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준장 출신이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스틸웰 예비역 준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글로벌 안보 부담을 홀로 짊어지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방위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군 지휘관과 고위 외교관을 두루 역임한 스틸웰 전 차관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 파장과 북·중·러 연대 내부의 실질적 균열을 진단하고, 중국의 역내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동맹국의 주도적 역할과 미국 국방부·국무부 간 공조 방안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스틸웰 전 차관보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앵커) 장군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들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오늘날 이 지역을 볼 때,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보다 성공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미국이 입지를 잃어가고 있습니까?
스틸웰 전 차관보) 저는 지금 우리가 '엄격한 사랑(tough love)'의 한 예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내 해야 할 말을 꺼낸 것이죠.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이 안보 부담의 대부분을 짊어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2기'의 접근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이 살펴봐야 할 가장 좋은 문서는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스티브 마이란(Steve Miran)이 약 1년 전인 2025년에 발표한 보고서일 것입니다. 이 문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1945년이든 1991년이든 아주 오랫동안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해 왔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 짐을 혼자 짊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관세를 부과하거나 역내 주둔 공약을 조정하는 것은 동맹국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나토(NATO)입니다. 아시다시피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조짐이 보였지만, 나토는 국방비를 필수 기준선인 2% 수준으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에 '우리는 국방에 충분한 예산을 쓸 생각이 없다'는 식의 청신호를 준 셈이었고, 결국 푸틴은 침략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없었고, 2022년에 재침공이 일어났습니다. 핵심은 미국이 계속해서 개입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럴 자원이 없으며, 미국 납세자가 그 부담을 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방향은 2012년에 언급했고 최근 국방장관, 전쟁장관이 밝혔듯,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지역, 즉 아시아-태평양, 그러니까 인도-태평양으로 재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이 최근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주장하는 쿠릴열도를 처음으로 방문해 일본의 강력한 반발을 샀습니다. 이 러시아의 행보가 역내 안정에 얼마나 우려스러운 일이며, 일본을 미국의 방위 우산 속으로 더욱 밀어 넣는 결과를 낳게 될까요?
스틸웰 전 차관보) 나폴레옹이 이런 상황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수가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 때는 결코 방해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가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겠다면 그렇게 두면 됩니다. 북방영토에서 그런 홍보성 쇼를 벌여서 그가 얻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반발할 경우, 이제 푸틴은 양면 전선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서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 미국, 나토를 상대해야 하고—우크라이나는 훌륭히 방어하고 있습니다—동시에 일본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러시아 영토 정반대편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전략적으로 자신의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이자 주요 과제인 우크라이나 분쟁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일본과 시비를 거는 것은, 마치 일본에게 역내 안보 기여를 더 확대할 명분을 쥐여주는 꼴입니다. 이는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동기만 부여할 뿐입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분명 명확한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은 아닙니다.
앵커) 러시아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으로부터 군대와 무기를 지원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이 진정한 단일 반서방 블록인지, 아니면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사이에 미국이 파고들 수 있는 실질적인 균열이 존재합니까?
스틸웰 전 차관보) 여기에는 세 나라가 얽혀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흥미롭고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러 관계부터 보면, 1689년 강성했던 청나라와 약세였던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네르친스크 조약으로 동시베리아와 전략적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가 중국 영토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1860년 불평등 조약이 체결되었고, 베이징 조약의 세 번째 서명국이었던 러시아가 동시베리아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다시 빼앗아 가며 오늘날 중국 군대가 제1도련선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차단했습니다. 10년 전 제가 베이징에 있을 때 중국 측 인사들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더니 매우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고 언젠가 해결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큰 문제가 있고 지금은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중·러 관계는 불안정합니다. 중앙아시아에서도 상하이협력기구(SCO)가 러시아의 전통적 세력권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중·북 관계 역시 역사적으로 껄끄럽습니다. 제가 군에 처음 입대해 한국어 어학병으로 근무하던 1980년대에 북한의 노동신문을 읽었는데, 한자가 단 한 글자도 없었습니다. 전부 순한글이었죠. 동음이의어가 많은 한국어 특성상 한자가 뜻을 명확히 해 주는데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야 깨달은 사실은, 북한이 한자를 쓰지 않았던 이유가 수천 년간 한반도 북부나 베트남 북부를 병합하며 침략적이고 팽창주의적이었던 중국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약 5년마다 김치가 자신들의 문화라며 한국과 시비를 걸지 않습니까? 왜 그런 분쟁을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푸틴이 북방 섬에 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를 보면 중국과 남북한의 관계는 매우 긴장되어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쪽은 북·러 관계입니다. 수십 년간 꽤 실리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1990년대 소련 붕괴로 북한 정권에 대한 지원이 끊기며 대기근이 발생했을 때가 최저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상당한 수준의 협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실전 경험과 기술 지원을 얻고, 러시아는 총알받이로 쓸 병력을 확보합니다. 기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양측 모두에게는 윈-윈 구조인 셈입니다.
앵커)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도 여전히 높습니다. 미국이 역내 전체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우발적 충돌을 피하면서 군사적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스틸웰 전 차관보) 이 질문은 "중국의 동맹은 누구인가?"라는 이전 질문과 잘 연결됩니다. 중국이 위기 시 기댈 수 있는 지원군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고립시켰습니다. 반면 미국과, 질문에서 언급하신 두 동맹국 일본·필리핀, 그리고 파트너인 타이완은 모두 매우 일치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성공적으로 협력해 왔습니다. 특히 필리핀은 '서필리핀해'라 부르는 해역과 스카버러 암초,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주도적으로 국익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다시 팽창주의적이고 공격적인 무리수를 둔 것입니다. 마르코스 행정부는 올바른 대응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앞장서고 우리가 지원하는 구조는 매우 바람직합니다. 미국이 모든 것을 도맡을 수 없다는 앞선 언급과 일맥상통합니다. 각국이 스스로의 이익을 방어하면 미국이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중국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는 자연스러운 장치가 됩니다. 도발을 감행하면 상대가 미·중 양자 구도로 끝나지 않고 미국, 일본, 필리핀, 호주, 타이완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 문제도 산적한 상황에서 굳이 그런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습니다.
앵커) 미국은 안보 분야에서 한·일 양국을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밀착시켰습니다. 3국의 정치적 지형 변화 속에서도 이 3각 협력이 지속되도록 하려면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스틸웰 전 차관보)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가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있을 당시 문재인 정부 시절 제2차 세계대전, 식민 지배 등 과거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강한 반일 정서가 있었습니다. 과거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더 큰 안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이를 쟁점화하기보다 잠시 접어둘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위협은 팽창하는 중국과 러시아이므로, 이 문제들을 정치적 우선순위 뒤로 미뤄둘 수 있다면 그렇게 유지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기에 그의 퇴진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금까지 훌륭하게 대처해 왔으며, 이러한 기조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북한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은 이해하지만, 북한의 공수표 같은 약속을 얻기 위해 우리의 공동 이익을 양보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3자 관계는 계속해서 주시하고, 발전시키며, 투자해야 할 대상입니다.
앵커)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더 이상 군함과 전투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항만, 무역로, 핵심 광물도 안보의 핵심축입니다. 중국이 주요 역내 인프라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경제적 경쟁 측면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십니까?
스틸웰 전 차관보) 그렇다고 봅니다.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사업의 본질은 '접근성'과 '영향력' 두 가지입니다. 중국 내 철강과 고속철도 등이 과잉 생산되었으나 국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자, 말라카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국가들을 포함해 전 세계로 인프라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차우크퓨 항구에서 중국 쿤밍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이나,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서부 카슈가르로 이어지는 중·파 경제회랑(CPEC)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일대일로라는 간판 아래 추진된 이 사업들은 해당 국가들에서 중국의 인기를 높여주지 못했습니다. 파키스탄의 경우, 돼지고기와 술을 금기시하는 엄격한 이슬람 문화권에 수천 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투입했습니다. 문화적 충돌이 발생하자 중국 노동자들을 현지인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파키스탄 군인 1만 5천 명을 배치하도록 압박해야 했습니다. 결국 구상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었고 현재는 정체된 상태입니다. 출발은 거창했을지 몰라도 실행 단계에서 실패했으며, 시장과 에너지 접근성을 확보하려던 인프라 확장은 현재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공군 지휘관과 동아태 차관보를 모두 역임하신 입장에서 역내 군사적 기획과 외교적 협상 사이의 가장 큰 괴리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스틸웰 전 차관보) 이는 우리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1990년대 남녀 차이를 빗댄 책처럼 '국무부는 금성에서 왔고, 국방부는 화성에서 왔다(State is from Venus, Defense is from Mars)'라는 훌륭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국무부와 국방부 간의 문화적 차이를 다룬 내용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군복을 입고 베이징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며 국무부의 운영 방식과 외교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국무부로 자리를 옮겼을 때 이미 아는 인맥이 많았고 원활히 협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무부가 이처럼 밀접하게 소통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포토맥강이 트루먼 빌딩(국무부)과 펜타곤(국방부)을 가로막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두 핵심 기관이 더욱 긴밀히 공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만 사전 이해 없이 접근하면 서로의 노력을 상쇄시킬 수 있으므로 양측의 문화적 차이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외교와 군사는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할 뿐이므로 더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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