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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버마 개혁과 북한 – 2. 북한에 미칠 영향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버마에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버마의 개혁 양상과 배경, 그리고 북한에의 시사점 등을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마지막 순서로 버마 개혁이 북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전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입니다.

버마와 북한은 폐쇄성과 인권 탄압, 빈곤 문제, 선군정치 등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특히 지난 10년 간 군사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마 국방부에서 정보를 담당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아웅 린 후투 씨는 버마 국방부 대표단이 지난 2008년 말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한 기밀문서를 2년 전 공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웅 린 후투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정권 서열 3위인 슈에 만 현 국회의장이 김격식 북한 군 총참모장을 만나 미사일과 전투기 은닉시설 건설 지원 등 다양한 군사협력에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웅 린 후투 씨는 또 버마가 태국에 천연가스를 수출해 받은 자금을 현금으로 북한에 주고 미사일 기술을 입수하는 활동을 몇 년 간 비밀리에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은 더 나아가 북한과 버마의 핵 협력 의혹을 제기했고, 미국은 버마에 유엔 대북결의 이행과 투명성 보장을 촉구해 왔습니다.

지난 달 버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버마에 대한 제재 해제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조건 가운데 하나로 북한과의 관계 청산을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버마의 군사관계가 테인 세인 정권의 개혁 바람에 밀려 조만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조지타운대학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과의 위법적 관계가 버마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세인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두 나라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을 뿐아니라 서방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을 이득이 많기 때문에 북한과의 위법적 관계를 청산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겁니다.

‘포린 폴리시’ 등 일부 언론들은 톰 컨트리맨 국무부 정무담당 수석부차관보가 이번 주 버마를 방문해 북한과의 관계 투명성에 대한 구체적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버마 개혁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궁극적으로 정권 교체를 시도할 경우 북한은 개혁의 문을 더 걸어 잠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아의 정권붕괴를 미리 학습한 북한 정부는 버마의 정권 교체를 개혁에 대한 공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프랭크 교수는 그러나 테인 세인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며 중국식 개혁에 성공할 경우 북한 정부의 개혁 의지를 어느 정도 북돋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타운대학의 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한이 버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버마 진출을 확대하는 한국의 움직임은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버마의 자원을 선점하며 북한과 가까운 버마와의 관계가 확대되는 현실을 북한 정부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버마투자위원회(MIC)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해 기준으로 중국과 태국, 홍콩 다음으로 많은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버마와 체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버마식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 해 12월 미국이 버마와의 관계 개선을 북한에 적용하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 통신에, “북한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버마가 민주화 결단을 내린 의미는 매우 크다”며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버마를 보면 알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 신문도 지난 달 30일 사설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마식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혔습니다. 지나친 중국 의존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혁을 시도하는 버마처럼 같은 처지의 북한도 그런 길을 갈 수 있도록 주변국들이 고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국회의원은 지난 달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과 북한은 버마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같은 집단적 노력의 주체가 없는 동북아에서는 한국이 중심이 돼 버마형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빈 대학의 프랭크 교수는 그러나 이런 제안이 매우 바람직하긴 해도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중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에 한국이 미-한 동맹을 더욱 긴밀히 유지하며 접근하지 않는 한 한국 중심의 버마형 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개혁의 안전성과 선택의 폭이 넓은 버마에 비해 북한은 선택 폭이 너무 적다며, 버마식 개혁을 직접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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