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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핵무기금지조약 실효성 없을 것…비확산 체제 약화 위험”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 핵무기 활동을 완전히 금지하는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이 내년 발효되는 것과 관련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핵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내년 1월 발효되는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 (TPNW)에 대해 “어떤 나라의 안보도, 그리고 국제 평화와 안정도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Seeking to ban nuclear weapons through a treaty that does not include any state actually possessing nuclear weapons will not be effective, will not reduce nuclear arsenals, and will neither enhance any country’s security, nor international peace and stability.”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전 세계 모든 핵무기 활동을 완전히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 요건이 최근 충족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군축 진전을 위한 안보환경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열망을 공유한다면서도 “이 조약이 해답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한 그 어떤 나라도 포함하지 않는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금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며, 핵무기를 감축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유엔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중미 국가인 온두라스가 핵무기금지조약의 50번째 국가로 비준함에 따라 조약의 공식 발효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약은 50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90일 이후 발효된다는 조건에 따라 내년 1월 22일 공식 발효됩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은 지난 2017년 표결 당시 안보 현실을 무시한 조약이라며 불참했고, 다른 핵 보유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녹취:유엔 사무총장(2017년)]“This Treaty is an important step towards the universally-held goal of a world free of nuclear weapons.”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이 조약은 핵무기 개발과 실험, 생산과 제조는 물론 비축과 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번에 조약 발효 조건이 충족된 것과 관련해 “다른 나라가 핵무기금지조약을 포함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이 조약의 전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핵 군축 진전을 오늘날 만연한 안보 위협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고 조약은 전제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계속해서 핵 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무부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조약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해 여전히 필요한 미국의 (핵) 억지 관계를 훼손할 위험이 있으며, 분열을 부추겨 긴급한 확산과 안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우리의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지적했습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핵무기금지조약이 기존의 비확산과 군축 체제와 상충하며, 50여 년간 국제 비확산과 군축 노력의 핵심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The TPNW is at odds with the existing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 architecture. It would undermine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which has been at the heart of global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 efforts for almost 50 years.”

그러면서, 미국은 핵 군축 진전을 위한 필수적 토대인 NPT를 완전히 이행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중국과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모든 핵탄두를 제한하고 강력한 검증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통제 시대에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하도록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는 무기통제 대화에서 자신들의 핵무기 수 천 개를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욱이 러시아와 중국은 (NPT) 6항에 의한 자신들의 의무를 외면하면서 의미 있는 군축 논의에 참여하길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국제 군축 대화를 주도하는 동안 이들 나라는 계속해서 (핵무기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의 핵 프로그램은 어떤 국제 무기통제협정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는 무기통제 협정의 상습적 위반자라고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비판했습니다.

미국은 지난주 핵무기금지조약 서명국들에 서한을 보내 조약 반대 입장을 확인하며 비준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서한에서 이 조약이 검증과 군축과 관련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으로 조약에 가입, 비준하는 것은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50개 비준국에는 5대 핵 보유국과 실질적인 핵 보유국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은 물론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해당 조약이 발효 조건을 충족한 것과 관련해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핵무기 완전 제거를 위한 의미 있는 약속”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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