북한의 헌법 설계'를 주제로 18일 개최한 웨비나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한국과 북한의 헌법에는 광범위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미북한위원회가 18일 주최한 남북 헌법 비교 분석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한국과 북한의 헌법 차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미북한위원회가 18일 주최한 남북 헌법 비교 분석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한국과 북한의 헌법 차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 단체가 발표한 남북한 헌법 분석 비교 보고서의 집필진 일부가 직접 참석해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웨비나에서 김용훈 한국 상명대 교수는 한국과 북한의 헌법이 각각 집중하는 분야에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용훈 교수] "There is the difference between two systems. A policy focusing is different betwee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In the legal system of ROK, the focus is on the people's power. But North Korea is focused on the just 'Juche', the ideology for the Kim Il Song, Kim Jong Il."

한국의 헌법이 국민의 권력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북한의 헌법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한 주체사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날 웨비나에 참석한 저스틴 기샤드 파리대학 교수는 한국 헌법의 특징은 단순히 개인의 권리에 대한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개인의 권리 위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기샤드 교수] "My vision of South Korean constitutional law and my vision of South Korean constitutional case law is not one that only protects individual rights, far from it. And in the Constitution of South Korea, I tend to read more, maybe I tend to give more attention to clauses for example that do fear the state's power over citizens rights."

그러면서 북한과 한국 헌법의 차이는 ‘법의 의한 통치’냐 혹은 ‘법치’냐가 핵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기샤드 교수] “The conclusion that rule by law is what prevails in the DPRK, where law is an instrument by which the government rules, whereas rule of law is what prevails in ROK, where, at least in theory, the law itself is the ultimate ruler and constrain what the government can do.”

‘법에 의한 통치’가 핵심인 북한에선 법이 정부가 다스릴 수 있는 도구로서 사용되는 것이고, ‘법치’가 중심인 한국에선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법 자체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는 궁극적인 통치자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공개된 보고서는 이 같은 차이로 인해 헌법의 역할이 한국과 북한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국가 권력을 조직하고 국가 주권을 정당화하는 것이 헌법의 주요 역할인 반면, 한국의 헌법은 외부의 견제, 특히 헌법 재판소를 통해서 국가 권력을 제한하도록 설계됐으며 국가가 잘못해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개인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윌리엄 미 인디애나 대학 교수는 북한 헌법은 전혀 다른 해석 체계를 가지고 있어 계속 유념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교수] "There are phrases used in the Constitution of the DPRK that I think I know what they mean but I have to keep catching myself because it's a completely different interpretive community."

대표적인 예로 북한 헌법은 '국민 만장일치'로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도록 명시해 놨지만, '만장일치'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의 해석이 아닌 전혀 다른 북한식 해석으로, 김씨 일가의 권력 세습을 뜻한다는 겁니다.

윌리엄 교수는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북한 헌법의 특징은 북한의 법률적 사고가 종교적 사고, 특히 김씨 일가에 대한 종교적 사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교슈] "I'm also struck by the fact that during the conference a number of the participants commented on the fact that a lot of the legal thinking in the North had the quality of religious thinking especially with respect to the Kim family."

이어 이 같은 특징은 외부 세계가 북한 내부적으로 법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비드 케니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교수는 한국과 북한 헌법의 차이는 권력에 대한 견제 유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북한 모두 최고 지도자가 갖는 권력이 크지만 한국에선 헌법을 통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해 놨다는 겁니다.

[녹취: 데이비드 교수] "It is clear the Constitution is concerned with limiting and curbing the power of the president. However, the supreme leader does not share power with anyone. The supreme leader as a matter of state ideology, is clearly to be the center of the state, and the constitutional system in practice is seen to reflect and uphold this."

케니 교수는 반면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권력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고 국가 이념으로서 국가의 중심이며 헌법 체계는 이를 반영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훈 상명대 교수는 북한은 한국에 비해 더 많이 헌법을 수정한다며,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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