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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버마 개혁과 북한 – 1. 미-버마 관계 개선


테인 셰인 버마 대통령 (자료사진)
테인 셰인 버마 대통령 (자료사진)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버마에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에 부응해 버마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버마의 개혁 양상과 배경, 그리고 북한에의 시사점 등을 살펴보는 두 차례의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김영권 기자가 버마 개혁의 현 주소와 국제사회의 반응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의 개혁 조치가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소수민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과의 평화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다음 날인 13일에는 수 백 명의 정치범을 포함한 재소자 651명을 석방했습니다.

버마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고무된 미국은 즉각 버마와의 외교 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말입니다.

미국은 역사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버마가 자유와 번영의 국가로 발전하도록 협력하겠다는 겁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특별성명을 통해 버마의 조치는 `민주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중대한 진전’ 이라며 환영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버마 군사정권이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 (NLD)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인권을 탄압하자 양국 외교관계를 ‘공사대리’ 수준으로 격하시켰습니다. 서방세계는 또 무기금수 조치, 군사정권 지도자들에 대한 여행 금지와 자산동결, 투자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버마에 부과했습니다.

버마의 군사정권은 그러나 문을 더욱 걸어 잠그고 국민의 생존권보다 군사력 강화를 모색하며 재야 인사들과 소수민족 탄압을 계속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버마는 아시아에서 북한과 함께 가장 폐쇄적이며, 자국민을 학대하는 폭압정권의 두 축으로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국가를 지상낙원으로 포장하는 선전선동과 권위주의 독재, 과도한 국방비 지출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점에서 두 나라가 매우 비슷하다는 겁니다.

서방세계로 망명한 전직 버마 관리들에 따르면, 버마 정부는 국가예산의 40 퍼센트를 국방비에 투입하는 반면 교육비와 보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퍼센트도 채 안 됩니다.

이런 버마에 개혁 조짐이 나타난 것은 2010년 11월, 20년 만에 총선이 실시되고 군사정권이 민간정부 출범을 발표한 뒤 부터입니다.

버마는 총선 일주일 뒤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하고, 이듬해 1월에는 인터넷 사용을 허가한 데 이어 3월에는 테인 세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세인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대사면을 실시하고 8월에는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나 개혁을 약속했으며, 9월에는 여론을 받아들여 중국 지원으로 추진되던 대형 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 했습니다. 또 10월에는 정치범 2천 여명 가운데 2백 여명을 석방하고 노동조합을 허가하는 새 노동법을 제정했습니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이런 세인 대통령의 개혁을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오는 4월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클린턴 장관이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버마를 방문해 세인 대통령과 수치 여사를 면담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과 버마의 관계가 녹기 시작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버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버마 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민주주의 개혁 조치들을 계속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인 대통령은 이후 수 십 년만에 처음으로 평화적인 시위를 허가하는 개혁법에 서명했고, 전 국민의 32 퍼센트에 달하는 소수민족 반군들과의 평화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2일 카렌족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13일 거물급 정치범이 다수 포함된 수 백명의 정치범 사면을 발표했습니다.

버마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버마 정부의 개혁 이면에는 아랍의 봄과 중국, 바닥을 친 경제 문제가 혼재돼 있다고 말합니다.

개혁개방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면서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경제에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또 아랍의 독재정권들이 민주화 혁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군부 실력자들이 위기 의식을 느껴 일부 유연성을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과 버마 민주화 운동가들은 아직 세인 정권의 개혁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버마 정치범지원협의회의 아웅 카잉 민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세인 정권이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정치범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진정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마 정부는 예전에도 정치범을 임시로 석방한 뒤 다시 구속하는 행태를 반복했으며 이번에도 같은 조건으로 석방했기 때문에 신뢰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은 오는 4월에 실시될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버마에 대한 제재 해제를 신중히 모색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당장 다음 달 미국의 기업대표단이 버마를 방문할 예정이며, 버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벌써부터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버마가 보유한 각종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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