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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법원, 조총련 귀국사업 소송 기각


일본 대법원이 지난 10월 친북단체인 조총련을 상대로 탈북자가 제기한 북송 귀국사업 관련 소송을 기각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탈북자와 민간단체들은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조총련의 거짓 선전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조총련의 한인 귀국사업 51주년을 맞아 관련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1959년 12월 14일 일본 니가타항.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객선 두 척에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975명이 올라 탑니다.

지상낙원인 조국의 품에 안겨 편안히 살 수 있다는 조총련의 선전을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 봇짐을 쌌던 일본 거주 한인들. 하지만 펄럭이는 인공기를 따라 동해를 가로질러 들어간 그 곳은 낙원이 아닌 고통과 절망의 땅이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3살 때인 1963년, 부모를 따라 귀국선에 올랐던 고정미 씨는 당시 가족이 느꼈던 절망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조총련의) 말 하고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니까 뭐 한번 가족의 웃음소리도 나 본 적이 없고. 어머니가 그렇게도 몸서리치면서 땅을 치며 통곡을 했어요. 같은 민족이 어쩌면 이럴 수 있냐고.”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 3천 명이 넘는 일본 거주 한인들이 조총련의 선전에 속아 귀국선에 올랐습니다.

일본의 민간단체인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송윤복 간사는 조총련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조총련이란 조직이 과거에 거짓 선전으로 사회주의 조국이 모든 생활조건을 준비해서 교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마구 선전해서 많은 사람들을 북한에 보낸 건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 선전에 들어간 사람 중에 엄청난 억압을 받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거나 처형을 당한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볼 때 조총련이란 조직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것을 면하면서 몇 십 년을 지내온 게 사실입니다.”

7년 전 북한을 탈출해 지난 2005년 일본에 정착한 고정미 씨는 조총련이 버젓이 활동하는 상황에 분개해, 2008년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일본 법원에 피해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우리 세대가 끝나면 이 것도 파묻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것을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첫째 목적이었구요. 역사에 우리 후손들이 다시는 이런 데 휘말려서 사람이 사람을 진짜 생지옥으로 데려가는 집단적인 나쁜 짓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입장,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사카 지방법원은 고 씨가 법에 따라 입국 뒤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고, 조총련이 북한 내 생활까지 책임진다는 계약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기각했습니다. 그리고 고등법원에 이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대법원 역시 지난 10월 같은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분하고 억울하다는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구요. 어떻게 이게 아직도 반세기가 지났다고 해서 먼 옛날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남의 일처럼 처리하는 일본 법원이 야속했어요. 이럴 수 있나 하고.”

일부 일본인들과 함께 이 소송을 도왔던 송윤복 간사는 일본 재판부가 역사적 사실을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총련하고 고정미 씨 가족 상호 간에 실질적인 계약관계가 있었다고는 인정하지 못한다. 소위 소극사법이라고 합니다. 실질적인 판단을 요구하므로 여러 가지 영향이 발생할 때 재판소가 그 판단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특히 제3국에 대해.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송윤복 간사는 그러나 소송에 참여했던 사람들 누구도 후회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고정미 씨를 비롯해서 이 소송을 제기하고 활동한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후회를 하지 않고 있어요. 마땅히 역사적 책임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아무래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매우 낮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있는 언론과 정치인 그런 사람들이 실정을 알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자든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송윤복 간사는 그런 대책의 일환으로 내년에 조총련의 귀국사업 문제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일본과 국제사회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에는 현재 북한을 탈출해 입국한 귀국사업 출신 한인들과 가족, 일본인 처 등 2백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오사카 야오시의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일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북한인권과 귀국사업의 문제들을 일본인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고정미 씨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꼭 해결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흐느끼며) 이왕 시작한 일이니까 목숨을 내 놓을 테니까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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