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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전 참전용사 12명 코로나로 사망...군 장례예우도 못 치러"


지난달 24일 미국 덴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한국전 참전용사 조지 트레프린 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6.25 한국전쟁 미군 참전용사들 가운데 적어도 1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 회장은 VOA에, 전염병 격리 조치로 참전용사에게 제공되는 군 장례 예우(Military Funeral Honor)도 없이 쓸쓸하게 떠나는 전우들이 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미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있었던 한 장례식 사진이 많은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성조기에 둘러싸인 관 앞에 장의사가 커다란 방독면과 개인 보호장비로 온몸을 무장한 채 홀로 장례식을 주재하는 모습이 ‘워싱턴 포스트’ 신문 등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겁니다.

이 장례식의 주인공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90세의 조지 트레프린 씨로, 요양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앓다가 숨졌습니다.

평소 같으면 미군 당국이 참전용사에게 제공하는 명예로운 군 장례 예우 속에 장례식이 열렸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트레프린 씨는 홀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전쟁의 사투 현장에서 생존했던 노병들도 바이러스의 사선을 넘지 못한 채 숨지고 있습니다.

VOA가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에 보고된 통계와 지역 언론 보도를 취합한 결과, 플리리다와 코네티컷 등 적어도 10개 주에서 12명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의 폴 커닝햄 회장은 5일 VOA에, 바이러스가 전우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 커니햄 회장] “We regret that it had to be something like the virus that took their life that, it seems, certainly not a nice way to depart,”

커닝햄 회장은 모든 전우가 80대 말에서 90대의 노령으로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며, 아마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참전용사들이 숨졌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염병을 피하려고 전우들이 자택과 퇴직자 전용 시설, 요양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에만 전염병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이미 80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의 쉴라 프리츠 씨는 6일 ‘VOA’에, 회원들 가운데 올해 들어 노환 등 다양한 이유로 숨진 참전용사가 830명, 지난해에는 1천 903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리츠 비서] “In 2019, it was 1,903 and this year, it’s 830.”

프리츠 씨는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까지 합하면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라며, 참전용사들이 노령으로 거의 매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츠 씨에 따르면 현재 생존해 있는 등록 회원들은 1만 1천 명에 달합니다.

협회 측은 미 전역에 있는 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정기 모임이 모두 중단되면서 참전용사들의 자세한 근황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역 언론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미 북부 위스콘신주의 지역 `ABC’ 방송 등 여러 언론들은 룸셈버그 시에 사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제리 세모너 씨의 사망 소식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모너 씨는 다음달에 50명의 전우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려고 등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습니다.

세모너 씨의 아들 데일 씨는 방송에, 아버지가 많은 친구들의 장례식을 도왔다며, 그러나 전염병 격리 조치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그런 존중을 받지 못한 채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모너 씨 아들] “Dad has been in the Legion post 262 for his whole life he's a life member. And I always remember him telling me that he buried a lot of his friends,”

1951~1955년까지 부산에서 미 공군으로 참전하고 복무했던 뉴욕 시의 앵겔로 파이로 씨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병원에서 가족도 보지 못한 채 홀로 쓸쓸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파이로 씨의 아내는 ‘뉴욕포스트’ 신문에, 남편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야구모자를 항상 쓰고 다녔다며, 격리 때문에 집 전화기에 남겨진 남편의 음성 메시지가 마지막 인사가 될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렇게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감염환자들에 대한 철저한 격리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숨졌습니다.

공수부대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남부 테네시주의 클레어런스 잭슨 벌루 씨 역시 지난달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습니다.

그의 딸들은 아버지가 군 장례 예우를 받으며 명예롭게 세상을 떠나는 게 마지막 계획이었다며,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로버트 밀키 미 보훈부 장관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백악관 행사에서 보훈부 산하 134개 요양원 내 한국전쟁 등 참전용사들은 다행히 큰 타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밀키 장관] “Eighth Army defended the Pusan Perimeter and Marines fought through and out of the Chosun reservoir veterans of those terrible times are still with us today.”

밀키 장관은 한국전쟁 중 부산을 방어했던 미 8군과 장진호 전투에서 생존한 참전용사들이 여전히 산하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며, 모두 검사를 받았고 일부 요양원만 확진 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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